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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나의 계룡산 최애 코스, 장군봉

by 여.울.목 2023. 8. 19.

병사골-장군봉-임금봉-지석골

2023.8.19.()
2:20
6.07km
2.6km/H

 

Climbing_2023-08-19_장군봉.gpx
0.61MB

 

 

새벽이다. 더 자고 싶은데, 요 몇 주 내내 이른 아침마저 상쾌하지 못하다.
조금이라도 덜한 더위에 움직거리고 주말을 주말답게 쉬고자 산행 채비한다.
서둘렀지만 아침 7시를 넘겨 걷기 시작했다.

얼마 전 신문에 장마로 체온 조절을 위해 움직이는 뱀을 자주 본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장군봉서 처음 뱀을 봤다. 공주대간에서 자주 보는 유혈목이와 생김새가 다르다. 등산로를 가로막고는 내 발자국 소리에도 냉큼 비켜서질 않는다.
스틱으로 몇 번 겁을 주니 굼뜨게 움직인다. 검색해보니 검은 무늬의 살모사다. 야행성이라 그리 굼떴나?
평지 걸을 때 느꼈던 선선함은 어딜 가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첫 번째 뷰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장군봉까지 얼마간의 숲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거 웬일이냐? 벌레들이 이 코스까지 난리다.
그간 내린 비로 등산로 곳곳에 하얀 곰팡이가 눈치를 보며 피어있다.
숲이 온통 이 정도니 뱀이니 벌레니 극성인 게다. 잠시 땀을 훔치려면 여지없이 벌레 떼가 달려든다.

탁 트인 봉우리, 공기 흐름이 좋아서 그런지 벌레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멋진 능선 - 멋진 만큼 오르락내리락 많은 체력 소모를 불러온다.
아침을 꼬박 챙겨 먹는 내게 공복감이 몰려든다.
어지간히 오르고 내린다. 거의 수직 이동이 많은 구간이다.
그만큼 멋지고 많은 에너지를 쓴다.
이 맛에 여길 찾지, 짧은 시간이지만 계룡산이 품고 있는 감동과 힘듦을 흠뻑 베어 물고 올 수 있다.

더 지치기 전에 갓바위 전 임금봉을 살짝 빗겨 돌아 지석골로 내려선다.
울퉁불퉁한 능선과 달리 하산길 내내 날벌레와 씨름을 해야만 했다.
멧돼지 잦은 출몰 지역인만큼 흙이 검고 양분이 많아서인지 이런저런 곤충이 많다.
그나마 사람 많이 다니는 길이라 거미줄 없어 다행이다.
힘듦과 시간 타령은 둘째치고 완만하게 내려서는 전나무 숲이 주는 매력에 이 코스로 자주 하산하는데 오늘은 아니다.
지석골 가는 길 내내 날벌레를 쫓느라 휘적거리느라 스틱은 제 역할을 못한다.

빨랑 벗어나고픈 생각에 지석골을 벗어나니 따가운 햇볕이 살갗을 파고든다.
개운하게 씻고 아침 먹고 싶다.
쏟은 만큼은 꼭 아니라도 얻고 갈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차분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 흘릴만큼 흘렸으니 마를 줄 알았는데... 지속되는 폭염에 꾸준하게 괴롭히는 구나.

 

병사골~장군봉 사이 뷰포인트에서 본 삽재교차로
장군봉에서 - 하신리, 멀리 상신리
장군봉에서 치게봉-황적봉-천황봉-쌀개봉... 연천봉
장군봉 이웃 봉우리에서 임금봉-신선봉, 황적봉-천황봉-쌀개능선~
임금봉 근처에서 지나온 장군봉을 바라본다.
지석골로 내려서는 길, 전나무 숲
장군봉 봉우리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