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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계룡산 | 설경에 빠지다! (갑사-삼불봉-관음봉-연천봉-갑사)

by 여.울.목 2018. 1. 14.

계룡산 설경에 빠지다!

10.98km  5:12(점심시간 포함)


 

새해 산악회 첫 산행!

강원도 정선과 태백의 경계에 있는 함백산을 찾기로 했다.
아~ 그런데 주 중 이어지는 혹한 때문인지 혹한만큼이나 썰렁한 참석률로 ㅠㅡㅠ

산행을 접기로 했다.

그래도 어디라고 가야지... 이러다가 이런거 고착화되면 안 된다.
솔직히 나도 이 추위에 새벽에 일어나 버스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오더라.

긍정적인 스트레스라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인데, 다들 너무하다는 생각.

 

어찌됐든 나에게는 다행이다.
감기 증세로 한 주 내내 골골거렸는데 가까운 곳을 찾는다니.
게다가 집에는 작은형까지 함께 주말을 보내려 내려온 상태라 겉으로 표현은 못해도 내심 반갑기까지했다.

 

 

2018-01-13_09-11-01갑사.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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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 더 따듯한 이부자리에 있고 싶다. 몇 시간 더 쥐어진 주말 시간인데 그 틈을 자꾸 게으름이 파고든다.
꾸역꾸역 배낭을 챙겨서 금강 둔치로 향한다.
주말에 날이 풀린다고 했는데 아침은 여전히 영하 10도 가까운 추위다.

 

산행 일정을 바꾼 후 추가로 더 온다는 사람들이 3명이나 되었는데,
밤새 못 온다는 연락을 해 온 사람이 3명 이상이나 된다. ㅠ

 

어찌저찌 출발을 한다만
이리도 추우니 총무자리나 하고 있는 나란 사람도 갈대처럼 흔들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냐.

 

갑사 주차장엔 거의 차가 없다.
주차료 3천원을 치르고 장비를 챙겨 입구로 향하는데, 입구까지 늘어선 상가들도 참 썰렁한 것이 맘 한 구석을 더 차갑게 하는 것 같다.
문화재관람료라는 것을 내라고 하는데... 이거이 어찌나 아까운지
아이 한 명까지 16명인데 15명이라고 바득바득 우겨댄다. 3천원이라도 꼭 남기고 싶은 생각이다.
이 추위에 일찌감치 두 명이나 나와서 입장료를 챙기는데 인건비라도 벌 양인지 나보다 더 살벌하다.
우리나라 특성상 종교는 없지만 기독교보다는 불교 쪽에 더 친숙한 것이 사실인데,
그런 친숙함에 돌팔매를 하는 것이 요놈의 문화재관람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절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는데 생돈 3천원을 받아가니 너무하다.
봉이 김선달보다도 더 하다.

입장료를 낸 기념(?)으로 사천왕문을 지나 갑사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산책길 같던 탐방로는 대성암 갈림길에서부터 작별을 고한다.
다들 겉옷을 배낭에 집어 넣고 아이젠가 스패츠를 차면서 본격저인 산행 준비~

용문폭포까지는 그럭저럭 얌전한 길이 이어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용문폭포를 지나 올라가는 아슬아슬한 길이 있었는데,
데크로 계단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이제 역부러 용문폭포까지 올 생각은 않는다.
그래도 이 용문폭포가 1박2일 프로그램에 박찬호가 입수를 하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ㅎ
난간을 살짝 넘어 옛길을 따라 올라가려 움직거리다가 낙엽과 눈에 가려져 있던 물웅덩이에 빠져 오른발을 흠뻑 적시고 만다. 메기 잡았당 ㅋ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기예보가 적중을 한 것인지 그리 매섭지 않다.
목을 감고 있던 워머까지 벗어던졌지만 땀이 온 몸에서 쏫아져 내린다.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그래도 맺고 끊는 것이 있어야 한다.
심흥암까지는 쭉~ 빼기로 한다.

신흥암 뒤로는 수정봉의 암봉군락이 병풍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맨 앞에 서서 왔는데, 암자 앞에 1번 무전기(산행대장)이 벌써 와 있는 것이다.
요 녀석이 독감이라고 뺀들거리다가 운전만 해주고는 뒤풀이에서나 함께 할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3천냥이나 입장료를 내서 그런지 금잔디고개까지 함께 한다고 하더니, 독감 걸렸다는 녀석이 배낭이 없어 그런지 펄펄 날아서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이다.
산에 올때 등산장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오는 사람보고는 산에 대한 예의가 없다며 매번 쓴 소리를 날리던 녀석이
운동화에 두꺼운 구스다운 패딩을 입고 생수하나 얻어 들고는 어린 아이처럼 팔랑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ㅋ

 



금잔디 고개다.
지금은 비법정탐방로가 된 수정봉으로부터 이어지는 금남정맥이 잠시 머물러 가는 고개다.

 



어제 밤에 살포시 내린 눈이 제법이었던지 세상이 온통 눈[雪]으로 가득하다.
습기를 많이 포함한 눈이라그런지 나무마다 솜처럼 매달려 가지가 위태로와 보이는 나무도 많다.
오늘따라 사람발길이 귀한 금잔디 고개의 눈이 굵은 소금처럼 햇빛에 반짝이며 평온함을 준다.

 



금잔디 고개에서 후미까지 기다리기엔 등짝에 흘러내린 땀이 식어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바로 삼불봉~
삼불봉 가는 길이 이리도 멀었나 ㅋ
한 주 쉬었다고 금잔디고개 오르면서 벌써 다리가 먹먹해졌나보다.

파~아란 하늘이 상고대의 멋진 배경이다.
어릴 적 졸업식 꽃다발속에서 보았던 스티로폼알갱이 나뭇가지가 생각 난다.
그걸 만든 사람들도 이걸 보고 생각해냈겠지.

 



멀리 장군봉 코스 너머 왼족으로 보이는 동네가 세종시다.
이제 대전보다 세종이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녹지가 거의 없는 삭막한 동네 같다. 멀리서도 도시라는 것이 느껴지니 말이다.

 



멀리 자연성릉을 타고 관음봉과 연천봉까지 오늘 갈 능선길이 보인다.
왼쪽에 구름에 계속 가려 있는 곳이 천황봉이다.
천황봉은 이리 맑은 날에도 저렇게 상서로운 구름에 가려져 있더군.

 



시선을 살짝 돌리면 아침에 지나왔던 계룡저수지가 은반이 되어 반겨주고 있다.

 



 

 

삼불봉을 내려서는데 드디어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엄청난 무리의 등산객들로 북적거린다.
삼불봉 오르기도 귀찮은지 우회로를 따라 우르르 몰려든다.

삼불봉을 내려서 능선을 타고 멀리서 바라본 삼불봉!

세 분의 부처님이 세겨진 것처럼 보인다는 봉우리다. 이렇게 자비로운 부처님과 달리 입장료를 3천냥씩이나... ㅋ 입장료 이야기 그만해야겠네. 쏘리~
이 포인트 말고 어떤 포인트에서 바라봤는데 정말 삼불봉이 세 분의 부처님이 계신것처럼 보이더라.
내 마음이 평온해서 그랬나? ㅎ



저 소나무의 가격은 얼마일까?
저 자리 있기에 그 가격은 어떻게 메겨질 수 없을 것이다.
1번 무전기~ 사진 찍히는 거 어지간히 싫어하는 녀석인데,
자세를 취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빨랑 찍어줘~' 안목 있는 녀석이다.
저 소나무의 진가는 뒤로 보이는 관음봉 문필봉 연천봉을 다 함께 옮겨 놔야 비로소 같아질 것이다.
지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풍광이다.

 



눈으로만 말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 귀한 풍경!
닭 대신 꿩이라고,
함백산 보다 계룡산이다.
첫 산행부터 삐그덕했지만 와 보니 날도 좋고 사람들은 더 좋고, 산은 진짜 좋고!!!

 

 



바다 속의 산호가 산 중에도 있다고

 

 

 

 

 



관음봉에서 지나온 자연성릉을 담다, 멀리 삼불봉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관음봉에서 쌀개봉,
그러니까 천황봉 쪽이다. 쌀개봉이 가려... 아니 상서로운 구름에 가려 잘 안보이는 천황봉
관음봉은 버스에서 단체로 내린 전주 산악회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문필봉과 연천봉
제일 뒤에 있는 봉우리가 연천봉이고,
앞에 두 봉우리가 지금은 비법정 탐방로가 된 문필봉 능선이다.
문필봉 봉우리 사이는 석성을 쌓은 흔적도 남아 있다. 말이 능선이지 어찌나 뾰족한지 발을 잘못 디디면 큰일 날 수도 있거든.
여기서 보면 뭉툭하지만 연천봉에서 제대로 각을 잡아 보면 정말 붓끝처럼 뾰족하다.
그래서 문필봉이고, 문필봉의 글월문(文) 때문에 문필봉의 정기를 받아 그 부근에 사는 사람들이 공부를 잘한다다 뭐래라 ㅎ
아무튼 가운데 키작은 봉우리가 문필봉인데,
봉우리에는 누구의 돌무덤인지 기도도량인지 제단 같은 돌무지가 있어 인상 깊게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연천봉고개에 다다르니 또 한 무리의 관광버스 산악회원들... ㅎ
전세를 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아니 당당하게 버너에 물을 끓이고 라면을 삶고 있네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바로 위 데크에서라도 전을 펴야 하는 거 아녀?

게다가 길도 비켜줄 생각도 않네.
인상을 찌푸리고 연천봉으로 향하는데 일행 몇몇은 그냥 하산하신다고 한다.
연천봉 경치도 쥑이는데... 억지로 가자고 할 수 없으니 혼자라도 간다.

연천봉에서야 바라보니 천황봉이 뿌옇지만 가깝게 와 닿는다.
언제 보아도 멋지다. 위풍당당하다.
이 맑은 날 저 구름은 천황봉에만 애정을 보인다. ㅋ



연천봉에서 바라본 문필봉
아래 공터가 헬기장인데 하얀 눈으로 살포시 덮혀 있는 것이 춥지만 따스하게 보인다.

 



올라갈 땐 몰랐는데,
내려올 때 만난 연천봉의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쌀개봉과 천황봉이 보이는데
우와~ 정말 짱이다.

혼자서 얼마간 이 풍경에 취한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던지.

 



게다가
초록이 한창일 때는 문필봉의 시야를 가리던 나무
그 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고 어제 내린 눈이 솜사탕처럼 드문드문 붙어서 적당히 앵글의 구도를 잡아준다.
환상적인 문필봉의 풍경이다.

 



이제 하산하는 길만 남았다.

처음에는 1번 무전기가 연천봉으로 올라 삼불봉~금잔디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사실 갑사~연천봉 코스가 계곡의 활기차지 않으면 정말로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코스인데...
어쩌다 녀석이 고른 지도 이미지의 화살표가 거꾸로 ㅋㅋㅋ
근무중에 갑자기 산행 일정을 바꾸느라 나도 정신 없는지라 그냥 공지를 하는 통에 얼떨결에 코스의 방향이 바뀌었지.

연천봉고개를 너머서 5백 미터 정도는 가파르기 그지 없다.
음지라 눈도 그대로라 앞서 가시는 연세 지긋하신 전라도 분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신다.

계곡소리가 들리는 갑사~연천봉 코스는 정말 끝내주는 곳인데
최근 가뭄으로 그 소중한 묘미를 느낄 수 없는 삭막한 코스가 되고 만 것 같다.

그나마 오늘은 몇칠동안 내린 눈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마치 자작나무 숲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흑과 백색으로만 그려진 멋진 미술작품이다.

 



올해는 이 계곡에 졸졸졸 물소리가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악회 첫 산행이 펑크나는 바람에 구성원 모두 상심이 컸는데,
멋진 계룡산 설경이 마음을 달래주는 것을 초월해서 엄청난 선물을 주었다. 
이 기분에 뒤풀이도 굳힌 차량 임차비로 상다리 부러지게~

다 좋은데 술을 넘 많이... 속이 안 좋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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