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4. (금)
공주대간 13.2km, 4:47, 2.8km/h
경찰서-두리봉-우금티-주미산-웅치고개-봉화대-옥룡정수장(장기대)
휴가를 낼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지.
괜히 일만 밀리는 건 아닌지... 이런 내 태도에 실망.
걍 던지고 말았다.
아침 출근길 차를 얻어 타고 세무서 근처에서 내린 덕에 괜한 걸음을 아낄 수 있다.
반죽동. 봉황산 자락에 걸터앉은 집들을 바라본다.
중학교 동창의 집이 보인다.
지붕에 뾰족하게 솟은 세모꼴 안에 동그란 유리 창문이 인상적인 아담하고 오래된 - 주변 한옥식과는 다른- 단층 양옥집이다.
녀석은 잘하던 공부를 주~욱 이어가 판사가 되었다.
나? ㅎ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담장 너머로 예전에 한 번 놀러 갔던 집을 기웃거려본다.
사람이 사는 건지 뭔지... 이 동네가 요즘 부쩍 이렇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나를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초리를 보아하니 그리 평범하지 않은가 보다.
금요일, 아직은 평일인데 등산복 차림을 하고는 이집 저집 기웃거린다.
어색한 염탐을 그만두고 내 갈 길로 간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야근에 찌들었던 또 다른 나에게 소심한 복수를 한다.
지름길을 찾아, 꿈의 교회 뜰을 처음 지나간다. 퍽 넓다.
모자를 벗는다.
숲은 이미 초록으로 가득하다. 굳이 모자를 쓸 필요가 없다.
두리봉까지 흥겹게 올랐다.
며칠 동안 찌푸렸던 주식시장이 오늘은 활짝 개었다.
저가 매수를 시도하다 실패한 것이 못내 아쉽다.
두리봉을 내려서면서 실망과 짜증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구간이다. 거미줄이 장난 아니다.
좀 심할 땐, 뚫린 땀구멍 사이로 거미줄이 스며드는 것 같기도 했다.
우금티를 지나 주미산 정상까지 내내 이 찝찝함과 어색한 동행을 해야만 했다.
소나무 그늘에서 땀과 뒤엉킨 거미줄을 물티슈로 닦아낸다.
주미산과 철마산을 지나면서 괜히 움직이는 속도에 신경이 쓰인다.
가능하면 빨랑 산행을 마치고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프다.
욕심이 과했나?
봉화대를 지나 11km 구간에 접어들자
왼쪽 무릎 바깥쪽 통증이 슬슬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녀석이 본격적으로 움직거리기 전에 마무리한다.
걸을 땐 잘 몰랐는데 집에 와 거울로 내 몰골을 살피니 온통 땀으로 범벅이다.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른다더니 덥긴 더웠나 보다.
시원한 냉면을 말아 먹으려는데, 아이가 김치찌개를 데워 내온다.
아이들과 따듯한 찌개로 시원하게 속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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