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아침 이부자리에서 온갖 인사을 쓰면서 옷가지를 챙겨 입는다.
VIP석 140,000원 짜리를 1달 훨씬 전에 예매해서 비씨카드사에서 협찬해서 98,000원에 표를 확보했다.
아무리 할인률이 크다해도 그 큰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독한 한파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에 올라탔지.
고속버스에서 내려 3호선을 타고 교대역으로,
교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강남~~~ 잠실역에 도착, 3번 출구를 나와 롯데 백화점을 가로질러 가도 되고, 롯데백화점 앞을 거닐어 움직여도 되더군.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무대와 객석 규모지만 짜임새 있어보이더군.
샤롯데씨어터는 그들 말로는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내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물론이고 유기적으로 잘 맞아 움직이는 무대와 여려 장치가 참 인상깊었다.
동영상 찍어서 유포시키면 영업에 큰 지장이 있겠지.
하지만 시작하기 전에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으려는데 마구 달려와 촬영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왜 그러는지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해주면 예의를 지키면서 추억을 간직할텐데... 단지 그 영업 때문인가?
공연 시작 전에 기념으로 찍었다.
:: 출연진 ::
스칼렛- 바다 TV에서 봤던 아는 얼굴이다.
레트- 신성우 머리 긴 사람으로만 생각했는데, 공연 끝나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신성우라고 한다. 정말? 반갑군
애슐리- 에녹 남자 연기자 중에서 가장 고상하게 잘 생겼다.
멜라니- 오진영 멜라니 역에 어울릴만한 단아한 생김새
유모- 최현선 누군지 모르지만 노래 잘하더만
노예장- 최수형 근육질에 많은 여자들이 심쿵했으리라~ 유모역의 최현선과 함께 공연을 끝내고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두 명 다 잘하더군
벨와틀링- 강웅곤 노예장 최수형을 보면서 여자들이 심쿵했다면, 남자들이 은근히 심쿵한 배우일 것이다. 레트가 다니는 주점 주인 역할
공연은 1,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그들 말로는 인터미션이라고 하더만,
그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1부는 좀 지루하다 싶을 정도였지.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난 후 모진 고충을 겪는 스칼렛과 그녀의 주변사람들.
그 모진 삶을 똑바르지는 않지만 비켜서지 않고 맞서 사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도 드디어 행복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바람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 곁을 떠나버린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스칼렛은 자신의 땅 타라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조금씩 박수를 치는 것이
형식적이기 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더라구.
한 번쯤은 책이나 주말의 극장, 명화극장에서 봤을 이야기다.
뻔한 결과일 텐데 뻔하지 않는 감동을 주더군.
아래 사진은 본 공연 막이 내려지고,
노예장과 하녀가 나와 노래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 찍는 것은 괜찮은지 막지 않데?
다들 스마트폰 들고 찍는 거 보이지...?
노예장과 하녀의 노래로 시작해서
전 출연진이 다시 나와서 합창을 하더군.
이제 다른사람들 다 빠이빠이 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고는...
스칼렛과 레트가 남아
남은 노래를 마무리하고는
노을을 배경으로,
영화 속의 키스하는 명장면을 재연한다.
멋지군~
사람들 이런 분위기에서 박수를 안칠 수 있겠어?
처음엔 내 수준에 뭔 이런...
내게 걸맞지 않는 호사스런 문화생활인가 하는
삐딱한 관점으로 삐딱하게 앉아 바라보는데,
조금씩 마음이 열리더군.
내 마음 한켠 싸늘하게 식어 있던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그게 공연 내용처럼 딱히 사랑이라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지치고 상한 마음 한 구석에 위안을 준다.
공연을 보고 치료를 받고 나온 기분이었지.
맘이 편안해졌다.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