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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아쉬운 해돋이 산행

by 여.울.목 2016. 1. 2.

아침에 눈을 떴다.

잠을 깨려니 의례 손이 TV리모컨으로 간다.

자막에 공주지역의 날씨를 나타내는 아이콘을 보니 햇님이 반짝이다.

아침 7시를 향해가는 시간인데도 밖은 깜깜하다.

재작년에 해뜨기를 기다리던 춥고 추웠던 시간을 생각하니 번거롭더라도 옷을 잘 챙겨입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껴입고 LED전등을 찾고 거실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큰아이가 깨어나 따라가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일로 지체된 시간이,

나 혼자라면 20분이면 오르겠지만 녀석과 함께면 한창 모자란 시간이다.

녀석을 다독거려 다시 방에 들여보내고 혼자 집을 나서려니 어느새 방을 나선 아이가 내 뒤통수에 대고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아쉬운 인사를 한다.

징그럽지만 귀여운 녀석에게 뽀뽀를 건네고 길을 나선다.


실제 밖에 나오니 아직 어두워서 하늘은 잘 모르겠지만 안개가 자욱해서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


차도를 벗어나 임도로 들어서니

마치 동쪽 하늘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희뿌옇게 날이 밝아오는 것 같아 맘이 급해진다.

그래서 사진도 많이 흔들리고 말았다. ㅎ


이른 아침이지만 야간산행은 야간산행이다.

고갯마루를 오르려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이미 날숨은 코호흡을 포기했다.

콧물이 콧속을 점령했기 때문이거니와 야간산행이란 것이 풍경이 지나는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지라

오버페이스하기 딱 좋은 꺼리가 되기 때문이지.


아침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7시 40분 정도라는 것을 기상청에서 확인을 했지만

뿌옇게 밝아오는 동녘을 바라보니 맘이 흔들린 것이다.


어느새 움직임에 열이 차 올라 땀구멍이 속절 없이 열리고 만다.

계속된 음주 때문인지 활발하게 찌꺼기를 몰아내더군.

모자를 벗고는 거위털 패딩내피가 들어 있는 자켓을 벗으로 장갑을 벗고 끼고...

그러다보니 모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 20여 미터를 오르다 보니 모자 없어지게 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다시 되돌아갈 여유를 찾기는 힘들다.

같은 길로 하산하면서 걷어들여야겠다는 생각... ㅎ


능선에 다다르니 둔치 쪽에서 방송소리와 봉화대 쪽에서의 사물놀이 소리가 웅웅 울려대기 시작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경치는... 

서쪽 시내방향으로는 무거운 안개 풍경 뿐이고,

이제 조금씩 환하게 밝아오는 동편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뒤덮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봉화대 옆 봉우리 전망대에는 봉화대 아침 행사 때문인지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다.

너댓명 되는 분들이 동쪽을 바라보며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을 치고 있다.


멀리 우산봉쪽에서 해가 돋아야 하는데, 저렇게 뿌옇기만 하다.


10여분 이상을 서성거리다보니 이제 열기가 다 식어 겉옷을 입어야 할 것 같더군.

손수건을 챙긴다는 것을 깜박해서 아직 흥건한 땀을 어찌할 줄 몰라 손으로 장갑으로 이리 닦고 저리 닦아내고 있다보니

숙부님께서 나를 먼저 알아보시고는 인사를 건네신다.

작년에는 구름이 많이 낀다고 해서 아예 올라오지 않았는데,

재작년에 이곳에서 뵈었던 숙부님... 구름이 끼든 안 끼든 언제나 올라오시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아버지 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시는데,

새해 아침부터 눈시울이 붉어져 참느라 혼났다.

우리 아버지도 숙부님도 올 한 해도 건강 잘 챙기셔서 해돋이 항상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산줄기 하나 넘어 멀리 계룡산의 줄기도 이젠 눈에 뚜렷하게 보인다.


분명 떠 올랐을 터인데...

그러니 아침 노을 빛도 구름 사이로 보이는 것이구...

기상청 분들 고생은 하시는데, 여기저기서 욕 좀 많이 얻어 드셨겠어요. ㅋ

아쉽네요~ 새해를 보지 못허니...



새해 보는 것을 포기하고, 봉화대로 가보니 모 산악회에서 행사를 진행 중이네요.

모닥불 안에 넣어 놓은 고구마가 다 익었는지 사람들 은박지에 쌓인 고구마를 풀어내어 아침 허기를 채우는데,

구름낀 하늘 덕에 군고구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와야 하는 이유~

깜깜한 산길에서 잃어버린 모자 때문이죠.

저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뒤 오는 사람이 밟지 말라고,

모자 주인이 알아보기 쉬우라고 저렇게 밤나무 잘린 가지에 걸어 놓으셨네요.

누군지 모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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