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남해 금산 산행
2016.03.12.
남해군 금산
쌍수산악회 22명
두모주차장-양아리석각-부소암-상사암-단군성전-금산(705m)-보리암-쌍홍문-금산주차장
6.8km
10:15부터 3:52, 평균속도 1.7km/h
이 번 산행의 테마는 봄맞이 산행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도시락을 준비한다며 새벽 4시 반부터 바지런을 떠는 아내 덕에 나도 잠에서 깨어, 잠자던 옷차림으로 날씨부터 확인하러 현관문을 열고 나선다.
차가운 기운이 옷깃을 타고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버스 안은 사람들과 버스의 히터 열기로 훈훈하지만,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고 내려선 섬진강 휴게소의 기온은 아직도 산행 주제를 잘못 잡았는지 헷갈리게 한다.
편도만 약 4시간이나 걸리는 버스여행에 지칠 대로 지칠 무렵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릴 적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게 느껴졌던 남해대교는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가느다란 2차선 도로로 그려진 왜소한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해대교 옆에는 이미 튼실한 두 번째 현수대교 교각이 보인다. 내년쯤에는 저 녀석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겠지.
금산 산행 시작점이 이 섬 끝부분이라 남해대교를 건너고서도 30~40분 이상을 버스로 달려야 하는데, 금단현상 탓인지 종탁 녀석이 벌써부터 내릴 채비를 한다고 부스럭거리며 배낭을 만지작거리고 성에 차지 않는지 연신 뭔가를 먹어대며 구시렁거린다. ㅋ 꼭 금연에 성공하길 빈다.
두모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2013년 9월에 30년 만에 개방된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차장의 아스팔트는 까만 때를 벗지 못하고 얼마 안 된 낯빛을 보이고 있다.
산행 자료 만들면서 두모산주차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국적인 풍모의 조각상이 주차장 구석에 놓여 있다.
▽ 두모주차장 코스 들머리
‘남해서불과차’ 남해에 서불이라는 중국인이 왔다 갔다는 내용인데, 그러고 보니 삼국지 만화영화에서 자주 봤던 풍모의 조각상이다.
중국 서복회에서 지들 조상에 대한 이야기가 서려있다고 2015년 11월에 서복상을 기증했다고 한다. 그걸 또 남해군수가 기념해서 검은 돌에 광택을 내서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으니,
내용을 읽어보니,
중국 진시황이 방사 서불에게 삼신산 불로초를 구해오라 명하여 서불이 산 넘고 물 건너 남해 금산까지 찾아왔지만 불로초는 구하지 못하고 한동안 사냥만 즐기다가 금산을 떠나면서 바위위에 글을 새겨 발자취를 남겼다. 그것이 ‘양아리 석각’ - 경상남도 기념물 제6호(1974.2.16.).
해독하지 못한 서불 관련 남해 암각화를 여러 형태로 분석하고 있다.
「남해도」의 저자 이청기는 거란문자설, 인도의 데세판데 박사는 수렵선각설, 최남선은 고대문자설, 정인보는 선사시대 각석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는 선사석각 화설, 오세창은 중국의 금석학자 하추도가 해석한 서불기례 일출 설을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서불 조각상 앞에는 중국인들 들러 제사를 지냈는지 타다 남은 향이 꽂혀있더군.
외색이 짙은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념사진 찍기기 싫어져 사진은 정상에서 찍기로 한다.
대충 양아리석각까지는 두모주차장에 널브러진 관광버스만 너덧 대는 되는데 그 많은 인원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씩씩하게 오를 정도로 잔잔한 산행길이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서 계곡물소리도 들을 수 있고, 이제는 경작을 하지 않아 다년생 나무가 대신 자리잡은 석축으로 만든 밭이 빈번히 보인다.
컨테이너벨트에 올려진 물건처럼 일정한 속도로 옮겨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뒤엉켜지기 시작한 것은 양아리석각 때문이다.
양아리에 있는 거북이 모양의 석각.
바위에 있는 안내판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거북바위’라고도 불리는 바위에 새겨진 문자문양은 일반적으로 ‘서불이 이곳을 지나다’라는 의미의 ‘서불과차(徐巿過此)’로 해석된다. 전하는 이야기는, 옛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서불에게 동남동녀 500여 명과 함께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하여, 서불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서불은 ‘세상에 늙지 않게 해주는 풀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하며, 이곳에서 사냥만 즐기다 떠났다. 그때 서불은 자신이 이곳에 왔음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이 문자 또는 그림을 새겼다고 한다.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중국을 사모하는 몇몇 지식인이 이야기를 만든 것 같은 냄새.
왜냐하면, 이미 진나라 때는 한자가 시용되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약하다. 남해에서 가까운 두모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와 유산한 문자 또는 문양을 새긴 바위가 발견도고 있어 역사시대 이전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우리의 유산이다.
아무래도 양아리 석각을 깃점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이제까지 열심히 걸어온 대열이 누적된 피로에 의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560고지를 지나면서 골산의 면모를 보이며 길이 가팔라진다. 하지만 그 가파름은 대번 골산이 주는 장점으로 희석되고 만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가까이에서는 모르겠더만 몇 십 보를 올라오니 특이하게 생긴 부소대라는 커다란 바위가 한 눈에 보인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대방광불화엄경 진본 권53’을 소유하고 있는 작은 암자 부소암이 보인다. 부소암은 법왕대라고도 한댄다. 암벽 한켠에는 산신을 업고 포효하며 산을 내달리는 호랑이 형상의 조각도 보인다고 한다네. 인터넷 산행 헌팅 때 여러 신비롭게 보여졌던 바로 그 암자다. 다시 내려가기엔 내 불심이 아직 소박하다. ㅎ
대신 기도발 좋다는 소리를 하니, 사업하는 상신이와 영식이가 내 대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다시 내려간다. 친구들! 대박나길 같이 기원할게~
부소암에 아쉬움을 남겨놓고 다시 오르다보니 나선형 철계단이 나온다.
등반 안내도에 있던 ‘통천문’이란 곳은 나선형 계단이 생기면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조차도 잊혀지는 것 같다. 덩그러니 매달린 얇은 밧줄 한 가닥처럼 희미해진 것 같더만. 비좁은 통천문에 관심을 갖기엔 바다와 어우러지는 바위덩어리들의 향연이 계속 이어진다. 나도 그걸 찍느니 너른 바다를 한 번 더 보고 싶더라. 게다가 빙빙도는 철계단으로 계속 올라오는 인파를 거스르고 사진을 찍기에는 최소한의 양심이 허락지 않더만.
헬기장에 도착했다. 후미와의 격차가 커서 기다리자는 1번 무전기. 나보고 상사암이나 갔다오란다. 상사암 가는 길은 400미터. 그런데 내내 내리막 길이다. 다시 올라오려면 짜증날 것 같다.
와~ 금산의 멋진 경치 중 2경에 속한다더니, 정말 오길 잘했다.
숙종 때 전라남도 돌산지역 사람이 남해에 살게 되면서 이웃집 과부에게 반해서 상사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단다. 남자가 죽을 것 같으니, 미모의 여인이 이 바위에서 남자의 상사를 풀었다고 해서 想思巖이라 부르게 되었다네.
▼ 상사바위에서... 보리암과 금산산장이 보입니다.
그런데, 상사를 대체 어떻게 풀었을까??? ㅋ
아무튼 그 상사가 풀릴 만큼 경치가 끝내준다. 같이 내려간 경성이도 인정했다.
따듯한 햇살 아래 점심전 펴면 딱 좋은 장소인데... 1번문전기가 전화로 올라오란다. 헬기장에서 밥 먹고 있다고. ㅠ_ㅠ
헐레벌떡이란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그렇게 올라갔더니 벌써 다 드시고는 보따리 쌀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먼저 하신 일행은 상사암을 거쳐 좌선대를 지나 금산산장에서 막걸리를 자시고는 금산정상에 오르신다네.
이런~
반주하고 남은 소주를 달라고 해서 반주로는 좀 과할 듯 속을 채우고 단군성전을 들렀다가 바로 금산정상으로 향하기로 한다.
▼ 단군성전
금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고려 의종 때 설치되어 조선시대까지 계속 사용되었다고 한다.조선 때 제2 봉수로에 속하는 최남단 봉수이다. 아마도 왜구의 잦은 노략질 때문에 설치된 것 같다.
그 슬픈 역사는 뒤로 하고, 사방의 조망이 좋고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망대라고 한댄다. 금산 38경과 남해의 만경창파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장엄한 일출이 끝내준댄다.
이제 막걸리 냄새 풍기는 우리 일행과 보리암에서 만나 하산을 한다.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니 금산의 등산로도 시계반대방향이 훨 낫다는 생각.
▼ 금각사에서 보리암으로 내려가는 중 한 바위에 사람들이 동전을 붙여 놓더군요. 정말로 동전이 붙나?
▼ 쌍홍문
뒤풀이 장소로 가는길
나무가 먼저인지... 아님 석축사이로 나무가 삐져나온 것인지, 니들 참 박복하지만 질기게 살고 있구나~
뒤풀이 장소 '서포밥상'이 있는 동네.
솔직히 멸치 보쌈과 멸치회... 육지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비릿하다.
그리고 좀 깎아주시면서 이왕이면 웃음띤 얼굴로 하시지, 사장님 정떨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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