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초판1쇄 2017/11/29
초판9쇄 2018/04/25
기욤 뮈소
양영란
도서출판 밝은세상
문학>소설
기대도 않았던 도서증정 이벤트에 당첨 되었다.
사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돈 주고 사기는 참 오랜만이다.
이런 종류? 소설 말이다.
주로 자기계발서나 경제 관련 부류의 지식 습득을 위한 도서 구매가 주가 되어왔다.
뭐에 쫓기듯... 이러지 않으면 자꾸 뒤쳐진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나?
어쩌다 소설책을 구입할 때는 클래식한 명작이나 민음사 문고판이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최신판 소설을 읽는 호사를 누린 셈이다.
책은 이렇다.
한 천재 화가가 아이를 잃은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풀리지 않은 어린이 연쇄 납치‧살인과 연결된다.
솔직히 이런저런 스릴러 영화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서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매듭은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 소설이기에 가능한 등장인물마다의 유명세.
나 같은 평범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의 설정이다.
그러기에 나 같은 사람에게는 큰 걸림돌이었을 재정적인 것을 포함한 이런저런 어려움들은 저자의 이야기의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스파르와 매들린이 숀 로렌츠와 줄리안 부자의 사건에 뛰어들게 된 고리가 애매모호다.
오로지 스토리 전개를 위해 너무나 감상적이거나 추상적으로만 풀어놓았다.
그런 조금은 허무맹랑한 연결이 곳곳에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소설을 읽은 독자로서 구성이라는 객관적 시각이라는 명분으로 주관적으로 느낀 점일 뿐이다.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재미와 흥미는 뭐가 다를까?
소설은 가스파르와 매들린의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눈으로 훑어가면서 읽는이의 마음도 요동친다.
가스파르나 매들린의 아픔, 숀 로렌츠와 주요 등장인물의 삶의 리스트를 보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 그들의 과정을 겪지 않았을 어른은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런 감정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 것 같다.
범죄수사전문 집단도 풀지 못했던 사건을 억지로 풀어낸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그들이 겪는 감정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과 삶의 환경이 서설의 소재에 까지 변화를 준 것이다.
좀 허무하고 맹랑한 결말이지만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상처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치유하느냐
우리는 혼자서가 아니기에 그 치유를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대충 얼버무린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담금질의 과정을 함께 겪었으리라 생각된다.
가스파르가 온 몸으로 맞았던 시원한 빗줄기가 생각난다.
30년도 넘은 어떤 날 그런 소나기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던 내가 생각난다.
<상처에 대하여-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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