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영취산 진달래 산행
2016.4.9. 9:40부터 4:00
전라남도 여수 영취산
쌍수산악회 20명+1
돌고개행사장-진례봉(510m)-봉우치-A영취봉-흥국사 [7km]
-B원천동계곡-흥국사
4월에 들어서면서 느낀 것 -확실히 해가 길어졌다.
산이며 들에 화사하게 피어난 꽃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4월 9일까지 저 꽃들이 잘 매달려 있으려나? 하는 기우를 품고 다녔다.
날도 좋았고 꽃도 좋아서 다행이었다.
산행하기 딱 좋은 시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놀기 좋은 때다.
그러니 산 말고도 이런저런 행사가 많이 엮여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오신다던 선배님들께서 많이 구멍을 내셨다. ㅠㅠ 이건 뭐지~ 괜한 도의적 책임에 고개가 숙여지네~
3시간을 달려 내려간 여수 월내동 547번지 돌고개 행사장은 뭔가 깬다는 느낌이었다.
주변에 석유화학공장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아무래도 진달래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쓴 입맛을 다신다.
게다가 코앞에 보이는 산등성이를 보니 뭔가 허접스런 느낌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어라? 근데 요놈의 산이 처음부터 사람 간을 보게 만든다. 완만하기만 할 것 같더니 시작부터 가파름이 장난이 아니다. 아이까지 들쳐 엎고 나선 경성이를 보니 웬만한 짜증은 참아야겠다는 생각뿐... 그런데 이 석유냄새는 고약스럽게도 400고지까지 따라 나선다.
한 달 내내 얼마나 퍼 마셔댔는지 1번무전기는 오늘도 땀을 쥐어짜며 나보다 3배 이상의 수분을 섭취한다.
나무 사이로 조금씩 뵈던 분홍빛 진달래가 산등선에 다다르자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반겨든다. 지난주가 축제기간이었고 요즘 조금씩 개화시기가 빨라진다더니, 이제 진달래가 사그러드는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이런저런 폼을 잡으며 볼까지 분홍빛으로 터치를 한다.
사실 최고봉이 510m인 나지막한 산이라는 점과 꽃놀이라는 생각 때문에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시작해서 그렇지, 요 육산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리 녹녹치만은 않은 것이다. 가파른 구간을 지나면 잠시 평지와 같은 곳이 나오는 전형적인 계단 형태의 능선이고, 그 능선의 고도차가 심하다. 산의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계속 이렇게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다보면 사람들 다리 풀리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 영취산 정상 진례봉
▼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석유화학 단지, 매연 같은 냄새가 400고지를 넘어야 사라진다.
진달래는 일부러 그리 심어놓은 듯 산의 등허리에만 꽃을 피우고 있고 산 몸통이나 자락은 보통의 산들과 크게 다름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분홍빛 길을 걸으니 얼결에 씽~ 정상에 도착한다. 11:00. 후미와 거리가 있어 여장을 풀고 소주나 한 잔 마시며 쉬었다 나머지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려했던 모양인데, 전을 펴는 것이 점심전이라 의리 없이(? ㅋ) 먼저 요기를 하고 만다.
인증샷?
그 뭐 그리 중요한지. 영취산 진례봉이라는 글자가 세겨있는 표지석 좀 찍으려 했더만, 영 틈이 나지 않는다. 괴팍한 성격의 아줌씨는 단체사진 찍는데 비켜주지도 않고 새치기를 했다며 인상 벅벅쓰며 성질을 부리며 고춧가루를 뿌려댄다. ㅎㅎ
혹시 나도 살면서 저런 진상을 펴고 사는건 아닌지 되돌아봐야겠다.
촘촘한 길이 내려서는 길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등고선이 빼곡하게 그려진 지도만큼이나 가파르게 내리 꽂는데, 앞산 시루봉과 영취봉의 진달래도 꾀 볼만하다.
아들 등에 업고 고생 많은 경성이와 이미 처음부터 맘 굳게 잡수신 10여분들께서는 B코스 원동천계곡을 따라 흥국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 앞으로, 가야할 시루봉-영취봉, 아래 움푹 들어간 곳이 봉우치 주차장으로 차량이 올라오는 임도가 지난다.
시루봉쪽을 오르다보니, 영취산 정상이 있는 진례봉과 그 어깨들은 육산인데 봉우치를 지나 시루봉과 영치봉은 골산이다. 어라! 시루봉 정상에서 바라본 진례봉 동쪽 가파른 구간은 역시나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군. 서쪽으로 완만하게 점토질 흙으로, 동쪽으로는 가파르게 암벽으로 그 모양새를 잡고 있었다.
시루봉을 내려올 때는 나머지 일행이 B코스를 택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질머리가 고약하더군.
그 내려선 길이 한참 이어지는 능선길인데도... 왜 이리 힘드냐?
갑자기 지친다. 오르막도 아닌데 그간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것 같다. 아님 점심때 마셔댄 술 때문인지...
잠깐 쉬어가자는 선배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혼자라도 쉴 판이었다.
▼ 시루봉에서 본 진례봉, 동쪽의 모습은 딱 골산이다.
▼ 시루봉에서 영취봉쪽을 보며
1번무전기 오늘따라 힘이 넘치시는 선배님들께 선두자리를 내어주더니 급기야 커다란 바위 덩어리-영취봉-를 만나자 꼬랑지를 내리고 너덜너덜한 너덜지대를 지나 계곡으로 향하는 길로 방향을 잡는다. 그렇다고 1번문전기 탓하려는 건 아니고.., ㅋ 아무튼 전작의 육산과 사뭇 다른 골산의 풍미를 보인 영취봉 코스를 설명하고자 함이다. 그 영취봉 바위 위에서의 전망도 좋았을 텐데, 모두 초행길이라 그런지 비켜 내려오고 말았다.
산을 내려오면서 항상 머릿속을 후비고 다니는 공포. 무릎 통증이다. 혹여나 요놈이 다시 고개를 들지나 않을는지 가능한 스틱에 바짝 무게를 실어 내려서다보니 상체와 하체 모두 쉽게 지친다.
역시나, 이럴 때 ‘알탕’하자는 선배님의 제안이 어찌나 반가운지 -발바닥에 한창 오른 불을 식히고 무사히 흥국사로 향한다.
그새 막걸리를 12병이나 쳐 부신 선배님, 후배님~ 놀랍습니다.
거기다 또 뒤풀이 바닷장어집에서 소주까지!
근래 몇 주 동안은 정말 이런 저런 일로 힘든 기간이었다.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여기 능선길 걷다가 방전될 뻔한 내 몸뚱이를 그려보니 몸과 마음이 항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본다.
20명, 단촐한 산행이었지만, 피곤에 지친 몸을 풀어주는 고마운 산행이었고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술 마실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생일이라고 멍석 깔아주고 상 차려준 1번무전기와 운영위원님, 케익까지 챙겨준 영식이 땡큐~ 늦은 시간에 잠깐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던 배사장도 반가웠고, 흔들리는 병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
다음 달은 진달래가 아니라 철쭉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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