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 단풍놀이
2008.11.08.
갈 사람을 물색했지만
역시 '산좋아'였다. 주최측자 平上선생과 약방의 감초 나, 산초와 헷갈리지 말라 난 말랐으니까, 맨 날 할 일없이 빈둥빈둥 놀면서도 할 일이 없어 '산좋아'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는 부랑자이지만 그나마 아내와 두 아이에게 인정받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산행에는 꼭 참석하려는 무지막지한 '산좋아'의 돌쇠다.
단 2명. 그래 나 혼자 죽을 동 살 동 산행을 하며 발버둥도 쳤는데 두 명이면 보건교사다.(양호하다)
"그래 계룡산이라도 가자" 그렇게 출발한지 1분도 안 되어 "그래도 가을산은 내장산인데..." 행선지를 바꿨다. 내장산.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단지 정읍 휴게소에서 만난 수많은 '내장산행' 관광차를 보고는 조금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읍시를 가로질러 이제 조금(?)만 가면 되는데 길 한가운데서 차가 멈춰 섰다. 설마? 이러다가는 하루가 지나도록 목적지에 가지도 못할 것 같다. 샛길로 빠지는 사람들을 따라 고부랑 길을 달려갔다. 샛길도 잠시, 저수지 근처에서 또다시 노상 주차장을 만났다.
하는 수 없이 차를 삼거리에 세워 놓고 걷기 시작했다. 나 말이야 발바닥에 물집 잡혔다. 아팠다. 근 10km를 강행군해야 했다. 근 15년 만의 행군이다. 그 동네 축제까지 겹쳐 솔직히 사람 단풍이지, 자연의 단풍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포기할까 말까 하다 결국 길바닥에 뿌린 기름값이 아까워 끝까지 가기로 했다.
-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색의 조화 -
오랜만에 만난 등산길, 난 산 체질인가 보다. 발바닥이 아팠는데 이제 아프지도 않다. 근데 주최측은 또 과부하에 시달린다. 그래도 대단했다. 그렇게 걷고도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平上선생께서 頂上선생으로 다시 한 번 거듭났다.
- 頂上으로(잠시) 거듭 난 平上선생 -
아 근데 평상선생께서는 단풍이 별거 아니라고 푸념이다. 올해 가을 가뭄이 심해 어쩔 수 없었는데. 하지만 난 단풍도 단풍이지만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느꼈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을 지경인데...
- 멀리 서래봉, 그리고 월영봉 자락이 보인다 -
평상선생님 그러니까 당신은 정상이 아니라 평상입니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을 정복했다고 냉정하게 뒤돌아 등을 보이면 어쩌란 말입니까? 내 수 많은 발걸음이 한 데 모아져 정상에 오른 것이고 또 모아져 따듯한 마이 홈에 갈 수 있는 것인데.
- 산좋아 약방의 감초 윤선생 -
사실 등산로는 계획하기로는 전봉준 기념 공원에서 '서래봉-불출봉'을 도는 코스였는데, 그 동네 축제 안내원의 상술에 속아 긴~ 행군을 해가면서 엉뚱하게 내장사를 통하는 코스로 접어들고 만 것이다. 덕분에 발에 물집 잡히고 사람구경은 잘 했다.
- 불출봉 정상에서, 유난히도 돋보이는 색깔이 있어 담아왔다 -
내려오는 길은 원래 계획대로로 내려왔다. 다시 걸어서 삼거리까지 가는데 짜증나더라. 집에서 일 좀 하려고 쌓아 놓은 일거리가 머리를 무겁게 한다.
다시 고속도로다. 막힌다. 진짜로... 결국 그나마 다행인건 중간에서 국도로 나와서 열심히 달렸다. 길 막힌 것만 생각gk면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지만... 그래 한 시간만 일찍 나왔어도 그리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다. 아마 나만 변치 않는 다면 그대로 그 자리 있을 내/장/산
사실 그날 긴 여정 때문에 다음날 밤을 꼬박세워 일을 해야 했다. 그래도 후회 안 한다.
산... 난 항상 힘들 때면 산을 찾았다. 혼자서 골똘히 생각할 것이 있다면 자연과 더불어 많은 것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산은 내게 고통을 준다. 오르매 숨이 차오르고 다리 근육이 뭉치고 내리매 풀리며 미칠지경으로 만드는, 정말 육체적 고통을 맘껏 안겨준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복잡한 생각들이 단순해진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대로 하라고 나를 다그친다. 산은 그렇다. 내가 간신배처럼 이랬다 저랬다 그러는 거지 항상 그대로다. 그렇게 땀방울 속에 머럿속 노폐물까지 쏟아 내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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