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상신리를 들머리로 삼아 갑사로 향했던 늦은 단풍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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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생각나 다시 이 곳을 찾았다.
원점 회귀가 아닌지라 마눌님께서 수고해주신다.
상신리 들머리를 잡기 전 아침 내내 나와 마눌님이 헷갈려 한다.
11월 이후. 올 봄 산행에도 한 번 더 왔었다는... 결국 내 블로그를 다시 뒤적거린 결과,
오려했음에도 마눌님 귀찮을까봐 다른 코스를 잡았다는 것. ㅎ
각설하고.
장군봉에서 자연성릉으로 갑사든 신원사든~ 내려서고 싶었다.
근데 맘은 거긴데 몸은 은근히 여기를 원한다.
장군봉은 체력 손실이 많은 구간이다.
내 몸이 내 맘을 꼬득인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다.
지난 가을 흐드러지게 피었던 구절초 대신 석축 위엔 초록이 대신 가득하다.
상신계곡은 가뭄에도 무성한 초록 잎 때문에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숲 대궐이다.
그래도 가을 산행에서 보았던 가을하늘 조각과 옆산 능선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오르는 내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일과 얽힌 갈등...
한숨 대신 가쁜 숨으로 내 허파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확실히 체력 손실이 덜하다.
큰베재에서 넘어오는 사람들과 섞여 남매탑으로 향한다. 그 때까지 시속 4km 정도로 이동 했다.
남매탑, 한 동안 땀을 훔치며 서성였을 곳에서 잠시 숨만 고르고는 다시 삼불봉으로 향한다.
이를 악물고 올랐을 텐데, 겸손한 코스를 택해서 그런지 아직 다리에 힘이 남아 있다.
삼불봉, 여전히 인증샷 찍는 사람들로 울퉁불퉁한 붕우리는 기우뚱걸음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삼불봉을 지나 자연성릉에 접어들자 어찌어찌 평균 이동 속도는 3km/h 초반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많은 땀을 걱정하지 않게 만든다.
머릿 속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 걱정이 남은 한 해의 걱정으로, 내 삶은 뭔지... 이런 걱정으로까지 번진다. ㅠㅠ
그래도 내 숨은 고르다.
관음봉에 다다르자 생각지 않은 속도에 계획을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밥을 꺼내 이른 점심을 먹을까? 11시 반도 채 되지 않았다.
1시간이면 동학사에 다다를 것 같더군.
마눌님께 전화를 한다.
동학사로 태우러 오라고. 오는 길에 아이들과 함께.
산채비빔밥이라도 먹자고.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만큼 조심스럽다.
요놈의 옆무릎 통증이 언제 반란을 할지 모른다.
내려설 즈음 리시버를 통해 듣던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삼프로 상담소"로 이어진다.
내 나이의 이프로가 진행한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상담을 한다.
경제, 주식에 대한 상담인데, 인생 상담이다.
때론 내 나이대의 저들은 저런데 난 뭔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서울대 정신과 의사의 고상한 상담이 아닌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고통이야기.
나름 성공했을 저들도 나와 같은 류의 고민을 하는구나.
그들의 이야기와 헛웃음에 나도 피식 웃는다.
씨익~ 웃고 나니 군대시절이 생각난다.
훈련소에서 얼마나 긴장했던지 며칠 대변도 나오지 않았었지.
그러다 처음 웃었던 일. 얼굴 웃음 근육이 움직였을 때 시원한 느낌. 시원한 안면 안마를 받은 느낌.
그 잊을 수 없던 웃음.
그 비슷한 웃음이 오전 내내 굳었던 내 얼굴을 풀어 준다.
조금씩 풀려가겠지.
동학사탐방지원센터 앞 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린다.
뙤악볕인데 모지를 써서 그런지 그늘을 찾아들어 그런지 힘들지 않다.
간만에
어떨결에
우리집 회식을 했다. 아니 외식.
생각이 많다.
생각을 줄여보자.
그리고
언제나 잠이 부족해 힘들어 하는 우리 아이들도 TV나 SNS같은 매체 말고, 우리의 일로 활짝 웃길~
아버지께서도 잘 이겨내시고요.
함께 노력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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