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제천 감악산(紺岳山, 956m)
원주 감악산 주차장-감악1봉(852m)-감악2봉(890m)-감악3봉(원주 정상석 936m)-월출봉-제천 감악산(956m)-백련사-계곡코스- 감악산 주차장<원점회귀>
7km
3:50 (점심 시간 포함)
산악회 차량을 1시간 늦춰 운행한다. 더 잘 수 있음에도 새벽 무렵 선잠에 개운치 않다.
그래도 예전보단 훨씬 낫다. 총무 할 적엔 묵직한 책임감 같은 것 탓에 산행 자체가 일거리였다.
새벽부터 김밥을 마는 마눌님 움직임에 양심껏 잠자리를 나선다.
아침 시간이 워낙 쏜살같이 지나기에 꾸역꾸역 태이핑을 하고 지난밤 챙겨놓은 옷가지를 주워 입는다.
감악산(해발 956m)은 강원 원주와 충북 제천 경계에 있는 바위산이다.
지자체별로 명승지가 있어 그런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홍천국유림관리소의 안내판을 보자니,
여름엔 시원한 계곡, 가을 단풍, 겨울은 눈 덮인 기암과 눈꽃으로 사계절 산행지란다.
계곡코스는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 좋고 연중 개방-무난한 코스 같다.
능선코스는 계곡에 비해 가파르고 밧줄 타는 암반이라 각별한 주의 필요하지만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게다가 산불조심 기간에 입산 통제*를 한다.
*통제 기간: 봄철 2.1~5.15 가을철 11.1~12.15.
능선코스 중 일부 구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잠정 폐쇄 중으로 정상까지 산행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전 정보 입수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보니 등산객 대부분 오를 땐 능선코스(감악1,2,3봉)를 내려설 땐 계곡코스로 잡더군.
그래, “악(岳)”자 들어간 산이라면 제 맛이 어떤지 감악 1~3봉을 거쳐야 할 것 같더라.
계곡으로 사라지는 일행과 달리 늠름하게 능선길을 택한다.
속으론 걱정이다. 연말 술자리와 이런저런 일로 한동안 산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은 워밍업토록 평지를 걸을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가파름이 심하다.
일찌감치 아이젠을 꺼낸다.
‘후회’라는 단어가 내 머리를 쥐어 박는다.
아직 동네 야산 수준인데 헉헉댄다. 초반임에도 시속 2km를 넘지 못한다.
산행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오르막이라 계속 음지다. 바람이 찰지다. 아니 칼지다.
후회에서 미안함으로 번질 것 같다.
이러다 제시간에 정상에서 일행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나 때문에 일행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성급함이 앞선다.
그렇다고 아직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개 발자국 한 세트와 짚신형 아이젠 자국이 고요한 산중에서 친구가 되어준다.
발자국을 보니 하루 이상 지난 후 잠시 녹았다 살짝 얼어붙은 모양새다.
오늘 이 길은 내가 처음이다.
이런...
산 규모가 크진 않은가 보다.
투덜거리며 벌써 1.7km를 왔다. 등산로 폐쇄 안내판이 예의 바르게(?) 서 있다.
사실 이제부터 그들이 말하는 기암과 절경이 펼쳐지는데 되돌아가라고?
등산로 처음부터 막아놓을 것이지.
이건 밧줄 타고 암벽 올라가기 자신 있는 사람은 올라가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말 신사답게 오르고 싶었는데, 자세 안 나온다. ㅋ
저 봉긋 솟은 봉우리, 비겨 가겠지?
정공법을 택한다. 택할 수밖에 없다. 밧줄. ㅎ
네 발로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거슬린다. 스틱. 제법 굵은 밧줄과 씨름을 해야 한다.
누군가 유격장이라 하더니 맞다.
등반대장 曰 지난 여름 등산객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구간이란다.
많은 구간이 자칫 중심을 잃거나 밧줄 잡기 소홀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 태세다.
1, 2봉을 지나 3봉을 바라보니, 멀리 붙어 있는 듯한 제천 쪽 감악봉까지 보인다.
산이 험해서 그렇지 큰 규모의 등산로는 아니다.
3봉 바로 밑 10m 전방, 전화벨이 울린다.
등반대장이 계곡 쪽에서 올라 3봉 원주시 정상석에서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다행히 일행과 거의 같은 시간에 나도 능선 마지막 봉우리 3봉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지막 일행까지 도착하는데 30여 분을 기다렸다.
월출봉을 지나 제천 쪽 더 높은 봉우리, 역시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멋진 경치다. 일행 모두 만족한다.
백련사를 지나 일행이 왔던 계곡으로 내려선다.
차~암 평화롭다.
가족과 함께 하기에 좋은 코스다.
잡념이라곤 생각도 못할 거친 코스였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라 그리 피곤하지는 않더군.
잡념.
잡것.
스트레스.
이렇게 자꾸 움직여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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