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장흥 천관산 산행이야기

by 여.울.목 2015. 11. 15.

▷언제 2015.11.14.(토) 10:25~14:28 (4:00)
▷어디 전남 장흥 천관산
           장천재 주차장-선인봉-금강굴(종봉)-환희대-연대봉(723.1m)-양근암-장안사-장천재 주차장
▷누구 쌍수산악회 회원 17명

 

2015-11-14 천관산__20151114_1025.gpx


 

□ 천관산 산행 개요
해발 700m를 넘나들고 7km를 조금 더 되는 거리였지만,
암반 덩어리로 이루어진 특이한 골산에다 새벽까지 이어진 가을비가 만든 짙은 안개,
생각보다 높은 기온과 습도 탓에 조금 고전을 한 것 같다.

연대봉, 구정봉, 천주봉, 구룡봉, 환희대 등의 30여개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경이 사방으로 뻗어 있고,
산 정상부 환희대와 연대봉사이의 거의 완만한 지형은 억새 군락지도 이름 높은 곳인데...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오르는 길 내내 안개비로 때 늦은 더위를 식혀야 했다.

오르는 길에는 비록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렸지만 선인봉을 출발로 금강굴, 종봉, 구정봉, 환희대와 같은 기암괴석의 잔치마당을 지났다.
환희대에서 잠시 여장을 풀고 점심전을 펼칠 무렵부터는 안개가 조금씩 가시기 시작,
안개가 점점 걷혀갔지만,
여전히 그 위세가 큰지라 환희대부터 연대봉까지 1.1km억새 군락지의 향연은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아쉽더군.

두 번째 찾은 천관산이라, 천관산의 찐한 모습을 보았던 내게는 더더욱 아쉬운 산행이었다.

첫 번째 찾은 천관산 산행 이야기 ☞  http://yyh911.tistory.com/101

지난 번 산행 때 구룡봉까지 갔다오고도 일행을 한참 기다린 것 같은데도 4:20걸린 산행이었는데,
그에 비하면 참 더디긴 더딘 산행이었다.
날씨의 영향이 만만치 않았던 건가?

 

 




전날 마신 술...
산행 전날에는 술을 안 마시려는데 꼭 2차를 가야 직성이 풀리는 양반이 계시니,
아침 기상부터가 하나의 미션 수행이다.
그래도 늦지 않게 버스타는 곳에 나왔다.




4시간을 달려온 장흥
천관산의 단풍도 볼만하다.
이제 다 낙엽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쪽이라 그런지 아직 초록을 띤 단풍나무도 많다.
천연보호림으로 비자나무 보호림, 동백나무 보호림의 울창한 수목 군락지가 있다.

천관산은 자연훼손이 거의 없는 상태로 잘 보존된 자연공원이라고 한다.

 


체육공원엣 오른쪽 장천재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환희대까지 오르는 내내 안개비가 내린다.
그냥 비는 아니다. 어찌나 안개가 심한지 지들끼리 뭉쳐서 내리는 것이 맞다.
지난 해 4월에 찾아 깊은 감명을 받은 산과 바다는 이 놈의 안개 때문에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첫번째 봉우리 선인봉이 어정쩡하게 코빼기를 보인다.


그리고는 모든 기암괴석이 안개 속에서 음흉하게 쳐다보는 것 같어~ ㅎ

 


천주의 위풍당당한 모습도 안개에 가려 그냥 지나칠뻔 했다.



환희대에서 땀과 안개비에 젖은 몸으로 엉거주춤 식사를 마치고

억새군락지를 따라 연대봉으로 향하는데 내내 안개가 모든 것을 집어 삼켜 걷기에만 집중해야 했다.


 



내려오는 길에 녀석 참...
철딱서니 없이 지금 피어나다니.
사실 오늘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으로 기온이 한창 오른 상태였다.
추울 것 같아서 살짝 기모가 들어간 바지를 입고,
머플러도 하고 왔는데 11월 남도의 날이 원래 이런건지 참 훈훈했다.

게다가 이틀에 거쳐 내린 비로 아마도 녀석이 봄이라고 생각을 했나보다.
참 반갑지만 추운 겨울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좀 짠하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것 같기도 하다.
자꾸 안개 쪽으로 향하는 씩씩한 우리 일행이 저 안개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릴적 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2차대전 때 안개속으로 사라진 유엔군에 대한 이야기가 몇 십년을 파고들어 끄집어나오네 그려 ㅎ

 

보이는 각도에 따라서 딱 그 모양일 보여준다.

 


안개가 슬금슬금 위를 향해 걷혀가니, 천관산 계곡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게 가팔더군.
작년과 달리 장안사 쪽으로 살짝 비켜내려왔는데, 11월 중순에 접어 든 이 때
절 앞길에 아직 구절초가 활짝 웃으며 쌩쌩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뒤풀이는 남도 한정식
강진군청 앞 남문식당, 한 상에 8만원짜리 먹고 왔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주인장 말솜씨니 이러저런 리필이나 나름의 장사철학이 수준급이었다.



가깝게는 금요일 저녁에 부어댄 술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니었다만,

발바닥이며 무릎이며, 탈장수술에 그 후유 증상... 최근 1~2년 동안 뭐 이리 몸이 고닳픈지 모르겠다.

조금 산행을 늦춰보려고 석 달 전부터 산악회 정기 모임 외에는 별다른 산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산행의 초반은 정말 체력훈련에나 나온 느낌이었다.
그래도 천관산과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에 뭔가 탁 트인 기분을 기대했는데, 안개만 자욱해서 뿜어져 나오는 땀방울에 뭐에 온 몸이 습기로 가득해서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이다.
최근의 내 기분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봉화대라도 다시 오르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땀구멍이 열려야 맘구멍도 열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