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백산 산행이야기
2년 전 1월에 산악회에서 찾아가려다, 폭설 때문에 포기했던 산이다.
*2020. 1. 11.(토)
강원도로 향하는 것이라 평상시보다 1시가 일찍, 5시부터 차량이 운행된다.
새벽 4시부터 잠이 깨기 시작한다. 근 6달 만의 긴 거리 산행이다. 자기 전부터 무릎 테이핑을 했다.
산행은 만항재부터 시작한다.
조선 개국 때 강제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 고려 충신들이 가장 높은 고개에서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망향(望鄕) - 망항 - 만항으로 변천된 것이라고 한다.
고개는 우리나라에서 차량으로 올라올 수 있는 가장 높은(1,330m) 곳이라고 한다.
다른 때 같으면 30분 전부터 풍악을 울리던 1번무전기가 피곤한지 아직 잠을 잔다.
차창 밖을 보면서도 도저히 기온을 가늠할 수가 없다. 덧입었다 벗기를 반복한다.
물론 다른 때와 달리 주변은 눈으로 가득하다.
눈 구경하기 차~암 힘든 요상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긴 사방이 눈이지만, 예전만 못한 적설량이다. 눈의 양으로만 따진다면 평상시 계룡산에서도 볼 수 있는 정도다.
공식 산행로는 만항재 정상에서 북쪽으로 몇 백 미터 내려서야 했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얼결에 산행을 시작한지 10여 분이나 지났으려나, 내가 꼬랑지 무전기라 일행을 앞서 보낼 겸 잠시 숨을 고르며 스패츠를 떼어낸다. 눈 땜시 걸음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스패츠 찰 일은 없었다.
겉옷까지 하나를 벗어 배낭에 우겨 넣는다.
생각보다 무난한 산행 때문인지 창옥봉은 어쩌다 그냥 지나치고 만다. 대신 제사를 지낸다는 제단 앞에서 일행과 만난다. 태백산에서 국가 수준의 제사를 지냈다면, 이곳은 민간에서 제사를 지낸 민간신앙의 성지였다고 한다. 근래에는 광부들의 안녕을 빌던 곳이란다. 간식 몇 개를 제단에 올려놓고 제를 올린다.
이제 완만한 산행길은 접고, 앞에 보이는 산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오르는 길은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라 남향이다. 따듯한 햇살 때문에 눈은 거의 녹아있어 아이젠을 벗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땀을 흠뻑 쏟아낸다.
태백산 선수촌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파름은 절정을 향해 달음질친다. 그래도 힘듦에 비례해 풍경이 너무 좋다.
함백산(1,573m)은 정선과 태백을 가르는 강원 동부 최고봉이라고 한다.
인간들이 개미 떼처럼 봉우리에 얽혀 있다.
인증샷이라도 제대로 찍을 수 있으련지... 마지막 일행까지 기다려 사진을 찍어주려다보니 삭풍에 금새 온몸이 동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주변은 1,400m 이상 고산에 둘러싸여 산세가 웅장하다.
백두대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멀리 동해 해돋이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산 정상에 중계시설이 있어 차량으로도 올라올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꽁꽁 언 두 손을 달래가며 마지막 일행까지 길 안내를 끝내고 주목군락지로 들어선다.
‘군락’이라는 말을 쓰기에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몇 안 되는 주목이 이목을 끌만큼 큰 나무가 자라기에는 바람이 매섭다.
산행은 두문동재갈림길에서 마무리한다.
점심 식사, 그리고 오르락내리락을 몇 번 하더니 싱겁게 산행이 마무리된다.
갈지자를 그리며 이어지는 두문동재를 잇는 지방도에는 얇게 눈이 깔려 있어 다니는 차량이 없다.
갈지자 도로를 종단하는 지름길... 우아~ 무릎이 조금씩 아파온다. ㅠㅠ
다행이다. 생각보다 일찍 산행을 마무리한다.
뒤풀이-동광식당
황기족발
콧등치기 국수...
소주 값이 더 무섭다. ㅎ
돼지족을 손으로 찢어 내온다.
일반 족발보다 더 담백하고 마치 멍멍탕 수육같다는 공통의 의견이 있었다.
정선을 찾으면 먹어볼만한 음식이다.
콧등치기국수는... 생소한 단어만큼 뭐 대단한 것은 이니지만,
국수면발을 메밀로 만드는데 워낙 쫄깃해서 후루륵 면을 빨아 드리면
그 쫀득함에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 국수란다.
국물은 된장으로 만든 것이고
별미로 먹을만한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