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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공주대간 잇기1_200903.07.

by 여.울.목 2014. 8. 29.

공주대간 잇기1
200903.07.

 

우연히 모임자리에서 "수원지를 도는 산행코스가 있는데 같이 가보지 않을래?"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서는 이번 산행을 시도하려 한 달 동안이나 별렀다.
나름대로 '대전 둘레산 잇기'라는 행사를 보면서 내가 사는 공주지역도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한 번 '공주 둘레산 잇기'를 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우선 시작은 아는 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산행 중 만난 분들에게서 둘레산 잇기 코스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금강에서 시작해서 동학혁명 격전지 우금치
공주대교 부근, 옥룡동-봉화대(월성산)-농치고개-공주농고제2농장 뒷산-능암사 뒷산-수원지를 멀리돌아-지막곡산-우금치

둘째, 동학혁명 격전지 우금치부터 금강까지
우금치-새재-서열봉-공주경찰서-금강을 가로 넘어 연미산

첫째코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솔직히 둘째 코스는 시작점을 정확히 모르겠다.

내심 이런 생각에 긴 산행을 생각하고 있는데 감초선생께서 전화를 한다. 같이 가자고.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가기엔 모르는 길에 거리도 꽤 되니 혼자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10:15 감초선생과 봉화대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11:50 봉화대(월성산) 정상에서 짊어지고 온 온수에 커피를 녹여 한잔씩 했다. 내 웅장한 꿈에 자꾸만 제동을 걸려고 하는 감초선생...

11:00 감초선생을 다독거려 내려 보내고 남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이런... 길이 이렇게 좋을 수가? 길을 잃고 헤맬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봉화대 정상에서 600여 미터를 내려오자 효포초등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자주오는지 '효포초등학교 방향'이라는 안내판이 갈림길에 걸려 있다.

그리고 200여 미터를 더 내려오니 고갯길과 만날 수 있었다. 효포 쪽과 금학동 쪽을 이어주는 도로다. 도로를 두 동강 내며 다시 남쪽으로 산등을 타고 오른다. 꽤 가파른 길이다. 막 숨이 차오를 즈음 나지막한 봉우리에 도착했다. FRP로 만든 초소다. 산불감시 초소인가? 그대 안에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하다. 씁쓸하다.

11:40 지나는 사람마다 웃음을 머금고 가벼운 인사를 던진다. 오르락 내리락 봉화대를 출발한지 40분이 지나서 뷰포인트를 만났다. 봉우리의 모양은 봉화대와 흡사하다. 동쪽으로 아래를 쳐다보니 공주농고 제2농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 돌리면 효포초등학교도 보이고, 멀리 계룡산 삼불봉이 싱긋 웃고 있다.

봉화대에서부터 3.2km거리다.

자리가 좋은지라 배낭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달콤하게 흘린 땀을 닦아내고 컵라면을 불려 먹으려 했더니 앞서 도착하신 아줌마 아저씨들이 왁자지껄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계신다. 종이컵 한 가득 소주 한잔을 얻어 마시고 사진 몇장 찍고는 멋진 풍경을 뒤로 하고 또 남쪽으로 향한다.

12:20 봉화대부터 6.3km왔다. 봉우리 높이는 344미터다.

멀리 서쪽으로 웅장하게 높은 담처럼 보이던 산줄기가 점점 가까워진다. 내가 점점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길을 나만 다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날씨가 따스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웬만한 산 보다 길이 판판하게 잘 다져진 모양새가 사람들이 어지간히 들락거림을 알 수 있다.

내 움직임에 놀랐는지 덩치 큰 새 한 마리가 느릿하게 날아오른다. 솔개다. 내가 먹잇감으로 보였는지 나 때문에 휴식을 망쳐서 그랬는지 내 머리 위를 계속 큰 원을 그리며 돌다 사라진다. 오랜만에 보는 새다운 새다.

12:45 봉화대부터 7.7km왔다. 봉우리 높이는 386미터

이제 가파르게 내려가고 올라가고, 서쪽을 향해서 걷는다. 이제 아까 높은 담장처럼 보이던 산줄기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멀리 수원지가 보인다. 이 많은 산들이 걸려주는 깨끗한 물이 저 조그맣게 보이는 수원지로 모여드는 것이다.

봉우리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만났다. 몇 번은 와 본 경험이 있는지 우금치로 가는 길과 수원지를 지나 금학동으로 가는 등산로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한 무리를 보내고 컵라면을 불려 먹고 따스한 햇살로 맘껏 샤워를 했다.

13:30 봉화대로부터 12km왔다. 우금티다.

내리막이라 속도를 내며 꽤 긴 거리를 북쪽으로 향하며 내려왔다. 나무 사이로 수원지가 보인다. 좋은 경치인데 뷰포인트가 없다. 그렇다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를 일부러 잘라낼 수도 없을 테고...

많이 걸었다. 지나오며 만난 분들, 나와 반대방향에서 출발하신 분들이 대견스럽다. 계속 완만하지만 길고도 긴 길을 올라 왔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금티 근처에서 둘째 코스로 접어드는 길목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걸었다. 피곤하다.

오랜만에 운동으로 땀을 쪽 뺐다. 몸은 피곤하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경식이가 엄마와 동생과 함께 우금티에서 나를 맞아줬다.

이제 두 번째 코스를 생각한다. 첫째 코스보다는 멀지 않을 것 같다. 집에 와서 지도위에 산행 때 GPS로 확인한 경도 위도를 표시해 보니 남쪽으로는 계룡면 경계까지 내려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