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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남덕유산? 대둔산... 수락계곡 코스

by 여.울.목 2014. 12. 14.

남덕유산... 아니 대둔산


남덕유산은 개인적으로 가기 힘들다고 해서 어려운 날씨에도 굳은 각오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찾아 들어가는 길도 멀기도 하고 코스 자체가 원점회귀보다는 횡단이 어울리는 곳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신문에 하얗게 내린 눈으로 덮힌 남덕유산 사진이 가슴을 쾅쾅뛰게 했거든. 그런데 어제 밤에 내린 눈 때문에 출발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다행히 금강 둔치공원에 버스 전조등 불빛이 보인다. 가긴 가나보다.


새벽 6시 출발인데 날이 매섭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좀 늦는다. 15분이나 지연출발했는데도 20명 이다. 날씨 탓인가 보다. ㅎ

밖은 깜깜하고... 잠을 청하려해도 어디선가 찬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히터도 안 들어오나~


눈과 추위 때문에 더디고 어렵게 도착한 남덕유산, 그냥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12월 13일. 12월 15일까지 산불조심 기간이라 입산 통제란다.

이틀.

이렇게 눈이 많이 쌓였는데 무슨 산불이야고 따져도 규정은 규정이란다.

대형버스가 지나가는 걸 보고 국립공원 직원이 부리나케 쫒아 온 것이여. 개인적으로 왔다면 그냥 올라갈수도 있었을 터인데...

그냥 되돌아 서는데 산이 왜이리 아름답고 멋지게 보인다냐? 아듀~


<달리는 버스 안에서 물끄러미 멀어지는 남덕유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하여 되돌아 가는 길에 대둔산을 찾기로 했다.

자주 찾는 곳이고 산세나 뭐나 남덕유산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게다가 수락계곡 코스, 예전에 찾았던 이 코스는 쫌 미적지근했지.


2014.12.13. 10:45~15:20 (4:35)

수락계곡 - 석천암 - 낙조대 - 산장 마천대 - 금강폭포 - 수락계곡 원점회귀



두 달만의 산행이다.

은근히 긴장도 된다.

우선 등산화가 발에 잘 맞지 않는다. 낮설다.

산행이나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이젠을 신고 스패츠를 차고 스틱의 길이를 맞추고 천천히 오르는데, 어느새 일행들이 저만치 도망을 갔나?

빨랑 오라는 소리에 쳐다보니 승전탑 입구에서 나만 빠진채로 단체사진을 찍으려 한다.

이런저런 생각과 걸음걸이 적응을 하다보니 안참 늦고 말았네. 오늘 산행이 걱정된다. ㅋ


하늘이 맑다. 생각보다 날은 괜찮은 것 같다. 좀 걸었더니 몸이 뎁혀지는 속도를 가늠해보니 자켓은 벗어야 할 것 같아서 배낭에 꾸려 넣고 나니 또 일행이 저만치 도망치고 없다. 두 달만의 산행이 많은 것을 어색하게 만드는것 같다.

열심히 쫒아가는데 눈 때문에 후미를 앞지르기 어렵다. 그냥 계속 이대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시작부터 오르막이 장난이 아니다. 스패츠를 차길 잘했다. 앞에 가시는 선배님 등산화 안으로 눈이 사정 없이 들어간다.

오르막이 조금 숨을 고르자 일행이 잠시 휴식을 취한다. 때는 이 때라고 난 그냥 앞으로 내친다. 선두 그룹은 저만치 앞이다. 따라잡으려는 욕심보다는 천천히내 페이스를 찾으려헐 뿐이다.

<석천암을 지나자 낙조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오를수록 눈의 깊이가 더하다. 선두그룹이 가파른 길 중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나도 한 숨을 돌린다.

우리 일행이 길을 트면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땀이 더 식으면 이제 추워질 것 같아서 다들 배낭을 다시 짊어진다.


등반대장 선배님이 열심히 길을 트면서 나가신다. 더 가파르게 길이 이어지는데다 눈이 쌓여 평상시 산행보다 힘을 더 주어야 한다.

암반지역을 가로지르는 계단길에 다다르니 사방이 탁트여 온통 눈 세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다들 저마다 탄성을 지른다. 그래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거지.


어쩌다보니 일행 중 한 분이 스틱을 철계단 아래로 떨어뜨리는 와중에 내가 선두에 서고 말았다.

이럴려고 한건 아닌데.

위로 갈수록 점점 눈이 더 수북하다.

어느새 몸이 풀려서 그런지 철계단부터 낙조대까지 선두에서 길을 트며 가는데 그리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행히 다시 내 페이스를 찾은건가?

낙조대 근처에 다다르니 낙조대를 거쳐 우리가 올라온 길로 내려가려다 쌓이 눈에 용기가 나지 않아 되돌아간 발자국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길을 트는 수고는 덜 수 있다.

낙조대로 가는 길에 만난 바위 틈이다. 뚱뚱한 사람은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다. ㅋ


낙조대에 도착했다. 두세달 전에 배티재를 통해 오른 낙조대에서 억새사이로 푸른 산하를 바라보았는데, 이젠 눈 덮인 산이다.

여러번 온 산인데도 눈에 덮여 있어서 그런지 내 산행만큼이 여전히 낮설다.



저 앞으로 마천대 개척탑도 보이네~


낙조산장이 새로 리모델링을 했나보다.

깔끔하게 단장을 한 산장 앞에서 일행 모두 꾸려온 도시락을 꺼내 걸죽한 농담과 곡주까지 곁들여 허기를 채운다.

산장에서 소주와 막걸리, 컵라면도 판매를 하는데 우리 일행의 배낭에서 나오는 귀중품을 보니 굳이 사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저마다 무슨 도시락 경진대회라도 나온듯이 자랑스럽게 정성 가득한 점심을 풀어 놓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는 마천대를 향해 출발한다.

아~ 그런데 어쩌다 또 제일 꼴지에 서고 말았다. 오늘은 계속 출발 타이밍에 적응을 못하네 ㅠ

헐~ 선두가 길을 잘못들어 후미에서 선두가 되고 말았다. ㅋ ㅋ

교편을 잡고계신 선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능선길이 싱겁게 지나고 만다. 마천대에는 궂은 날씨에도 산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특히나 DLR카메라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설경 제대로다.






개척탑 주변을 서성이다 다시 원점회귀를 위해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처음 내려가는 길이다. 오름만큼이나 내리막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괜히 왼쪽 무릎에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어쩌나? 어쩌지? 이러면 안 되는데...

어느새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만으로도 통증이 찌릿하게 파고든다. ㅠ

집에서 나올 때 미리 태이핑을 하고 왔는데 그것 때문인가? 통증 위치와 증상이 달라졌다. 우잉~~~


내리막 앞에 나타난 멋진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 좁은 계곡이 수락계곡이란다. 멋진 광경을 보면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숨을 돌린다. 또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산행을 지연시키기 거북하다. 내 자신에게 말이다.

사진을 찍고 출렁다리를 건너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이 나를 살린다. 오르막을 오르며 그 통증이 사라졌고, 오른만큼 다시 내려설때 차분하게 중심을 잡고 나니 다행히 평지에 가까운 계곡길에 들어선다.

한 10여분 간의 통증으로 다행이 마무리됐다.

계곡은 '협곡'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좁고 깊게 길게 이어진다. 한여름에 이 계곡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물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주 오던 대둔산이라고 얕봤다가 눈[雪]과 실컷 실랑이 벌이다 돌아선다.

왜 산에 대한 오해를 할까?

이런 자만심은 버려야 한다고 매번 생각하면서도 오늘 또 되새기게 된다.

유명하고 높은 산만이 산이 아니다.

오늘 대둔산의 숨겨진 멋을 마음 속에 새기고 간다.


무릎! 괜찮은거지?

열심히 재활운동하고 이렇게 무리하지 않고 여렇이 즐거운 산행 계속 이어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