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새벽까지 그랬나보다.
그냥 시원하게 내려줬으면... 차가 온통 황토로 얼룩이다.
그래도 그렇게 내린 비로 강물은 더욱 신나보인다.
초록은 금새 수줍은 티를 벗고 당당해지고 있다.
날 뜨거워지면 초록은 더 우쭐거리겠지.
시간은 이렇게 시계바늘을 돌려놓고 있다.
한 주 내내 찌든 스트레스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한숨 보다는 건강한 들숨과 날숨으로 내 몸을 씼어내고 싶다.
신선봉과 우산봉을 찾아보련다.
신선봉과 갑하산 사이의 골짜기에 몇 곳의 먹거리 식당이 있다.
아마 그래서 먹맹이골이라고 하는 가보다.




마티터널을 빠져나오자 새벽까지 내린 비가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우산봉 꼬다리에서 미적거리고 있다.

금방까지 내린 비로 숲은 온통 차분하다.
금방까지 내린 비로 숲은 온통 초록에 활기를 머금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아 산행 초반 잠시 미끌... 바위에 무릎을 찧고 말았다.
아프다.
아파도 걷는다.
금새 통증이 사라진다.
숨 가픈게 더 힘드니깐. ㅎ
그래도 덕분에 액땜을 하고는 안전산행을 했지.
여기저기 미끌거리는 곳이 많더라.

곳곳에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제 이런 흔적을 지나면서 가파름은 더욱 거세진다.
헐떡거림 속에서
엇그제까지의 속세에서 있던 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순서도 없는 잡다한 생각, 그래도 주제를 잡는다면,
"대체 내가 무얼 선택할 수는 있는 건가?" 였다.

그런 잡스런 생각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헐떡거림에 더해진 허기짐이 생각을 앞선다.
아니 생각이 허기짐을 앞서지 못한다.
그렇게 오른 신선봉은 멋진 지우개다!







신선봉이나 갑하산만 오르면 많이 섭섭해 해야 한다.
왜? 그저 헉헉대가 끝난깐.
신선봉~우산봉 구간은 완만한 능선 코스다.
이 코스를 선택할 때 나는 모자도 쓰지 않는다.
온통 하늘을 덮는 숲 그늘 때문이다.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멋진 풍경이 잘 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신선봉에서, 왔던 길 그대로 내려서지 않고 공덕암 근처로 내려왔다.
하산길 참 좋았다.
무릎 통증 때문에 "하산길"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데,
오늘은 좋았다.
차분한 숲 때문인지 내 맘이 차분해져서 그런지.
많은 생각을 접고 지우고,
언제쯤 새로운 생각을 쓴다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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