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산 모악산.
근데 산행 내내 생각의 빈틈을 파고드는 아버지 생각.
아마도 저녁 무렵까지 ‘두통’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작년, 어제 갔던 그 모임에 갔다.
동문회다 보니 술 몇 잔 들어간 자리는 감성적이다. 취하는 줄 모르고 마신 술.
다음 날 내내 나를 옥죄는 숙취 속에, 아버지를 모시고 MRI영상을 찍으러 갔지.
덜 깬 술에 멍… 목은 메이고 눈물은 쏟아진다. 차마 아버지께 말씀드릴 수 없더라.
뒤엉킨 머리에 숙취가 망치질한다. 나를 처절하게 고문한다.
아버지 떠나시고도 맘의 고통이 쉬 가시지 않더군.
그날 이후…
모임이 문제가 아닌 건 분명한 팩트인데,
이상한 트라우마에 그 자릴 꺼린다.
두려움이 머릿속 깊이 숨어 있었나 보다.
이젠.
이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날 만만치 않은 두통이 하루 종일이다.
어찌 쉬 잊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
저마다 나름의 무게를 지닌 사람들에게 이런 복잡한 감정을 말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글이라도 털어놓으면 조금씩 괜찮아지겠지.
모악산,
금산이라고도 한다.
우리 고어(古語)로 큰 산을 뜻하는 ‘엄뫼’가 한자식으로 어머니의 산이라는 모악(母岳)으로, ‘큰뫼’를 음역(금)하고 의역(산)해서 금산(金山)이라 칭했다는 설.
하지만 무엇보다 김제와 만경평야 젖줄의 시작, 벽골제 물의 근원이라 모악산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한다.
미륵사상의 중심지, 후삼국 견훤, 동학혁명 전봉준, 강증산을 품은 모악산!
관광단지-대원사-수왕사-모악산(795)-북봉-심원사-금산사-주차장
9.2km 4:00 2.2km/H
완주(전주) 방면 관광단지 쪽은 계룡산 동학사 지구 분위기다. 대원사를 지나면서부터 가파른 길이 이어지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이름만큼이나 계곡에 물이 많은 편이다.
금산사 방면 하산길은 참나무 낙엽이 많아 발목 다치기 쉽상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금산사만 둘러보고 가는 모양이다. 금산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저녁 산악회 총회 시간에 맞춰 2시간이나 늦은 일정을 소화한다.
그러고도 산이 그리 크지 않아 산행 속도도 천천히 조절하며 봄날?을 즐긴다.
아침을 걸렀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숙취가, 아니 두통이 발목을 잡는다.
오름에, 대원사까지는 완만한 길이다.
대원사를 지나자 가파름이 심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인지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도 겨울인데, 봄 날씨다. 너도나도 멈춰 서 겉옷을 벗는다. 반팔도 보인다.
전주와 가까워서 그런지 다양한 연령층이 보인다.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왕사에 다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전주시내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방송국 중계탑이 우뚝 서 있는 정산도 코 앞이다.
1번무전기, 데크 계단길을 오르면 이제 능선이라며 안심을 준다.
그런데 코딱지만큼 능선을 지나, 데크 계단이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다.
한 때 통제구역이었던 정상, 철책을 비~잉 돌아 계단을 또 오르면 정상 입구.
KBS전주방송총국에서 09:00~16:00 사이에 정상을 개방한다.
금산사로 내려서는 길, 북봉(729)에서 점심 전을 편다.
북봉을 올라 지나야 심원사를 지날 수 있다.
북봉 갈림에서고 데크길로 길로 빠지면 금산사로 내려설 수 있지만 널연골 지역으로 내려선다. 등고선을 보아하니 거리는 조금 가까운데 알싸하게 가파르다.
내리막 가파름은 1km 이상 이어진다.
게다가 기온이 아까보다 더 올라 완연한 봄 같더라.
떡갈나무 낙엽에 발목주의보를 발령한다. 낙엽 속에 자잘한 돌맹이가 힘들게 한다.
심연사 근처에 다다르니 산죽 지역이 나타나며 가파름도 바닥도 순해진다.
심연사부터 포장길이 이어진다.
금산사는 규모가 꽤 크더군. 백제시대에 창건되었다니 역사도 깊은가 보다.
불상 앞에서 공손히 허리를 굽히는 친구를 보니,
마음의 평온을 줄 종교 갖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스친다.
봄볕 같은 따스함에 끌려 천천히 절을 둘러 보다 5층 석탑 앞 소원을 기리려 빼곡히 세워놓은 촛불과 전당 안 복전함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문구가 눈에 띈다.
평온? ㅎㅎㅎ
요통 관리를 한답시고 평지만 걷다 몇 주 만에 오른 산이다.
간만에 놀란 근육이 늦잠을 허락하지 않는다.
겨울 같지 않은 따듯함에 시간이 엉켜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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