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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늦가을 계룡산 자연성릉

by 여.울.목 2019. 11. 17.

솔직히 갈까 말까 많이 망설여진다.
억지로 집안 식구들을 깨워 아침을 먹자고 호들갑까지 떨고 싶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훌쩍 넘어섰다.
그나마 어제 엔진오일과 타이어 두 짝을 갈아치우길 잘했다.
~ 타이어... 아직 멀쩡한 것 같은데 갈아야 한댄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갑사로 향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차장 요금에 입장료에 정말 주머니를 열고 싶지 않은 돈이다.

그래도 단풍의 끝을 보고픈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저 멀찌감치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거의 다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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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단위의 사람들을 바라보니 같이 올 걸 그랬다는 미안한 마음이다.
같이 오르지 않더라도 함께 이 좋은 바람을 쐬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신흥암까지는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아니 금잔디고개 막바지만을 제외한다면 그리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금잔디고개 벤치에 앉아 아침에 마트에서 사온 김밥을 꺼내 든다.
따듯한 햇볕이 속살을 파고들어 응달의 쌀쌀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삼불봉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그냥 쿠~울하게 내려선다.

부처님 세 분이 나란히 계신 것 가다. 그래서 삼불봉이라는데.
잔연성릉을 잇는 등산로가 미치 기다란 장성 같다.

좁은 등산로 내내 앞사람 뒤를 졸졸 따라가니 체력이 비축이되는 것 같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멋진 풍경은 자주 찾았던 산인데도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
오늘 가만히 자연릉의 암봉 하나하나를 이어주는 능선을 바라보니 만리장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음봉 근처에 가니 동학사와 그 너머 대전 시가지가 보인다.
관음봉에서 지나온 자연릉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돌아선다.

드디어 관음봉.
막바지 계단이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철계단도 없어서 중간중간 메어 놓은 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느라 지체가 심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오버를 한다.
아직 근육이 살아 움직인다는 기쁨 때문인가?


관음봉은 삼불봉보다 더 북적거린다.
표지석 가까이에 서 볼 틈도 없다.
그냥 내려선다.

연천봉 고개에서 내려서는 길이 참 운치있다. 무릎 후달리는 것 빼고는...
주차장에서, 여유를 갖고 바라본다. 가운데가 관음봉~문필봉, 오른 쪽이 연천봉

오랜만이라그런지 다리에 힘이 없다.

근육이 뭉쳐 며칠을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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