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수월한 산행을 위해 술을 피하려 했는데 점심 반주에 없던 저녁 모임까지 꾸려졌다.
일요일
비에 하루 미뤘던 산행을 해야만 한다.
편치않은 속에 아침끼니를 우겨 넣는다.
주차장-석천암-낙조대(808.9m)-마천대(878.9m)-군지구름다리-수락계곡-주차장(원점회귀)
8.2km 4시간 7분(점심시간 포함)
<철쭉은 아직...>
2021.10. 대둔산 수락 쪽 석천암을 오르며 맞은편 월성산의 평퍼짐한 구릉에 한껏 감탄했지.
활짝 핀 철쭉 군락을 기대했는데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
먼발치서 바라봐도 실망스럼이 크다.
한 주 늦춰 왔으면 조금 더 만발했지도 모른다.
<석천암>
평화로운 수락계곡 데크를 버리고 석천암으로 향한다.
오르며 느꼈던 고달픔이 비슷했나 속리산 천왕봉 가는 기억과 서로 뒤엉킨다.
오늘 세 번째 오름에 다름을 각인한다.
석천암까지 600미터 쯤 되는 오름길이다.
초입부터 반 조금 넘게 너덜지대다. 가파름을 최소화하려 사선으로 나 있다.
자칫 무릎이 너덜거릴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런 길이다보니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아이가 음악을 튼다.
아이와 함께 하니 혼자보다 훨 나은 산행이다.
석천암을 무심하게 지나쳐 암자 뒤 우람한 바위에 오르니 아이가 탄성을 지른다.
멋진 풍경을 즐길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석탑은 경주 남산의 것을 모방한것 같은데 풍경만은 그에 못지 않다.
<낙조대>
낙조대까지 가파르지만 암릉 구간이 주는 멋진 풍광이 가슴까지 트이게 한다.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연초록의 잎 사이로 분홍빛 철쭉이 보인다.
꽃망울이 더 많아 다음에 오는 사람까지 기쁘게 할 것 같다.
낙조대에 다다르니 마천대가 손에 잡힐 것 같다.
논산 태고사와 전북 완주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천대>
낙조대에서 마천대까지 한 1km 정도 능선길을 간다.
가끔 편한 길 말고 험한 옛 길을 따라 가면 힘든만큼 멋진 선물이 눈 앞에 펼쳐진다.
토양 자체가 영양분이 많아 보인다. 진흙질 토양은 토요일 내린 비를 그대로 안고 있어 질퍽거린다.
자칫 넘어질까 조심거려야 한다.
마천대는 노동절 연휴를 틈타 한땀한땀 걸어온 사람들과 게이블카를 타고 즐기려 온 사람들이 뒤엉켜 장터를 이뤘다.
<군지구름다리>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길이 4km 조금 넘는다.
군지구름다리 철계단을 정점으로 내리막이 장난 아니다.
아이가 석천암으로 시작한 게 다행이라고 한다.
가파름이야 비슷한데, 힘들어도 비경에 땀값을 하는 석천암 쪽과 달리 숲 사이로 무작정 내려서야 하는 만큼 체력만 소비되는 구간이다.
군지구름다리에 다다라서야 숨통이 트인다.
격렬한 내리막은 구름다리와 철계단을 마지막으로 수락계곡 데크길에서 평온을 되찾는다.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공감을 가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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