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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 월성산 봉화대

by 여.울.목 2014. 12. 7.

 




공주 월성산 봉화대



오랜만의 휴일이다. 休日


휴일 아침이면 산에 다녀오자는 이놈과 그냥 이부자리에서 뒹굴거리자 저놈이 저 잘났다고 내 머릿속을 들락날락 뒤흔든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갈등을 하지 않은지도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산을 내려올 때 조금씩 있던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무릎에 물이 차 있다고 한다. 한 달이라도 산행을 중단하라는 의사의 말. 그래 한 달이 뭐라고 그거 한 번 못지키겠냐.

그랬던 것이 그럭저럭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어서 그런지 아프지 않았던 무릎의 다른 부위까지 아픈 것 같고... 하는 일마다 되는 일도 없는 것 같더라.

시원하게 땀이라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는데, 자꾸 노폐물말 몸에 쌓여가는 것 같군.


오랜만에 산행을 준비한다.

공주대간을 둘러보려고 한다. 그런데 신발장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아이젠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가까운 곳을 달리는 산행이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젠은 찾기 포기하고 그냥 집을 나선다.


이런~

아이젠을 차지 않아서 그렇겠지? 쌓인 눈 밑에 솔잎과 떡갈나무잎까지 헛발질 두배로 하게 만든다. 헛발질 만큼 쭉쭉 소모되는 에너지. 오랜만의 산행인지 힘이 너무 많이 든다.

공주대간길 반은 못 채우더라도 수원지까지는 걸어보려고 했는데, 산행 10분만에 계획을 변경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흘리는 땀이다. 처음엔 피부를 뚫고 나오느라 따끔따끔하게 자극을 하더니 이내 굵은 방울을 쏟아낸다.

아~ 이 맛에 산에 오른다. 맑지 않지아 뿌옇지만 하얀 눈에 덮인 멀리 보이는 계룡산 줄기를 보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헉헉대면서 쏟아낸 날숨에 쌓인 스트레스도 다 내뱉고만것 같으니 산에 오르길 잘했다.



봉화대 정상에서 공주 시내를 바라본 사진입니다.


남들 말대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찌질한 자존심인가 아둔함 때문일까?

찌질함이나 아둔함보다 내 앞에 쌓인 내일의 문제거리들이 더 현실적이다.


가끔 쥐꼬리만한 자신감마저 사라질 것 같을 때 이곳에 올라 거친 숨에 뭔가를 내 뱉고 나면,

뭔가를 채울 수 있다.




지난 새벽 5시에 아무도 없는 봉화대에서 혼자 방황하면서 찍은 사진을 오늘 찍은 사진에 붙여본다.


위 > 유난히 은은하게 빛나는 가로등이 금강을 따라 이 도시에 절반을 뚝 잘라 휴식을 주고 있습니다.

아래 > 어둠 대신 하얀 눈가루가 내 고향 공주를 포근하게 덮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집에 다다랐습니다.

수원사지 터를 건너 덩그러니 서 있는 아파트 단지가 주는 정겨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