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놈의 발모가지...
2주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제정신이 아니다.
어제 갑갑해서 갑사를 잠시 거닐었더니 발목이 다시 부어 올랐다.
침이라도 맞을 요량으로 '연춘당한의원'을 찾았는데,
대기 인원이 11명~ 포기할란다.
나온 김에 잠시 작은 아이 바람을 쐬여주고
큰 아이 학원 끝나면 픽업하기로 하자.
타임킬러로
지나가다 눈에 띄어 들른 '공주풀꽃문학관'
나태주 시인이 지인들과 문학활동을 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문학관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려는 순간
아이가 이상한 생물체를 발견했다.
부리는 부엉이를 닮았고, 눈동자는 노랗다.
날카로운 부리를 보니 정말 부엉이나 조롱이 새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녀석을 어쩐다.
아내가 시청에 전화를 했다.
- 야생동물구조대를 보내달라고,
- 기다리란다.
다행히 전주에서부터 여기까지 놀러온 아주머니들께서 지켜보고 계신다고,
문학관 관람을 하고 오라고 한다.
들꽃문학관은 일본식 가옥의 구조를 하고 있더군.
아이가 어릴적 보았던 토토로가 생각난다도 하네.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아직 구조대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길냥이들의 공격 대상이 될 것 같아 걱정된다.
전주에서 오신 분들은 먼 길 되돌아가시고,
다시 아내가 전화를 한다.
충남야생동물보호센터
-사진을 찍어보내주세요.
-소쩍새, 천연기념물 입니다. 녀석을 데려다 산에다 놓아주세요.
-우리는 그렇게 하기 힘들어용~
공주 담당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연락이 안된다.
당직이라도 하고 있는지 예산에서 40분 내로 올테니 기다리란다.
혹시라도 산으로 날아가면 연락을 달랜다.
계속 지켜보란 말이지? ㅎ
소쩍새
올빼미과(Strigidae)
천연기념물 324-6호
파키스탄, 인도, 인도차이나, 말레이반도, 중국 남부와 동부, 한국, 러시아 연해지방, 일본, 사할린에서 번식하고, 말레이반도, 수마트라에서 월동한다. 전국적으로 서식하는 흔한 여름철새다. 4월 중순에 도래해 번식하고, 10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야행성으로 주로 나방을 먹는다. 둥지는 자연적으로 생긴 나무 구멍, 딱다구리류의 옛 둥지 등을 이용한다. 봄부터 여름까지 밤에 도심, 시골 가릴 것 없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컷은 "소쩍 소쩍" 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산란기는 5~6월이며, 알을 4~5개 낳아 24~25일간 포란하고, 새끼는 부화 후 23일 후에 둥지를 떠난다.
<출처: 다음백과, 일부 발췌>
그렇게 녀석을 지켜보기를 시작한지 장장 1시간이 넘었다.
구름이 두터워 직사광선은 없지만 습도가 높다.
아이는 덥다고 투정 섞인 행동을 보이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니 그냥 가도 되나 싶지만,
전화는 우리가 했는지라
멀리서 온 구조대원이 우리를 먼저 찾을 것 같고... 어쩐다.
한 시간 넘게 여기에 묶여 있으면서
식구들 모두 모기에게 헌혈까지 하고 있다.
녀석이 주차장 자동차 밑으로 몸을 숨긴다.
다시 조금씩 움직이더니
마치 닭처럼 날다 뛰다를 조금씩 반복해 문학관 쪽으로 날아간다.
아예 숲으로 도망쳤으면 지루한 기다림은 면했을 텐데.
문학관 앞 정원 풀숲으로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을 낮은 풀섶 사이에서 서 있으며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급기야 소나무 사이로 숨어버린다.
제대로 잘 숨었다.
생존본능
이제 그만 집으로 갈까?
전화는 괜히 했나?
녀석의 삶에 우리가 괜한 관여를 하는 건가?
드디어 구조대원이 왔다.
녀석에게 우선 단백질을 보충해준다.
살아 있는 벌레를 먹인다. 거의 반강제로.
녀석을 풀숲에 풀어줄 건데, 어미를 만나거나
적응할 때까지 버틸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거란다.
녀석은 집을 옮기는 이소(移所) 과정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다행히 날개도 멀쩡하고 외상도 없다.
구조대원 말로는 3주 정도된 아이로 독립할 때가 된 거라고 하는데,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그정도로 큰 때는 아니더구먼. ㅋ
아무튼 녀석은 그렇게
구도대원에 의해 숲으로 되돌려졌다.
우리는 홀가분한 맘으로...
내가 아이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화다.
녀석이 꽃을 제대로 피워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녀석뿐아니라
나도,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
조금 오버한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향한 바람이다.
기죽지 말고 멋지게 살아봐라! 소쩍새야~
예산에서부터 먼 길 달려온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대원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분 왈
이곳이 녀석들이 살기 딱 좋은 환경이란다. 다행이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 소비할인권 (2) | 2020.08.14 |
---|---|
시화 - 나태주 (0) | 2020.07.23 |
청폐, 폐청소 (0) | 2020.07.01 |
그 때도 많이 아팠구나 (1) | 2020.06.30 |
눈 건강 지키는 방법 (0) | 2020.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