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골-장군봉(512.4m)-지석골
5.21km
2:12
2.4km/h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대전으로 출퇴근할 때마다 삽재를 너머 박정자로 향할 때,
어김없이 나를 유혹하던 봉우리다.
야근으로 찌들었던 때였다.
하얀 바위는 밤길에도 티가 났다.
퇴근길마다 마주치는 하얀 봉우리.
마치 어깨동무를 하고 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데,
그 위용이 볼만하니 사람들이 "병풍"이라는 말 대신 "장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 것이다.
병사골→장군봉→임금봉→신선봉→삼불봉→천황봉
일개 장졸로 시작해서 거친 숨을 이겨내면 장군의 자리에 올라
험한 바위길을 열심히 걸으면 옥좌까지 오를 수 있다.
숨을 고르게 가라 앉히자면 어느덧 신선봉
조금 더 힘듦을 견뎌 깨달음을 얻어 부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삼불봉
지금은 철조망으로 막혀지만 깍아지른 바위를 살살 달래 오르면 하늘의 까지 오를 수 있는 천황봉
이런 이름을 지어 준 봉우리들을 한발한발...
정말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 한다.
오늘은 장군까지만 되어 보려한다.
"첫눈"이라는 일기예보
베란다에 서니 첫눈이 내린다.
배낭을 메고 나설 땐 이미 눈은 그쳤지만 그래도 기대된다.
병사골 골짜기에서 산줄기 등허리를 타고 20여분을 오르면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거친 장군봉은 잠시 봉우리의 품을 따라 기슭을 살살 달래고 올라야한다.
하지만 오르는 길의 가파름은 고단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장군봉에서의 따듯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생각했는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분다.
능선 내내 바람이 장난 아니다.
이어폰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여기 이 세상의 주인은 거친 바람이다.
이정도면 유격훈련이나 체력단련이지...
산행의 맛이라고는 쬐끔의 껀덕지도 없다. ㅠㅠ
하늘도 한껏 찌푸리고 있다.
날씨가 이 모양이니 빗방울이 얼음처럼 매섭게 떨어진다.
모자를 쓰고 오길 잘했다. 숨이 차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그나마 바람이 얼굴을 덜 할퀸다.
갓바위를 지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어쩌고 저쩌고...
내려서는 길이 보이자마자 하산을 시작한다.
등선을 벗어나 골짜기로 접어드니 바람이 더 이상 덤벼들지 않는다.
고요함이 엄습한다.
내가 좋아하는 전나무숲
거친 능선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지석골 코스를 택하나보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오른다.
'산봉우리는 바람이 빗발치는 전정터요~'
#순토9 기압에 큰 변화가 있는지 악천후를 주의하라는 아이콘을 보여준다.
차에 도착하니 비가 거세진다.
겨울비치고는 제법이다.
그나마 첫눈이라고,
산 정상 어디에는 하얀 눈이 조금씩 남아 있더만
요놈의 겨울비가 다 씼겨내겠군.
오늘 산행은 요놈의 날씨가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깨끗히 씼고 따듯한 칼국수 한 그릇하고 억지잠을 자야겠다.
금싸라기 같은 주말이 또 이렇게 지난다.
한 주 힘차게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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