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사지 당간지주→상신탐방지원센터→큰배재→남매탑→삼불봉(777m)→관음봉(766m)→문필봉(756m)→갑사
상신마을
가을이가 이대로 지나간다.
몇 주 전부터 제대로 단풍구경하려고 휴가까지 냈는데,
시간을 딱 맞춘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
쌀쌀한 바람이 부니 조급함에 가까운 계룡산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택한 코스, 상신
하신리를 지나 상신리로... 마눌님께서 태워다 주신다.
머지 않을 김장에 이제부터 한 몫을 해야하니 시간 날때 열심히 산에 오르려한다.
아무튼 내 소소한 산행에 적극 찬성해주는 마눌님께 감사.
돌담 위에 다소곳이 자리한 국화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생각지도 않게 많은 등산객을 만난다.
많다? 그렇다고 북적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코스가 그리 인기 있는 곳은 아닌데 적잖이 사람들을 만난다.
그것도 산행을 마치고 내려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을의 끝자락
골짜기를 찾는 햇볕은 여전히 게으르다.
뿌연 볕 사이로 낙엽이 비처럼 내린다.
아직 끈을 놓지 않은 나무잎은 찬 바람이 휘익~ 지나가면 우수수...
주된 등산로와 만나는 큰배재부터는 장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남매탑은 정말 장이 선것 같다. ㅋ
기세를 몰아 삼불봉으로~ 삼불봉을 오르는 철계단에 긴 줄이 이어진다.
각자 다른 산행 속도가 엉켜 유원지를 입장하려 길게 늘어선 것 같더라.
삼불봉은 몸살을 맞고 있다.
나까지 정상석에다 인증샷을 붙일 여력이 없다.
삼불봉은 한 발짝 떨어진 봉우리서 바라본다.
나이들수록 정말 삼불봉이 三佛峰 같다는 생각.
종교는 없지만 숙연해진다.
자연성릉은 벌써 겨우살이 채비를 마쳤는지 휑하다.
내 맘속까지 찬바람이 부는 것이여.
오르락 내리락을 바복하다 가파른 계단에서 최고의 심박수를 올리다보면 관음봉이다.
여기는 한 술 더 뜬다.
대전사람들이 동학사를 통해 가장 빠르게 계룡산을 접하는 곳이기 때문에
문필봉 정상석 앞에는 자연스레 줄이 지어져 있다.
그 또한 내 삶인데
바스락거리는 떡갈나무잎을 밟으며 아슬아슬 문필봉이 오른다.
암봉에 걸터 앉아 조용필의 "그 또한 내 삶인데"를 귓속으로 밀어 넣는다.
머리부터 어깨까지 걸쳐있는 무거은 것들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지나온 삼불봉부터 관음봉을 지나 천황봉까지 능선과 봉우리를 파노라마처럼 늘어 놓는다.
이제 다시 산행을 정리하고 세상 안으로 돌아 가야한다.
그 또한 내 삶이 아니라. 내 삶이다. ㅎ
집으로
갑사골은 아직 붉은 단풍으로 가득하다.
저 안으로 들어가서 집으로 가는 거야.
울긋불긋한 모양새를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못한 단풍이네.
아쉬움을 구겨 넣고 서둘러 우리 마눌님을 만나러 간다.
빼곡히 찬 주차장만큼 갑사로 들어서는 아스팔트는 거북이 행렬로 가득하다.
남은 힘을 짜내 뜀박질로 삼거리까지 뛰어간다.
조금 더 뛰어가면 도로위에서의 기다림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차 안은 마눌님과 아이의 환한 웃음으로 출렁인다.
뭔지 모르지만 다독거려진 내 맘, 이젠 진하게 낮잠 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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