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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갈기산~월영산 산행기

by 여.울.목 2015. 7. 22.

갈기산 산행기


3주 전부터 갈기산 러브콜을 하던 친구를 따라 찾아 나선다.

산행자료를 만드느라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보니 산의 소재지가 충북이지만 금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예전에 올랐던 천태산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산이라는 친구의 의견을 존중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선다.


08:32~13:31 (4:00) | 평균 1.7km/h 이동

주차장-갈기산-월유봉-성인봉-월영산-주차장 | 6.8km

잘 부서지는 바위 재질의 골산으로 이루어 졌으며, 말갈기 능선은 암릉지역으로 산행에 주의를 기해야 하는 구간이다. 월영산 지역은 비교적 암석의 비율이 작은 지역이지만 산행로 자체가 오름과 내림을 심하게 반복하여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구간이었다.




2015-07-18 갈기산_월영산.gpx




 

들머리

양산면 가선리 금강 길가 주차장에는 승용차 서너 대와 관광버스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그쳤지만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던 터라 산에서 비를 만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들머리 주차장 앞에 흐르는 금강-

 

들머리~헬기장

산행은 시계방향으로 잡았다.

들머리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면 나아지겠지 했던 가파름은 멈출 줄 모른다.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의 숨소리를 들으니 어지간히 힘에 부치나보다. 잠시 땀을 훔치며 지도를 바라보니, 쉬울 것이라는 만만함에 쳐다보지도 않았던 등고선이 눈에 뜨인다. 촘촘하다. 그 촘촘한 등고선에 맞서 거의 직각으로 올라간다.

게다가 산이 골산이지만 바위가 쉽게 부서져 내리는 성질이 있어 등산로 내내 뾰족하고 자잘한 돌맹이가 많아 산행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중간 헬기장에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는다. 습도가 높아 초반인데도 땀이 온몸에 범벅이다.

~ 이런! 바람이 불어 갈기산으로 여겨졌던 봉우리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겆히고 나니 뒤에 또다른 봉우리가 보이는 것이다. 이산 봉우리들이 계단식을 이어져 있어 오르고 나면 또 올라야할 봉우리가 있는 식이다.

사진으로는 얌전해 보이는데, 실제 바라본 봉우리가 어찌나 가파르게 보이던지

- 안개가 걷히니 뒤로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인다. 계단식 봉우리 ㅠ -

 

헬기장~갈기산

헬기장을 지나 다시 헉헉대면서 드디어 이 산의 장점이라는 뷰포인트에 들어섰건만 아침에 내린 비의 영향으로 산 아래는 온통 안개로 가득해서 보고픈 금강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지도에는 전망쉼터라고 되어 있는 장소다. 경치는 포기하고 흘러내리는 땀줄기를 닦고는 갈 길을 잡으려 했는데 어느새 안개가 잠시 시야를 튼다.

맑게 갠 풍경은 아니지만 나름 고단함을 날려주는 시원한 선물이다. 바로 바윗길을 지나니 얹힌 바위도 눈에 들어온다.

전망쉼터부터는 거의 바위 능선길로 되돌아 내려갈까 고민하던 친구도 어느새 도착한 갈기산 정상에서는 환한 웃음을 되찾는다.

모든 것이 맘먹기 달렸다지만 동네 산이라고 너무 자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친구야 산을 너무 깔보지 말자꾸나. 우린 아직도 멀었다.


- 전망대 바위에서... 조금 기다리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걷혀 풍경이 보인다 -


- 얹힌바위 -


- 갈기산 정상에서 바라본 갈기능선, 말갈기 같이 뾰족하게 이어져 있다. 톱니 능선이 아니니 멋스럽게 지은 것이다 - 


- 갈기산 정상석 부근에서 바라보이는 금강 -








 

말갈기능선

갈기산 정상에서야 비로소 갈기산의 이름의 유래인 말갈기를 닮은 능선을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산행의 진면목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갈기능선은 갈기산부터 차갑고개 전까지의 봉우리까지를 보면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동서남북의 방위개념이 깨진 채로 산행을 하다 보니 온통 뒤죽박죽이다. 산행 후 차분하게 지도를 바라보자니 좀 정리가 된다.

학산면 지내리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계속 들려온다. 갈기산과 월유봉 일대는 그쪽 갈기산 관광농원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잠시 버글거린다.

월유봉을 지나고 말갈기바위까지 온통 암릉으로 된 위험 지대를 지나다보니 갈기산 쪽에 바위가 쪼개져 내려 형성된 너덜지대도 보인다. 발을 조금만 헛디디면 위험한 구간이 많다.

- 말갈기 능선-


- 말갈기능선에서 보이는 월영산 -


- 말갈기 능선의 바위는 참 위태롭게도 서 있다 -


-암봉과 흔들바위가 있는 갈기산농원 방향 산줄기 같은데 바위가 붉은 빛을 띤다 -


- 지나온 말갈기 능선, 갈기산 부근의 너널지대가 무척이나 가파르게 보엿다 -


- 왼쪽인 성인봉, 오른쪽으로 서봉~월영산~안자봉 구간이 보인다. 오르락 내리락 어지간히 체력단련 시키더만 -


- 차갑고개를 지나 성인봉 턱 밑 전망바위에서 보이는 갈기산자락 -


 

차갑고개~성인봉~월영산

전망 좋은 구간은 다 지난 셈이다. 이제 시간이 부족하다면 차갑고개에서 계곡을 따라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면 된다. 거친 구간을 걷느라 피곤한 근육에 이제 시련(?)만 남았다.

말갈기 능선을 지나서 555고지를 마지막으로 차갑고개까지 얼마나 다시 올라가려고 이렇게 내려가는지, 이렇게 열심히 다시 오르기 시작한 성인봉은 지도의 545m보다 높은 624m로 정상 표지석에 새겨 있다. 이 둘레 산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그럼에도 육산으로 산 정상까지 나무로 울창해서 조망권을 얻기가 힘들다. 게다가 성인봉부터 월영산 구간은 왠지 습한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구간이다.

저쪽에 비해 찾는 사람도 없는지 지난 가을에 떨어진 떡갈나뭇닢이 아직도 길에 가득하다. 아무래도 가을이나 겨울이면 길을 잃기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자봉에서 월영산 가는 길에 잠시 암릉 구간이 있어 이제 안개가 걷혀 북쪽으로 천태산( 715m)과 멀리로는 충남 최고봉인 서대산(904m)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 월영산 가기전 바위에서, 갈기산~말갈기능선~성인봉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


- 월영봉은 사위가 나무로 가려 조망은 별로였다 -


-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강건너 북쪽의 천태산과 아직 구름이 노니는 충남 제일봉 서대산 -



 

월영산~주차장

그렇게 오르고 내림으로 사람을 골려대니 이제 얌전해지겠지 하던 산은

월영산부터 주차장으로 가는 산행로의 반 정도는 가파름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내려오는 내내 친구와 한 말이 이쪽으로 들머리를 잡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쪽으로 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가파름이 지루한 구간이 지나고 소골계곡에 닿기 바로 직전에는 정말로 음침한 바위아래 마다 수십 년 묵은 지네라도 살 것 같은 V형 암석계곡을 지난다. 비라도 내린다면 물에 휩쓸릴 것 같은 위험천만한 구간이다. 식물도 밀림에서나 볼법한 굵은 넝쿨식물이 많다. 그나마 전체적으로는 짧은 그 곳을 지나고 나니 맑은 계곡물이 환한 세상에서 우리를 반기고 있다.

맑은 물에 땀을 씻고 있자니 무섭지도 않은지 송사리 떼가 도망가지도 않고 헤엄을 치고 있다. 아이들 데리고 와서 물놀이하기 딱 좋은 곳이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일행이 천막을 치고 야유회를 한창 벌이고 있다. 이런 편안한 지역 치고는 한적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는데,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동네 농장 주인이 길을 차단기로 막고 있는 것이여. 나름 자릿세를 받고 있나보다.



너무 쉽게만 생각했던지 산행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구나. 그래도 깔끔하게 산행을 마무리하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점심은 금강을 따라 조금 내려와 청풍명월에서 도리뱅뱅과 어죽으로 마무리 한다.

여기 식당가에서 시작되는 월영산 코스가 갈기산까지 이어진다.

금산군에서 금강주변을 다라 데크로 전망 좋게 둘레길을 조성했다.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