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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대중교통] 치악산 산행후기 _2013.03.23.

by 여.울.목 2014. 9. 3.

치악산

 

치악산 맞네~ ㅠㅠ

 

이거이 어디 사투린지 묘한 어감으로 비로봉 500m를 남겨 놓고 한 청년이 겨자먹은 목소리로 일행에게 외치던 말이다.

 

   

 

*의미

 

치악산 산행은 시외-시내버스로만 이동을 했다. 불편하고 더디지만, 새로운 100대명산 탐방 방식이었다. 멀리 있고 가고픈 산행의 경우 돈도 시간도 용기도 나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를 만들어 함께 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움직이다 보니, 개별로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 면을 채워야 할 방법으로 가끔 타 산악회 더부살이를 하거나 탈회를 생각하기도 했다 지난 수도권 산행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이런 방법으로 다녀봄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에 버리는 시간, 생리적 현상에 대한 대비, 지역 교통수단의 특색 등 생각지도 못한 돌발 변수 때문에 많이 불편하고 짜증나겠지. 하지만 남은 100대 명산의 반 이상은 이런 방식으로 혼자서도 충분히 채울 수 있기에, 뭔가 나름대로 노하우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기대로 불편과 짜증을 잠재운다.

 

수도권, 강원북부지역은 공주서울동부터미널...’, ‘충북, 충북-강원-경북인접은 공주청주터미널...’이런 방식이면 많은 부분을 당일 이동 권역으로 묶을 수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지역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어우러져 건강한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올바른 방향이 될 지도 모른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좋은 정보를 가져와도 길에서 만난 현지인(공원 관리자나 동네사람)들의 따듯한 말이 백배 효능 좋은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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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탐방 대중교통

 

- 시외 | 0620공주0722청주, 0740청주0920원주 | 1630원주1827청주, 1850청주2005공주 (주의사항: 완행? 직통 여부, 길 막힘, 생리현상)

 

- 시내 | >구룡사 행: 터미널 맞은편 5, 원일고 중앙시장 41번 환승(주의: 편도 3차선길이 일방통행으로 환승하러 한 블록을 건너가야 했다)

 

>황골-터미널: 82, 원주역 가기 전에 5번 버스 노선에서 하차, 환승(주의: 같은 번호 버스인데도 노선이 시간마다 다름, 주요건물 익혀두기)

 

- 요금 | 시외5,500*2 + 8,900*2 + 1,100*2 = 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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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도 GPS로 버스 위치를 쉽게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구룡사~세렴폭포

 

처음엔 욕심껏 보은의 전설이 깃든 상원사까지 달려보려 했는데 그쪽 교통도 좋지 않고, 자칫 청주에서 막차가 끊길 것 같더라. 대신 차편이 좋은 쪽으로 처음과 마무리 구간을 잡았다. 행구공원에서 향로봉을 타고 비로봉 쪽. 원주 중앙시장 네거리는 특이하게도 편도 3차선 일방통행이다. 시내버스 환승을 위해 또 다른 일방향통행로를 향해 한 블록을 지나 환승 정거장에 서니 은근히 맘이 바뀐다. 구룡사행 41번 버스도 지나가는 노선이라, 산행 출발점을 구룡사로 하기로 맘을 굳힌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참 다행이었다. 만약 처음대로 산행을 했다면... 입산 통제 때문에 난처했을 것이여.

 

산행 시작점이 동학사 주차장보다 더 먼 것 같다. 이럴 땐 버스 타길 참 잘한 것이다.

 

3km정도 되는 이 길은 가족 단위의 탐방객에게 좋은 코스 같다. 2,500원 문화재관람료, 평탄하지만도 않고 어렵지도 않기에 도란도란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아깝지 않은 길이다. 유난히 맑은 계곡물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좀 있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지만 능선을 조금이라도 더 타고 싶은 맘에 그냥 지나친다. 10:35~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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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렴폭포~사다리병창~비로봉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자료를 보면 세렴폭포에서 비로봉까지의 106은 어려운 코스, 4는 매우 어려운 코스로, 초보자인 경우에는 사다리병창 쪽을 비켜 계곡 코스로 우회해서 오르는 것이 좋다고 설명해 놓았다.

 

폭포까지 가족적인 분위기의 길은 갑자기 안면을 바꾼다. 45도의 계단으로 맛을 보인 후부터는 계속 거친 숨을 동반해야만 한다. 드디어 겨우내 막혀 있던 땀구멍이 터졌다. 그래도 자 들어간 산이라 다고지게 맘먹은 것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사다리()병창(영서지방의 벼랑사투리)11:41을 지나 얼마를 가자 사람들이 아이젠을 착용하느라 정신없다. 지도에는 여기부터 비로봉까지 거리로는 얼마 안 되는데 이 구간에 꽤 많은 시간을 배정했다. 이제부터 이 유격장에서는 아이젠 찬 사람과 안 찬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코스가 비로봉을 기준으로 북쪽이라 그런지 내린 눈과 쌓인 눈이 여전하다. 산행코스 들머리부터 엎치락뒤치락 말없는 산행친구였던 한 아저씨와 나와의 간격은 다른 부류로 점점 멀어진다. 혹시나 하고 챙겨온 아이젠이 고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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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병창: 여기서 20미터 정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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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뾰족한 비로봉 보이나?>
500
여 미터 남았나? 뾰족하게 보이는 봉우리는 헉헉거리는 등산객들의 기세를 확 꺾어 버린다. 누그 말대로 음기가 충만한 산이라 그런지 비로봉 정상에는 뾰족한 돌탑을 세워놓았다. 햇볕이 따사롭다. 졸립다. 비로봉 기념촬영은 다수의 횡포에 의해 자꾸 밀려난다. 우이 ~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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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입석대~황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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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줄 바위로 된 봉우리들, 삼봉-투구봉-토끼봉>
비로봉에서 바라보이는 저 예쁜 봉우리들
... ~ 근데 알고 보니 그 멋진 봉우리가 토끼봉과 투구봉이다. 저 봉우리와 비로봉, 천지봉을 엮으면 환상적인 원형순환 코스가 이어지는데 뭔 사연이 있어 통제를 하는 걸까?

 

내가 가야할 능선길은 180도를 틀어 남쪽이다. 어디? 능선이기 보다는 공주대간 그 길처럼 - 다른 점이 있다면 높이와 거리 차이 봉우리끼리의 연결이다. 제법 체력소모가 있을 것 같다.

 

능선 탈 욕심에 관리공단 안내 시간에 비해 1:20분을 단축했다. 열나게 올랐다.

 

아이젠을 계속 신어야하는지 공단 직원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향로봉은 통제중이라 진입이 어려울 것이란다. 향로봉은 못가도 능선은 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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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가다 바라본 비로봉, 시루를 뒤집어 놓은 것 같아 '시루봉'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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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을 벗고 능선길에 나선다
. 남향이라 길은 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영양덩어리의 검정 진흙길 이다. 20여분을 내려왔나? 입석대-황골 코스로 나뉘는 곳에서 예상외의 강적을 만난다. 어쩌지? 향로봉 통제가 아니라 산불조심기간으로 여기 능선시작점부터 상원사가 있는 남대봉까지 전체를 통제한다는 것이여... 비로봉서부터 똑바로 안내를 하던지, 욕 나온다. 난 담배도 안 피우는데...

 

복지는 보편적 복지! 산행은 선택적 산행! 농담이다.

 

10분간 방황을 한다. 마침 친구에게 문자가 왔기에 너 같음 어떻게 할거냐는 물음에 친구는 근무 중이라 남들 산행이 배가 아플 뿐이란다. 난 심각한데. 버스를 타고 산에 오는 이유는 능선 타는 맛을 즐기기 위해서인데... 내 사는 동네 같으면 현수막 뒤로 걍... 강원도까지 와서 이러기는... )여길 또 언제 와 본다냐? )공원직원들 나와 있는거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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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대-황골 코스는 좀 삭막하다. 계절이 이래서 그랬겠지만, 아무래도 내 맘이 서운해서 더 심했나보다. 코스를 뚝 잘라 덤으로 받은 시간을 천천히 누리며 입석대에도 올라본다. 나무에 가려 앞 신선대도 잘 안 들어온다. 젠장~ 왜 이리 부정적이냐? 오후인데 이 길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집에 가는 차편이 괜찮나보다.’ 생각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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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도 거칠다. 여기로 올라왔다면 1시간 넘게 화끈하게 힘들었을 것이다. 입석대14:27를 지나면서 길은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뀐다만 여전히 가파르다. 문득 생각난 것이 버스시간이다. 아차! 이 코스는 하루에 버스가 4번만 다니는 곳이다. 황골탐방센터14:50엔 두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중간에 내려오길 잘한거지? 버스시간을 물으니 다행히 15:50분 차가 있다고 한다. 아직도 1시간이 넘게 시간이 남았다. 갑자기 밀려드는 여유.

 

 

 

*집으로

 

동네주민에게 물어 버스종착지에 도착하니 나 같은 7~8명의 등산객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분들도 걍 원점회귀가 재미없어 능선타려다 내려왔다는데, 내려오는 코스가 험하기만 하고 재미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래도 이 길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아마 들이 붓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비로봉에 쉽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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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일행이 되어버린 우린 버스환승까지 같이 해서 터미널에 골인한다. 남은 일정 무사귀환을 서로 기원하며 Good bye!

 

버스는 토요일 오후에 물려 서청주IC 진입에 애를 먹다가 차 한 대를 떠나보낸다. 공주로 가는 18:50분차. 앞으론 힘들어도 네이버 교통말고 해당 홈피 들러 직통인지 뭔지 꼭 확인해야겠다. 조치원, 대평리, 세종, 장기,... 세종 빼고는 타는 사람도 없는데 꼬박꼬박 다 들린다. 최신 건물과 말끔한 도로로 지어진 세종시를 벗어나면 만나는 여러 동네는 현대미를 너무나 강조한 나머지 오히려 어정쩡한 촌스러움 베어 나온다. 마치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의 배경 같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도 그곳처럼 제 모습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묻혀버리고 말겠지.

 

 

 

다음 산행지는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 근방 황악산이다.

 

공주동대전김천 | 11번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