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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속리산 문장대, 화북탐방지원센터~문장대~법주사

by 여.울.목 2014. 10. 25.

속리산 문장대

 

가을 산행.

그것도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산행이다.

연수생들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진행되는 산행이라 다행히 평일에 산을 찾을 수 있었다.

충북지역의 연수생들의 추천으로 이번 속리산 문장대 오름길은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화북면의 화북탐방지원센터를 통해서 오르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렀지만 31명이라는 인원이 제 시간에 맞춰서 일정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가지고 생각해야 할 문제다.

 

화북탐방지원센터 문장대 법주사관광단지 10.26km

2014.10.24. 10:47~15:47 (4:47)

31명이 움직인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속도다.


 

우선 오르고 내리는데 어려움이 있는 7명은 법주사 쪽에서 문화해설을 듣고 천천히 세심정 쪽으로 올라와 얼구리을 마주보자며 일정을 정한다.


처음 가보는 코스라는 기대감에 보너스로 천북까지 가는 길이 예술이다. 길가의 가로수마다 겨울 맞을 채비를 정성껏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아래까지 번져 내려온 단풍을 보니 산 위에서는 많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들머리부터 멋진 단풍이 발길을 잡는다


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길은 그리 어려운 구간이 많지 않고, 문장대를 오르는데 법주사 쪽에 비해 많은 시간도 아낄 수 있다.

들머리부터 빨갛게 타오른 단풍을 보니 다들 마음이 들뜨는가 보다.

며칠 전 비가 내려서 그런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을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집에서 나오면서 양쪽 다리에 무릎을 기준으로 접착식압박붕대를 Y자 붙이고 나왔다.

의사 왈 한 달만이라도 산행을 중지하라고 한다. 무릎 바깥 쪽 초음파 사진을 보니 물이 조금 고였다는 것이다. 근데 산행을 책임지고 운영해야하는 입장인지라,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디뎌가기 시작했다. 두 다리에 두 발바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걷다보니 평상시 산행보다 더 힘이 드는 것 같구나.


들머리부터 문장대까지는 3.3km 거리다. 1.8km를 통과했을 때부터는 갑자기 허기가 쏟아지며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어지러울 지경이다. 새벽에 잠이깨 1시 반부터 잠을 설쳤더니 리듬이 깨지나 보다. 괜히 내려서는 길에 통증이 일까 희미한 두렴움이 엄습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수월한 코스인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히 문장대 아래 매점 터에 다다른다. 이미 두 명은 문장대를 찍고 내려와 환하게 웃음으로 맞이한다.

 

문장대에 올라서자마자 배낭을 열어 허기를 채운다. 이제 사람들을 기다리며 성심껏 오른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마지막 일행까지 기다려 환한 웃음 띤 얼굴을 그려보고는 아래 매점터에서 일행과 함께 점심 전을 편다.




 

이제 내리막이 시작이다. 스틱을 뽑아 길이를 맞추고, 올라올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온 감각을 동원해 본다.

이곳 속리산만의 특징이 곳곳에 주막이 있다는 것이다. 내려가는 주막 두 군데 모두 일부 일행들이 자리를 잡고 동동주며 칡차를 마셔가며 엿가락처럼 시간을 늘려간다. 아무래도 처음 계획대로 내려서기는 힘들 것 같다.


*직원보다도 더 직원 같은 우리 일행


그래도 다들 웃음 가득한 얼굴로 산행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통증 없이 다행히 세심정까지 다다른다. 이제부터는 지루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단풍이 주책없이 추위를 피해 내려오는 바람에 산책길가의 가로수 단풍이 계곡물과 어우런진 것이 참 볼만하다.

아래도 내려갈수록 단풍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어깨싸움을 피하지 못할 정도다. 평일인데도 이런데, 내일부터 이어지는 주말은 온통 산이 사람들 발길질에 끙끙 몸살을 앓을 것 같구나.

 

코스가 10km나 되다보니, 꼬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들 무사하게 산행을 마치고 늦게나마 식당을 찾아 정식으로 점심이라는 형식을 맞춰간다.

육수가 느끼하니 않는 송이백숙에 자기 취향에 맞는 알콜을 적당해 마셔대니 다들 흥이 절로 나는가 보구나.

*꼬~옥 늦게 오시는 분들이 계시기 마련이죠. ㅋ

 

충북 분들은 청주에서 화북으로 오는 직행버스를 타고 문장대를 오늘처럼 뛰어넘어 법주사 터미널에서 다시 직행을 타고 돌아온다고 한다.

참 괜찮은 방법 같다. 언제 이놈의 무릎님이 완쾌하시면 친한 친구들과 속리산을 가로지르는 산행을 해보고 싶군.


오늘처럼 힘들지만 더 나은 산행을 위해서 차근차근 몸을 추슬러가자. 힘내자!

시각과 미각을 포함한 내 몸이 즐거움을 느꼈던 생각외로 깔끔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