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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축령산~서리산 철쭉산행

by 여.울.목 2016. 5. 15.

 


 

축령산~서리산
2016.5.14.(토) 부처님오신날
일주코스
매표소-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886m)-절골-서리산(832m)-화채봉 삼거리-매표소
11km, 5시간(평균 2.2km/h)
쌍수산악회 회원 18명


 

2016-05-14_09-54-27축령_서리산.gpx

 

 

 

 

오랜만에 수도권 지역으로 나선 축령~서리산 제50차 정기산행
축령산 쪽은 기암이 있어 조망도 좋고 일부 암벽코스도 있는 재미있는 코스였고, 축령산에서 서리산까지의 완만한 능선은 힘을 다시 모을 수 있게 하는 편안한 길이었다. 서리산 정상부터 이어지는 철쭉 터널이 인상적인 산행이었다.

 

한 달 사이에 새벽 6시가 대낮이 되어버렸다. 오늘부터 버스가 바뀌게 되는데 날이 훤해서 찾기에는 딱 이다. 벌써 멀리 버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부득이 참석이 어려우시다는 선배님들의 메시지와 더불어
주니어와 동행한다던 경성이가 자리를 채우지 못하더만, GS수퍼 앞에서 타는 박 위원은 어쩐 일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화로 늦잠을 잤다고 하소연 한다. 박 위원의 도시락에 숟가락을 얹을 사람이 몇인데...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택시를 타고 종점에 도착한다.
어쩌다보니 버스에 몸을 실은 인원은 18명이다.
그래도 듬직한 신입회원이 오늘부터 함께 하니 다행이다.

남양주 시내를 가로질러 여차여차 도착한 축령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들어서기 전부터 버스가 붙들려 세워진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철쭉을 보러 쏟아져 나온 것이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1.2km의 아스팔트길을 걸어 올라가게 되었는데, 그 거리 가파름이 그리 만만치 않아 매표소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 이마에 땀방울이 다닥다닥 맺힌다.

혹여나 한 명이라도 공짜로 들어갈까 걱정되었는지 알바생까지 동원해서 입장료를 징수하는데, 어른이 1천원이요, 애들은 300원 이다. 30명이나 되어야 단체 적용을 해준단다.

 

매표소를 지나 등산로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인파에 휩쓸리면 된다. 얌전한 임도가 끝나고 바야흐로 잣나무 숲으로 들어서니 ‘허걱’하는 숨 막힘보다는 침엽수림이 주는 청량감으로 가파른 길을 오르며 연신 땀을 훔치지만 기분이 상쾌하다. 해방 전에 산자락을 둘러 심어놓은 손가락 굵기의 잣나무 묘목이 한아름으로 자라 송진향 그윽한 휴양림이 된것이라 한다.


배낭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는 서산 푸른산악회 일행들이 아는 척을 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수리바위에 도착. 푯말에 쓰인 글귀를 읽으니, 한마디로 바위가 독수리의 부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임꺽정이 활동하던 천마산 근처로 완전 산골짜기 깡촌 이었기에 독수리들이 많이 서식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숲길만 거닐다 수리바위에서 경치를 바라보니 또 다른 감흥이 밀려든다. 수리바위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돈으로 견줄 수 없이 값진 노송인데, 사람들이 하도 걸터앉아서 속 알맹이가 다 드러나 있으니 측은하게 여겨지는데, 여전히 변치 않는 기상이 대단하다.

▼ 수리바위 위의 소나무

 

▼우리 동기들

수리바위를 기점으로 축령산 정상까지의 산행 길에는 재미난 바위나 암벽이 간간히 이어지는데, 오늘 단체로 들이닥친 사람들이 많아 부녀자들이 섞여있다 보니 기암괴석을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길게 늘어서 꼬랑지를 만든다. 잠시 숨을 돌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좋으련만,
우리의 1번 무전기는 샛길을 박차고 ‘전진’뿐이다. ㅎㅎ

 

▼수리바위를 지나면서 이제 암반이 자주 나타난다.

 

▼남이바위 위의 철쭉, 이 것만 유독 짙은 색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도착한 축령산 정상은 도대체... 장터가 따로 없다.
관광버스로 내린 단체가 많은지라 단체, 단독 인증샷을 찍어대느라 틈이 보이지 않는다. 차분하게 서리산과 북한강줄기를 바라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이놈의 세상(사람들)이 그리 만들지 않네.
그 와중에 수령이 몇 십 년이나 되어 보이는 철쭉에서 피어난 연분홍 꽃잎을 보니 그나마 입가에 엷은 실금이 그어진다.
정상석을 등 뒤로하고 철쭉꽃을 물끄러미 바라봄에,
아까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두런두런 하던 말,
“이 꽃이 진달래야 철쭉이야?”
“아~ 진달래하고 철쭉하고 그냥 그렇게 생겼는데, 철쭉은 꽃 속에 주근깨가 있지”

정말로 철쭉에 주근깨가 뿌려져 있네. ㅋㅋㅋ

사실 꽃이 먼저 피면 진달래, 잎이 먼저 피고 꽃이 피면 철쭉이라고 알고 있었거든.
근데 가만히 보니 잎과 섞인 꽃을 보니 요놈의 잎이 꽃을 피운 진달래 것인지 잎을 먼저 트인 철쭉인지 헷갈렸는데 ‘주근깨’ 한마디에 정리가 된다.

▼주근깨가 있는 철쭉 ㅋ

 

▼인증샷이 뭐 그리 중요한지...

 

 

▼요 앞에 서리산이 보인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가는 바로 아래는 가파르게 암반이 섞인 길이다. 그래도 갈지자로 이어지는 등산로 측면으로 꾀 널따란 터가 있어 점심때를 맞춰 많은 사람들이 밥상을 편다.
박 위원이 늦잠을 자서 그런지, 오늘의 점심 메뉴는 진행형이다. 여러 가지 식재료를 지퍼팩에 넣고는 골고루 비벼 비빔밥을 만들어 낸다. 영식이의 유부초밥과 주먹밥, 묵은지가 맛나고 좋았는데 쑥스러웠는지 마눌님 핑계를 대며 게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치워버린다.
그 순식간보다 빠른 것이 다람쥐의 다름질 이었는데, 화들짝 놀라는 사이에도 매 순간마다 지나는 이쁜 언니들을 바라보며 점수를 매기는 1번무전기... 대단해.

절골부터 이어지는 길이 1번 무전기가 뻥을 칠만 할 정도다. 산악자전거를 탈만한 넉넉한 탐방로가 이어지는데, 같이 전진하자는 대장님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제가 언제 꾀병부리는 것 보셨습니까?” 하며 병대가 무릎통증을 호소하면서 아까 그 이쁜 언니들의 발자취를 따라 내려간다.
산책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한 그런 길도 서리산 정상부근에 다다르자 사람들의 인내력을 시험한다. 그래도 참을만한 것이 서리산 정상부터 이어지는 철쭉동산의 철쭉터널 때문이다.
여기도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인증샷 찍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철쭉 경치 좀 찍으려면 뭔 사람들이 지들이 꽃 인양 자리를 비켜서지 않고는 사진을 찍는다고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바람에 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파란 하늘빛과 잘 어울린다.

 

▼초록이 연두와 녹색하고도 잘 어울린다.

 

▼철쭉 군락지, 고개를 잘 숙이고 다녀야 하는 철쭉터널이 이어진다.

 

▼ 한반도 모양의 철쭉 군락지

 

 

화채봉 삼거리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내려서는 길 가파름이 만만치 않은데 다행이 무릎에 그리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
암벽을 품은 축령산을 올라 철쭉을 품은 육산인 서리산을 통해 내려오니 충격이 그리 크게 전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슬리퍼 신고 오를만한 만만한 산은 아닌데.... 동네 뒷동산은 아니지만 ‘철쭉동산’은 있더군. ㅋ 그럼 운장산은 동네 앞동산 쯤 되겠어~ ㅎㅎ

3시 조금 지나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던 뒤풀이가 축령산 휴양림을 나와 경춘가도까지 나오는데 좌회전 신호에 밀린 차들 때문에 4시 넘어서야 도착해서 시작할 수 있었다.
같은 수도권인데 북한산 쪽과 달리 가평 쪽은 관광성 나들이객이 많아 도로 위에서의 움직임이 참 더디다.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황사도 없고,
산도 좋았고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버스 안이 너무 썰렁하다는 것이다.
운장산에는 보다 많은 회원님들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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