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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봄은 시작의 연속이다, 꼬침봉(416.1m)-마티(216m)-청벽(277.3m)

by 여.울.목 2021. 4. 11.

딱 일주일 전이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일기예보.

올해 봄꽃도 이렇게 끝이나는가?
사무실에서 묻혀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안녕? 봄!"이라는 반가움이 아니라
"안녕~ 봄... ㅠㅠ"이라는 아쉬움이 나를 묵직하게 한다.

비 예보에 잔뜩 찌푸린 하늘은 그나마 남아 있는 봄꽃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조금 쌀쌀한 날씨에 사람들의 발자국도 뜸하다.

그리 날카롭지 않지만 예리한 바람이 공산성 왕궁터를 휩쓸고간다.
무협지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장면이 펼쳐진다.
우수수 꽃잎이 자연낙하를 한다.

 

 

바람의 참견을 견디지 못한 녀석들이 꽃길을 만든다만,
그것이 꽃길인데 꽃길이 아니다.

이렇게 2021년의 봄은 찰라에 머무는 구나...

아~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매 바라본 금강!

어제 내린 비는 강물에 힘을 보태고
강 건너
산과 들을 연두빛으로 혈색 돋게 한다. 

올 봄은 나를 유찬히 움츠려들게 하는 것 같더만,
영락없이 새로운 시작들은 알려주고 있다.
실망하지 말고 새로운 시작을 즐겨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났다.

"바쁨"이라는 핑계가 이런저런 "변병"들과 뒤엉킨 혼란스럽게 분주한 주(週)였다.
녀석들을 엉성한 주머니에 몰아 넣고 토요일을 맞이한다.

아침다.
여전히 미세먼지 예보는 OK.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는데,
아직 어디를 찾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사람 그림자도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멋진 풍경도 볼 수 있는 경로를 되 짚어보기로 한다.

들머리는 충남 공주에 위치한 "대전교육연수원"이다.
마눌님께서 기꺼이 보탬을 주시니
꼬침봉~마티~국사봉~매봉재~청벽산~창벽 종단 코스를 그려볼 수 있다.

 

2021-04-10_꼬침봉_마티_청벽.gpx
1.18MB
꽃송이 뒤로 꼬침봉
꼬침봉에서, 왼쪽에는 우산봉 오른쪽으로는 장군봉 가는 산줄기
꼬침봉에서, 상신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계룡산
꼬침봉, 육(肉)산임이 분명한데 정상부는 골(骨)산에서나 볼 수 있는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꽂힌듯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오르고 내리는데 쿠션감이 있으면서도 주변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는 장점이 있지.
꼬침봉에서 내려서다 만난 침엽수림. 이게 다다. ㅋ 좀 큰 맘 먹고 조림하시지...
마티로 향하는 길,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다 잠시 너른 바위가 땀식힐만한 조망을 선물한다.
마티로 향하는 길, 마티터널 윗 부분에서 대전쪽으로... 우산꼬다리처럼 보이는 "우산봉"
마티를 거쳐 올라가야한는 국사봉, 마치 신하가 엎드려 있는 모양이면 대부분 "국사봉"이라고 붙인다고 한다. 봉우리 두 개가 완만하게 이어져 있는 형상이 마치 그렇게 보이니 그랬다는데, 거기에다 좋은 이야기 소재를 붙이는 곳도 많다고 한다.
국사봉 정상에서 조망권 때문에 실망하기 전, 산불감시 카메라 앞 바위에서 열심히 오른 보상을 실컷 누리고 가야한다.
진달래야 벗꽃아 이젠 안녕~! 내년에 보자. 이젠 철쭉이 시작이다.
23번 국도(↕)는 금강으로 내달리고, 호남고속철도(↔)는 수줍게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구비구비 마티를 휘감는 옛 국도길은 라이더들에게 천국이다.
정작 국사봉 정상은 참나무로 포위당해 볼거리가 없다. 요즘 돌탑 쌓기에 맛들린 사람이 꾸준히 찾나보다.
매봉재를 지나 청벽 포인트로 가기 전에 오솔길로 들어가면 불티교 너머 세종시가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유명한 청벽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