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월성산 봉화대
오랜만의 휴일이다. 休日
휴일 아침이면 산에 다녀오자는 이놈과 그냥 이부자리에서 뒹굴거리자 저놈이 저 잘났다고 내 머릿속을 들락날락 뒤흔든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갈등을 하지 않은지도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산을 내려올 때 조금씩 있던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무릎에 물이 차 있다고 한다. 한 달이라도 산행을 중단하라는 의사의 말. 그래 한 달이 뭐라고 그거 한 번 못지키겠냐.
그랬던 것이 그럭저럭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아프지 않았던 무릎의 다른 부위까지 아픈 것 같고... 하는 일마다 되는 일도 없는 것 같더라.
시원하게 땀이라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는데, 자꾸 노폐물말 몸에 쌓여가는 것 같군.
오랜만에 산행을 준비한다.
공주대간을 둘러보려고 한다. 그런데 신발장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아이젠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가까운 곳을 달리는 산행이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젠은 찾기 포기하고 그냥 집을 나선다.
이런~
아이젠을 차지 않아서 그렇겠지? 쌓인 눈 밑에 솔잎과 떡갈나무잎까지 헛발질 두배로 하게 만든다. 헛발질 만큼 쭉쭉 소모되는 에너지. 오랜만의 산행인지 힘이 너무 많이 든다.
공주대간길 반은 못 채우더라도 수원지까지는 걸어보려고 했는데, 산행 10분만에 계획을 변경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흘리는 땀이다. 처음엔 피부를 뚫고 나오느라 따끔따끔하게 자극을 하더니 이내 굵은 방울을 쏟아낸다.
아~ 이 맛에 산에 오른다. 맑지 않지아 뿌옇지만 하얀 눈에 덮인 멀리 보이는 계룡산 줄기를 보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헉헉대면서 쏟아낸 날숨에 쌓인 스트레스도 다 내뱉고만것 같으니 산에 오르길 잘했다.
봉화대 정상에서 공주 시내를 바라본 사진입니다.
남들 말대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찌질한 자존심인가 아둔함 때문일까?
찌질함이나 아둔함보다 내 앞에 쌓인 내일의 문제거리들이 더 현실적이다.
가끔 쥐꼬리만한 자신감마저 사라질 것 같을 때 이곳에 올라 거친 숨에 뭔가를 내 뱉고 나면,
뭔가를 채울 수 있다.
지난 새벽 5시에 아무도 없는 봉화대에서 혼자 방황하면서 찍은 사진을 오늘 찍은 사진에 붙여본다.
위 > 유난히 은은하게 빛나는 가로등이 금강을 따라 이 도시에 절반을 뚝 잘라 휴식을 주고 있습니다.
아래 > 어둠 대신 하얀 눈가루가 내 고향 공주를 포근하게 덮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집에 다다랐습니다.
수원사지 터를 건너 덩그러니 서 있는 아파트 단지가 주는 정겨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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