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벽산-국사봉-마티고개
6.3km 2:12
일기예보에서는 낮에도 영하권으로 한참이나 떨어지는 기온이었다.
가까운 산을 다녀오는 것이라 작은 배낭을 선택했는데,
춥다는 말에 거위털 패딩을 밑에 깔고 윈드재킷까지... 옷이 2/3를 차지한다.
게다가 혹시 모르니 아이젠까지.
다행이다 일기예보보다는 그리 춥지 않다.
추위에 핸펀을 꺼내서 사진찍느라 덜덜떠는 것이 싫어서 DSLR카메라를 지니고 나섰다.
장갑을 끼고서도 잘 눌러댈 수 있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들머리 사진이 없다.
어쩌다 지워진 것인지~
10년 전에 이 코스를 처음 발견하고는 그 설레는 맘으로
주말만 손 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거의 10년 동안은 어디 딴데 정신이 팔려 가까운 산을 뭉게고 있었네...
지금은 들머리에 시청에서 설치한 이정표와 명승지 안내판이 3개 나 세워져 있어
그리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땐 어찌나 황당하던지 대성약방 아저씨께 물어 보았더니 퉁명스럽게 알려주었었는데 ㅋ
세월의 흐름 속에 대성약방은 이제 문을 닫았나보다.
간판은 아직 걸려 있는데 셔터는 굳게 내려져 있다.
마티터널이 뚫리기 전 구(舊) 도로를 오르내리면서 불켜진 약방이 보이면
이제 강변길을 따라 가기만하면 집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오르려는 청벽산 가는 길의 포인트는
청벽대교를 가로질러 공주시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정말로 지독했던 한파였다.
때문에 산행을 빼먹기 좋은 핑계가 되기도 했지 ㅎ
몸은 바로 반응을 한다.
짧은 거리지만 숨이 턱턱 막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막혀 있던 땀구멍이 열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찍사들이 그리도 좋아한다는 포인트에 도착했다.
700m를 걸었다. 18:00정도 시간이 걸렸지.
고도는 185m로 낮다. 하지만 금강 바로 위에 커다란 바위 덕에 조망이 정말로 뛰어나다.
사실 강변도로를 달리다 보아도 그리 잘 보이지 않는 조망점인데 여기서는 3방이 잘 보인다.
금강이 얼어 붙었다. 강에 하얀 띠 같은 것이 얼어서 생긴 것이여.
멀리 공주시내까지 금강을 따라 국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붉은 불티교 너머로 블랙홀 세종시가 보인다.
조망 포인트에서 조금만 애를 쓰면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누군가 여기에 정성을 쏟았다.
"청벽산 277m
그리고 스마트폰 앱 트랭글로 등록이 가능하다는..."
뭐여 이게 광고판인지 뭔지 ㅋ
청벽산이라는 표지 두로 보이는 산줄기가 내가 가야할 곳이다.
남쪽으로 반듯하던 산줄기가 서남쪽으로 삐딱하게 이어지다 국사봉으로 바통을 넘긴다.
청벽산을 지나 옛날에 쓰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바위 봉우리를 오르면
잠시나마 세종쪽의 조망을 할 수 있는데...
10년 전에 후배들과 함께 이 바위에 걸터 앉아 미래를 이야기했던 때가 떠올라 잠시 걸음을 멈춰봤지.
이제 이 바위도 귀찮은지 우회로가 생겨나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사람들이 찾지도 않을 것 같다.
얼마간은 오르락 내리락 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느슨하게 내리막을 달리다보면 탁~ 트인 곳이 나온다.
산림박물관-충남과학고로 이어지는 임도가 튼실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힘들면 여기서 그냥 돌아가도 된다. ㅋ
이제 매봉으로 향한다.
이정표에는 1.3km라고 돼 있네.
산림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산행길이라 그런지 그리 험난하지 않다.
그리고 정비도 잘 해놓은 편이다.
대신 조망이라고는 눈을 씼고도 찾아볼 수가 없더군.
가끔 조망을 찾을 수 있는 포인트가 나올만한 곳은 "위험"지역으로 금줄을 쳐 놓았다.
정말 경치는 경치대로 볼 수도 없고 위험하기만 한 그런 곳 맞더군.
출발한지 1시간 정도... 3.1km를 걸었고 해발250m이다.
좀 지루한 오르막을 꾸준하게 오르다보니 "매봉재"다.
사진에서 보이는 성강리 쪽으로 100미터만 가면 "매봉"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국사봉".
숨을 돌리면서 매봉을 들릴까 말까, 고민 ㅎ
100여 미터를 걸어 당도한 매봉은 말이 주변 최고봉일 뿐이지 조망이라고는...
다시 매봉재로 돌아와 국사봉으로 향한다.
내려서는 길에 앞에 국사봉이 보인다.
잘룩한 허리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그 잘룩한 허리에서 다시 엣 마티고개 길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을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나온다.
매봉부터 시작된 싸늘한 바람이 국사봉 근처부터는 칼바람처럼 옷깃을 파고든다.
딸아이가 챙겨준 귀마개를 할까말까 걸으면서 한참을 망설인다.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 자차가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햇볕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지형이다.
높지 않은 지형인데 군데 군데 눈이 녹지 않고 있는 응달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국사봉이
신하가 임금 앞에서 부복을 하고 있는 것처럼 2개의 단을 형성하고 있어서 국사봉이라고 한다는데
봉우리의 형태로 봐서는 그 말이 맞기는 맞다.
국사봉 정상부에 작은 봉우리 바로 위에 더 높은 봉우리가 있어
아랫 봉우리를 부하 다루는 듯한 형상이 맞다.
국사봉이다!
누가 주변에 있는 돌을 억지로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발한지 1:40 4.8km 해발 392m
여전히 나뭇가지에 매달린 "국사봉"이라는 푯말이 여전하다.
10년 전에 일광욕을 즐기던 뱀에 놀라 부리나케 도망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ㅋ
정말 등골이 오싹했다.
꼭 지도책의 온천 마크처럼 '♨' 머리를 빳빳하게 세오고 있는데...
여기를 지날 때마다 그 뱀이 생각난다.
아마 이 돌무지 아래 녀석들의 소굴이 있을텐데 ㅎ
국사봉에 올라 형편없는 조망에 실망했다면,
80m를 더 가서 만나는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말라~
산불감시 무인카메라 뒤에 이렇게 절벽이 있다.
절벽에 서면 멀리 남쪽으로 호남고속철도와 청벽대교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산맥이 보인다.
그 산백을 기어 넘는 옛길... "마티"
겨울이라 그런지 마티를 지나 수정암을 거쳐 꼬침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이 훤히 보인다.
다른 때 같았으면 욕심을 냈을 텐데
몸이 영 아니다.
게다가 날씨도 이렇고...
욕심을 낼 형편이 아니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옜도로
마티터널이 뚫리면서 이제 드라이브 코스로 변해버린 고갯길이다.
이제 내려서는 길만 남았다.
탄탄한 길을 따라 갔는데 기도 도량이 나오더군.
도량 사진을 찍으려다 멈추고 말았다.
그 사람들은 정성을 다하는데 내가 흥미거리로 기록하고 말 것 같아서 그랬다.
익숙한 길이 아니기에 다시 올라 다니던 길로 들어선다.
왜 이리 숨이 차냐?
벌써 하산을 꿈꾸니 다시 오르려니 두 배 이상 힘이 드나보다.
산 아래에서 굿판이 벌어진 모양이다.
사진만 봐서는 조용할 것 같은 동네가 뻑적지근하다.
내려서는 길은 바로 마티가 아니라 밤 농장을 가로질렀다.
조금이라도 걷는 거리를 줄여볼 셈이었다.
욕심내지 않은 계획에 맞는 산행이라 만족한다.
점심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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