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철쭉은 없지만 신록이~ ; 갑하산-신선봉-우산봉(578m)

by 여.울.목 2022. 5. 14.

먹뱅이골 입구-갑하산(474m)-신선봉(572m)-우산봉(578m)-먹뱅이골(동남식당)

Climbing_2022-05-14_신선봉_우산봉.gpx
1.00MB


휴일이라도 아이들 얼굴 보고 아침식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만? ㅋ
기다려 식사를 하려는 나와 조금이라도 단잠을 포기하고 일어나야 하는 아이들...
그러다보니 잠이 부족한 아이들 입장에서는 금방 깨어나 잔득 찌푸린 얼굴을 보일 보일 수밖에 없더군.

황금 같은 휴일의 반이 이렇게 어영부영 지나고 말더군.

오늘은 마눌님과 먼저 식사를 마치고 산행 길을 나서기로 한다.
부지런히 달음질치면 점심은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관암지맥 능선까지 다달아 지맥을 따라 우산봉까지 찾기로 한다.
수통골을 이어온 관암지맥이 삽재에서 잠시 쉬어 갑하산으로 이어진다.
네비게이션, 박정자와 삽재 사이의 먹뱅이골 동남식당을 찍고 간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만만하게 주차할 수 있는 동남식당 어귀 공터에 차를 놓고,
삽재 아래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다.

들머리는 버스정류장 바로 뒤다.
길은 다니는 사람 수에 비해 널찍하다. 주변이 명당자리인지 권문세가의 묘소가 곳곳에 있어 들머리 찾기는 편한데, 자칫 큰 길만 찾다 길을 잃기 쉽상이다.
로커스 앱을 켜 방향을 찾아 간다.

지맥으로 된 능선까지, 아니 갑하산까지 가는 길은 지도만 보아도 등고선이 촘촘하다.
수풀이 우거져 얼굴이 탈 걱정은 없으리.
바위 덩어리로 이뤄진 중간 조망점은 숲 위로 길 건너 남쪽으로 계룡산 줄기를 아련하게 보여준다.
하늘이 참 맑다.
제법 오르니 오늘 산행의 백미인 신선봉이 빼꼼히 보인다.
근데 능선-이라고 하기엔 갑하산에 올랐다 다시 내려서서 신선봉으로 올라야하는 가파름이 쉬워보이지만은 않네.
아무튼, 알싸하게 1시간 가량 가파름을 견뎌 낯익은 팔각정을 만난다.
갑하산 정상이다.
제법 땀을 흘렸지만 내내 시원하게 파고드는 바람이 금새 땀을 날린다.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조망이 아니라 물 한모금 마시고 주저 없이 걸음을 옮긴다.

관암지맥 따라 우산봉 가는 내내 왼편으로 계룡산을 - 제3자적 관점에서 - 바라볼 수 있다.
처음 이 길을 따라 갈 때 느꼈던 감흥!
자주 찾던 계룡산의 모습을 멀리서 온전하게 볼 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지금은 이도 자주 본 풍경이라 무뎌진 것도 사실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나타나는 조망점 바위 위에 서서 푸르른 봉우리와 산줄기 너머로 계룡산을 바라보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명산임이 분명하다 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먹맹이골 계곡을 따라 올라온 등산로와 만나는 점까지 가파른듯 내려서서는
다시 오르막길을 한땀한땀 올라서야 신선봉에 올라선다.
신선봉은 커다란 바위가 몇 개로 얌전하게 갈라져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암반 덕에 탁 트인 풍경을 보매 잠시 신선이 된다.
명품 계룡산을 한 틀의 액자로 담아 본다.
신선봉부터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신선봉에서 우산봉까지의 길은 말 그대로 숲길이다.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
그것도 힘들면 거의 평지와 같은 길도 준비되어 있다.

우산봉도 이미 한 무리의 등산객에 점령되어 있다.
이래저래 오래 머물 수 없이 다시 되돌아 내려온다.

시간도 아낄 겸 신선봉에서 능선을 따라 먹뱅이골로 내려서기로 한다.
신선봉~우산봉 구간에서 불량하던 통신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듣던 팟캐스트를 다시 돌려본다.
우리나라 주식이 2600선에서 2800선까지 안도레이스를 펼칠 것이라네. ㅎ
떡갈나무 잎이 깔린 길은 로커스맵스 앱을 여러번 꺼내들게 만든다.
군데군데 야행성 멧돼지 흔적이 보인다.
조용한 숲은 나 말고도 저쪽에서 고라니가 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놀람으로 가득한 부산스런 떡갈나무의 부스럭 소리는 초식동물 고라니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내심 걱정했던 무릎 통증이 없었다.
무리하지 않길 잘했다.

산행 내내 많은 생각이 오갔다.
늘 산에서 이렇게 조금씩 생각을 정리한다.
생각의 정리는 고상한 표현으론 '비움'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따지면 어딘가에는 남아 있겠지만 무디게 우겨 넣기라도...)
그래야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다.

산행은 12:30 어간에 마무리 한다.

아이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갑하산 가는 길 첫번째 조망점, 치개봉-황적봉-천황봉-삼불봉-장군봉까지 멋진 병풍!
갑하산에서 신선봉으로 내려서는 길에, 이제 시야엔 계룡의 품에 안긴 학봉리까지 보인다.
신선봉에서, 보다 높은 고도에서 계룡산을 본다. 좀 당겨 찍으려다 떨갈나무의 연두빛도 좋아 함께 담았다.
신선봉에서 내려서며, 우산봉을 담다.
우산봉 턱 밑에서 지나온 신선봉과 갑하산을 담다.
우산봉에서, 반듯하게 난 길을 따라가면 마티터널
우산봉에서, 장군봉을 가까이로 자연선릉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을 온전히 담아본다.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룡산 수정봉 갑사  (0) 2022.06.25
상신리 삼불봉 관음봉 동학사  (2) 2022.06.04
5월, 초록의 장군봉  (0) 2022.05.01
연미산  (0) 2022.03.01
청벽-국사봉-마티  (0) 20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