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2015.10.10. 토요일
▷어디: 영남알프스 중 ‘배내재-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영축산-통도환타지아’
▷누구: 산악회 회원 16명
▷산행기록: 14.83km (6:51)
2015-10-10간월 신불 영축__20151010_1034.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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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요
영남알프스 중 신령님이 불도를 닦는다는 신령한 기운이 웃도는 신불산을 중심으로 한 산행이었다.
-산행의 백미
산행의 백미는 가을답게 이어지는 해발 730여 미터의 높이인 배내재부터 출발해서 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영축산을 거치면서 계속 이어지는 억새의 참 풍경이다.
그 중 백미는 간월재 억새밭과 신불산과 영축산 구간의 억새평원이다.
배내재에서의 출발은 차량으로 고갯길을 올라 733m지점부터 시작했다. 꽤 올라선 지점부터 시작을 했지만 능선까지 가는 1km 구간은 제법 오름에 힘을 써야만 한다. 철도목을 옮겨다 계단마다 층을 만들었는데 이걸 어찌 옮겨왔는지 오름의 고통 속에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1km정도 오름의 고통을 이겨낸 후 완만한 굴곡과 함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저 멀리 영남알프스의 다른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들어와 산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능선은 그리 거칠지 않아 배내봉(966m)까지는 금새 도착한 것 같다.
▲철도목을 여기까지 가져와 올려 놓기도 힘들었을 것 같구나.
▲멀리 영남 알프스 가지산
▲배내봉을 지나 가야할 길이 멀다.
배내봉을 지나 얼마간의 능선길은 얌전하더만, 조금씩 내려가고 내려가는 모양새가 내려온만큼 이상을 올라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쓴 웃음이 지어지더군. 그래도 군데군데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맘을 시원하게 비워준다.
그럴 줄 알았다. 간월산 막바지는 그렇게 내려갔다가 보다 더 많이 오르고, 봉우리 막판에 비지땀까지 흘리게 만든다. 그리 힘들게나마 산은 사람을 허락했는데, 막상 봉우리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잠시도 틈을 보이지 않는다. 참~ 해도 너무 하군.
이런 북새통은 영축산까지 내내 이어진다. 바랠 것을 바래야지.
▲ 동쪽은 아슬아슬한 절벽이다.
▲사람 들어설 자리 없는 간월산 정상표지석 부근, 다들 허세... ㅋ
막판 오르막에 속도를 낸 탓에 흘린 땀이 이제 짧은 능선길의 바람에 금방 식어갈 즈음, 멀리 잔디밭 같은 것이 보인다. 간월재 맞나보다. 잔디밭처럼 보이던 연한초록빛의 풀밭은 아직 꽃을 덜 피운 억새의 평원이었다.
간월재로 내려가는 억새밭 사이에 간월산 규화목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규화목은 화산활동이나 홍수 등 강한 힘에 의해 파괴된 목재조직이 산소 없는 수중환경으로 이동하여 매몰된 후, 지하수에 용해되어 있던 다양한 무기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목재조직의 세포내강 또는 세포간극에 물리・화학적으로 침적 또는 치환되어 형성된다.’라고 쓰여 있더군.
해부학적 조직분석결과 나자식물(침엽수)의 특징이 관찰되었단다. 생존 당시 모습 그대로 매몰・보존된 현지성 화석으로 생육 기간 중의 환경조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한반도와 울산의 중생대 식물상과 고환경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한다.
▲간월재 규화목
간월재는 임도를 따라 올라올 수 있어서 그런지 말 그대로 버글버글... 개미떼 같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여기도 인증샷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안 찍고 만다.
점심 전을 펴고 넉넉한 시간을 보낸 뒤 엉겁결에 내가 후미 무전기를 이어받았다.
이런~ 앞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냥 뒤에서 느릿느릿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련다.
억새가 사람들의 마음을 억세게 사로잡는다.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목책을 넘어 억새밭에서 포즈를 취한다. 여기저기서 사이렌을 울려대는 관리원들은 어느덧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만다.
점심을 먹으며 풀려버린 다리근육이 신불산 가는 길 오르막에서 무겁게 질질 끌리는 것만 같구나.
그렇게 거친 숨을 돌리며 되돌아 본 간월재... 멋지군.
4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보람이 있구나.
▲1박2일 출연진이 비박했던 곳
그렇게 간월재에서 보이던 신불산 쪽의 봉우리를 오르자 이제 능선을 따라 마음 편하게 발길을 옮기니 신불산이 코앞이다. 그러면서 보이는 영축산의 특이한 모습이 마치 계룡산의 머리봉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불산 가는 능선에서, 영축산의 특이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쪽 산들이 다 산 정상부가 평원처럼 되어 있다. 맘까지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신불산은 더 난리다. 웬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어디 숨었다가 나온거냐.
신령님이 불도를 닦는다는 산인데 보이는 산의 모습은 커다란 나무가 사는 그런 산이 아니다. 숲이 그리 깊지 못하다는 것이지. 그리고 바로 언양읍과 울산과 양산의 황금들녘이 이어지니 참 특이한 지형구조다.
▲신불산 정상이 매우 무난하게 보이는데...
▲영축산과 억새평원
이런 산에 신령님께서 머무시기도 힘들 터인데...
이제 신불산부터 영축산 정상까지는 억새 대평원이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요새를 축조한 것처럼 성벽같이 가파른 암벽이 이어지고, 능선부터 서쪽으로는 완만하게 구릉이 이어진다. 이 구릉 전체가 억새밭이다. 다른 식물은 명함도 내밀기 힘든 환경인가보다.
그런데 이런 곳에 신령님이 머문다고? 내 부족한 소견으로는 그럴 생태환경이 아닌 것 같은데. ㅎ
▲신불산 정상에서 영축산 쪽으로 내려 서자 다시 만나는 억새 밭
▲고개를 넘으니 영축산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억새가 장관이죠.
하지만 우리가 억새에 너무 맘이 빼앗겨 있을 때 평원에 억새에 대한 안내판 뒤에 출입금지 푯말이 있었다.
안내문에 ‘칼을 심어 둔 도산검수(刀山劍水)와 열두 험로, 가을천리 신불평원은 천하비경이다.’이라는 말이 있다. 가을천리 신불평원에는 공감한다만, 도산검수는 어딨냐는 말이야? 이 평원에 단조산성이 있었다고 한다. 단조산성은 하늘이 감춘 땅이라고 하네. 동쪽 깍아지른듯한 벼량 쪽으로 길이 있는데, 그리로 내려가면 배내오재 중에서 가장 험하다는 금강골 아리랑재와 꼬꼬랑재가 나온다고 한다.
엄청 험한 지형이라 어사 박문수는 이곳에서 힘센 장사 혼자서 만명의 적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네.
'영화 300'에서 좁은 바위 틈에서 적을 물리쳤던 그리스인들처럼...
임진왜란 때 금강골을 오르는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굴렸던 석퇴가 동쪽 벼랑에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깍아지른 저 절벽 너머로 금강골로 이어지는 길이 있답니다.
▲영축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보이는 함작등, 죽바우등, 시살등이 참 매섭게 보인다.
영축산에 오르고 나니 금강골 쪽의 험한 지형과 달리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단아하게 보인다.
옥의 티라면...
영축산 정상에서 후미가 도착하자마자 냉정하게 출발~을 외친 선두 그룹...님들,
처음 계획과 달리 정 반대방향으로 하산의 물꼬를 트는 바람에 통도사가 아닌 통도환타지아로...
중간중간 길을 물었을 때마다 엉뚱한 길을 안내한 현지인들도 참~
무엇보다 “ㅆ”나오게 하는 양산시청 관계자 분들!
이정표에 ‘통도사’라는 세 글자 새겨놓으면 어디가 덧난다딥까?
오랜만에 15km가까이 걸은 데다 산행 시작(733m)과 달리 내려오는 길은 거의 177m까지 내려와야 하기에 무릎관절에 무리가 갔는지 통증이 심해 고생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자리에 간이휴게소가... 그 자리에서 통도환타지아가 보인다.
▲통도환타지아에서 바라본 영축산, 참 특이한 모습이다.
▲내려서는 길의 고도차가 참 심했다. 무릎이 고생 많았다.
사실 처음엔 발바닥 앞꿈치 통증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질병 때문에 순위가 밀린 것 같구나.
아무튼 너른 억새평원에서 원 없이 억새를 본 것 같다. 다음 달이면 억새꽃이 복스럽게 활짝 필 것 같지만 그리 아쉽지 않다.
발바닥 때문에 멈췄던 산행을 조금씩 해야겠다. 무릎이 조금이라도 훈련을 게을리 하면 통증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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