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장수대분소-대승령-12선녀탕 계곡-남교리 탐방지원센터
12.68km | 5:48 | 2.2km/h
올해 나의 단풍 산행의 시작은 설악산이다.
올해는 이런저런 일로 기상청이 호들갑을 떨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주 지진 때문에 뒤통수를 맞아서 분위기가 그런지 단풍기상도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림은 내걸지 않았어도, 하는 말이 - 설악산의 단풍은 9월하고도 26일부터 시작이 되었고 다음달 하순 쯤에는 고개를 떨굴 것 같다는 것이다.
맛집을 찾으러 인제군청 누리집을 들여다 보니, 설악산 단풍을 매일 단위로 중계를 하고 있더만,
다행히 우리가 방문하는 기간에 어느 정도 물오른 단풍을 볼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 세상의 자그마한 한낱 개체임에 불과하니 시절을 당기도 밀 수 없는 입장이지만,
단풍 구경을 가자고 문자를 날려놓은 입장이다보니 산행일이 다가올수록 맘이 편치많은 않다.
가을비가 내린다.
제법 내린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내일 산에 갈 수 있겠어?"
며칠 전부터 봐 오던 일기예보를 믿고는 당연히 갈 수 있다고 장담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웬지 모를 불안감에 다시 스마트폰의 날씨어플을 들여다 본다.
새벽, 우산을 들고 나오려는데 그 새 비가 그친 것 같다. 다행이다.
2016-10-08_10-01-32_설악_12선녀탕.gpx
산행 참여 인원이 22명으로 예상 되었는데,
최종 탑승 인원은 18명이다.
우리 산악회 담당 기사님이 일정을 펑크 내서 땜빵으로 온 기사님의 신삥 차의 푸른색 LED불빛 때문에 차 안이 더 휑해 보인다.
2년 사이에 참석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뭐 좋은 방법은 없을가 이리저리 짱구를 돌려보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저 그러고 만다.
전국 날씨를 보건데 거의 다 비가 오는데, 강원도 쪽만 비소식이 없다. 토요일에 갈만한 산이라고는 강원도 쪽이 유일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새벽 5시 반에 출발했는데도 서울톨게이트 도착 몇 킬로미터 전방 부근에서 차가 밀리는 것이다. 다행히 아주 잠시였는데도 걱정이 앞서는 것이여~
진짜 막히는 것은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강원도쪽으로 횡단하는 고속도로에서 였다. 이 차들이 다 설악산으로 가는 차라고 생각하니, 아직 식당 문 열 시간도 아닌데 폰에 저장한 식당전화번호를 째려보면서 어제 식당을 미리 예약을 했어야 한 건 아닌지... 노파심이 든다.
구질구질한 날씨는 장수대분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파란 하늘을 보이고 헤벌죽 웃고 있다.
일찌감치 짐꾸려 나섰건만 도착하니 벌써 10:00다.
담배를 핀다고 장수대 펜션쪽 아래로 내려간 녀석들 등 뒤로 유난히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봉우리가 녀석들을 비웃듯이 굳세게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
대승폭포까지 계속해서 맞으편에서 위용을 자랑하던 봉우리가바로 주걱봉이다. 주걱봉을 기준으로 왼쪽은 가리봉, 오른쪽은 봉우리가 세개라고 삼형제봉이란다. 그리고 저 능선을 가리능선이라는데, 저 능선은 설악에 명소가 많아서 이 동네 사는 사람이거나 설악산 골수팬이나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 뒤로 바로 깍아지르는 바위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우리 뿐만아니라 관광버스가 토해낸 수 많은 사람들이 언제 한데 모이겠냐는 심정으로 출발 전 인증샷을 찍느라 호들갑이다.
단체 사진을 찍고 삼발이를 접고는 내 배낭을 챙기느라 길을 건너오니, 다들 먼저 길을 떠나버렸다.
대부분 출발은 이렇게 가장 늦는다.
탐방객 카운터기를 지나 500여 미터 정도는 평온한 숲길이 이어진다.
햇볕도 따사롭게 내려와 초록잎을 연두빛으로 바꿔주니 눈과 살갗, 들숨으로 받아들이는 설악은 참 이렇게 신선하고 풍요로운 것 같다는 편견을 만들고 만다.
이제 거친숨을 내몰아야 산행에 진척이 메겨진다.
점점 가파라지는 탐방로 때문에 앞서 풀려나왔던 산악회 회원들의 긴 꼬랑지와 우리 일행의 행렬이 뒤섞인다.
다온산악회, 당진상록산악회...
대승폭포가 얼마남지 않았을 때 길가다 잠시 발을 멈추게 하는 소나무 한 그루.
역광이라 사진이 잘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무 옹이가 참~ 신기하다.
구부러지고 뒤틀린 소나무는 새 둥지 같고 기형적인 옹이는 서너 마리의 새끼 새들이 어미보고 먹이를 달라고 주둥이를 하늘로 쳐 든 것 같다. 옆에서 보면 더 리얼한데, 사진이 더 검게 나온다.
참 신기하다고 사진에 담고보니 저 나무의 아픔이 서럽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저 나무는 자라나는 동안 사람이나 겨울 눈덩이의 힘을 이기지 못해서 부러졌다가 다시 살아나느라 저리 뒤틀렸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소나무의 강한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요즘 우리나라 숲이 안정을 찾는 과정으로 자연스레 떡갈나무(참나무)로 나무의 생태가 변하는 숲의 천이과정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여긴 지대도 높고, 춥고, 골산이라 토양도 충분치 못해서 아직까지 소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나보다.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 그러니까 남북한 함쳐서 - 3대폭포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여겨져?' 추정을 한다는 말씀? 그럼 자치단체장의 뭔 꼼수라도 있단말인가? ㅋ
에이~ 그냥 즐기자.
일반적으로 폭포의 낙차, 폭, 유량 3가지로 그 크기를 평가한다는데, 유량면에서 800고지 지점이라 비가 어제 왔기에 저 정도지... 그래서 그런지 안내문에서는 낙차(80m)와 폭에서 가장 큰 폭포 중의 하나라고 자랑을 한다.
대부분의 폭포가 오랜 시간에 의해 침식되서 완만해진다는데 이 대승폭포는 여전히 수직으로 낙하하는 '수직절리에 의한 수직형에 가까운 폭포'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물이 떨어지는 부분에 깊은 웅덩이가 발달해서 이무기나 용과 관련된 전설을 낳을만도 하다.
대승폭포의 유래,
옛날 이 동네 대승이라는 청년이 밧줄에 메달려 돌버섯을 따고 있었는데, "대승아! 대상아!" 돌아가신 어머니 외침에 올라가보니 동아줄을 지네가 갉아먹고 있었다고 하네. 어머니의 덕에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다는 전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엄마만한 지네가 갉아먹고 있었데..."하며 전설을 전하는 걸 듣던 마눌님, 심기가 불편하신지 "안내판 사진에는 신짝만한 지네라고 되 있네"라며 뻥치지 말라고 한다.
원래 전설은 그렇게 이야기를 키워가는 것이여~ ㅋ
대승폭포만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멀리 가리능선이 이제 눈높이로 들어온다.
금새 하늘이 다시 찌푸려지려는지 가리능선에 짙은 구름이 걸려들고 있다. 여기로 오면 안되는데...
대승폭포를 지나고 폭포로 향하는 계곡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는데, 이게 숲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걸음을 멈추고 아름드리 나무도 찍어보고 싶고 이 높은 고지의 시내물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근 1000고지에 가까운 고도인데 일정 구간이 평온한 구릉처럼 이어져 물은 계곡물이 아니고 시내물처럼 대승폭포로 향한다.
해발 900미터를 지나면서 이제 단풍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제대로 막바지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래야 대승령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대승령까지 막바지는 할딱고개다.
사람들 모두 자꾸만 무거워지는 몽뚱이와 사투를 벌인다.
그래서 그런지, 그 대가로 사람들은 '대승령'이라고 세 글자가 씌여진 1.5M 높이의 나무 기둥에서 인증샷이란 것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기를 쓰고 자세를 취하는 폼이 럭비선수들이 진을 편 것처럼, 다른 누구에게도 틈을 주지 않으려는 모양새에 더 이상 머물고 있을 맘이 싹 달아난다.
어른들 말씀 빌리자면 '정 떨어진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다.
탐방로를 정비하고 남은 쓰레기를 헬기로 옮기려 세워둔 커다란 자루 위에서 12선녀탕으로 향하려면 지나야 할 또다른 봉우리를 바라본다. 비구름이 봉우리를 감싸고 있어 녀석의 모습은 제대로 볼 수 없다. 산행 초반만해도 파랗던 하늘이 저렇게 짙게 찌푸리고 쌀쌀한 바람만 불어댄다.
사실 사진으로 보이는 저곳이 대승령보다 더 고지가 높고 터도 제법 너른데도 사람들은 대승령에 관심이 더 많다.
아마도 설악산 산길로 치자면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대승폭포-장수대, 백담사, 대청봉, 12선녀탕으로의 길이 나누어지기 때문)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기엔 대승령 정상이 너무 춥다.
500여 미터를 내려오니 점심전을 펴기 딱 좋은 공간이 있다. 헌데 그 공간이 산등성이라 그런지 아까 그 먹구름이 이곳을 지나치면서 기온을 확 내리는 바람에 몇 분 사이에 체온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자켓을 꺼내 입고, 모자를 쓰면서 녀석들이 더 이상 달아니지 않도록 애를 쓴다.
그럼에도 이젠 속에 불을 질러야 겠다는 생각에 소주에 맥주에 담금주를 틈틈이 목구멍으로 넘긴다.
점심을 다 먹고 나니 술기운 때문인지 훈훈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점심을 마치고 구릉같은 얌전한 오르막길 1.7km를 25분 정도 걸으면, 우리 코스의 최고봉에 다다른다. 우리 코스는 이제 12선녀탕 계곡으로 하산만 하면 되기에 최고봉인데, 대승령 때문에 사람들이 다들 시큰 둥 하네.
차가운 비구름이 남동쪽으로 밀려가서 그런지 여긴 따듯하다.
멀리 지나왔던 대승령도 보이고,
그 이름 없는 평퍼짐한 봉우리에서 서쪽으로는 들어가지 말라고 금줄을 쳐 놓았는데, 그 길로 가면 안산(1,430.4m) 이다.
12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길 내내 단풍사진을 찍는다고 내리막길에 아위워하며 발걸음을 아끼면서 단풍사진을 찍어댔던 산이 안산이다. 뾰족한 것이 위험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 놓은 모양이다.
사실 안산에 덮인 비단같은 단풍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 댄건데, 우연하게도 안산은 그저 배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해가 반짝이니 단풍이 더 투명하게 다가선다.
단풍은 나무에만 매달린 것이 아니다. 우연히 일행을 기다리면서 계곡물을바라다보니 오늘 막 떨어진 잎이 참 곱게 헤엄을 치고 있다.
이제 가파른 내리막도 거의 끝나고 두문폭포에 이르기까지 이런 길을 자주 만난다. 계곡을 따라 가다가 건너기도 하고, 어쩌다 쓰러진 커다란 나무를 만나면 몸을 움츠리기도 하고...
외나무다리에서 곰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을 것 같다. ㅎ
두문폭포에 도착을 했다.
조금 더 내려가면 그 유명하다는 용당폭포, 일명 복숭아탕이 나온다만 난 개인적으로 이 폭포가 더 맘에 든다.
일단 사람들이 그리 몰려들지 않는다. ㅋ
단풍마저 곱게 들어서 앞산의 녹음과 어우러진 것이 차분하게 몸 속의 독소를 빼가는 것 같다.
빨간 단풍사이로 햇살이 비춰 이제 덥다는 느낌이 든다.
드디어 용당폭포에 도착!
낙수효과로 생긴 물 웅덩이가 복숭아 같이 생겼다.
폭포보다도 가만히 머리를 들어 보면 깎아지른 절벽 끝에 뾰족한 부리를 내세우고 자세를 잡은 독수리 같은 바위가 더 인상적이다.
다른 렌즈로 찍고보니,
전체적으로 뚱뚱해져서 독수리 같다던 바위는 화투장의 *광에 나오는 새 부리 같다.
응봉폭포를 지나 남교리통제소까지 주구장창 계곡을 따라 내리막을 달린다.
딱 한 주만 더 늦게 왔다면 사람들이 이 계곡이 품은 붉은 비단에 넋을 잃고 길을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폭포와 단풍이라는 것에만 너무 촛점을 드리워서 그런지 내려오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난 아직도 맘을 비우기에는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한가보다.
빨랑 내려서서 아침에 예약한 식당에 전화를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 뿐이네.
산행 뒤풀이는 백담사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 용대리라는 황태 덕장으로 유명한 동네 어귀의 식당-황태사랑-으로 향한다.
모듬정식(더덕+황태+각종나물+황태국...) 15,000원
황태구이정식 11,000원, 더덕구이정식 13,000원, 황대해물찜 큰것 45,000원, 중간것 35,000원, 황태강정 17,000원
기타 항태해장국, 황태해물순두부~
모듬정식을 먹었는데 괜찮은 맛에다 전화받고 서빙하시는 분들이 친절하니까 맛이 더 나는 것 같더군.
내려오는 길 막혀서 그런지 10시나 되어 도착을 했다.
땜방 기사님이신데 하루 종일 고생많으셨다.
이 양반 나름 철학이 있더만, 저녁시간에 대충 때우고 일어서길래 왜 먹다말고 일어섰냐니깐 - 많이 먹으면 졸립다고, 그래서 대충 일어섰댄다. 졸음 쫓는 약도 드셨다네. 암튼 직업정신 짱입니다요~
아~ 다음달 추월이를 보러갈 땐 찐한 땀 내음 가득한 버스 안이 좀더 가득찼으면...
是以聖人終日行 不離輜重
성인은 종일 걸어 다녀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는다.
오늘은 구뻥이라고 놀려댔다. 뻥이 9할이라고 ㅋ
1번 무전기의 배낭 1/3은 응급약품과 비상용품, 과할 정도의 생수다. 다 남에게 풀어 줄 맘의 준비가 된 물건들이다.
그러니 오를 때 무게에 짖눌려 그리 낑낑거리지. 쯧쯧~
1번 무전기라는 시한부적-언제까지 할지 모르기에- 숙명 때문에
언제나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제 내리막이다."라는 알고도 속아주는 거짓말을 계속 내뱉고는
'구라'에 '뻥쟁이'라는 말을 들어도 굳세게 내달리는 녀석~
산에서만큼은 네가 네 호라고 떠들어대듯 신선적양 맞다.
성인은 하루 종일 걸었어도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는댄다. 고생이 많다 1번 무전기!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곡사 태화산 (0) | 2016.11.05 |
---|---|
덕유산 종주(육구종주, 육심령~구천동) (0) | 2016.10.29 |
남한산성 성곽길 (0) | 2016.10.03 |
로커스 타일맵 불러오기 오류 관련 (0) | 2016.10.01 |
지리산 천왕봉, 백무동-장터목-천왕봉-로터리-경남환경교육원-중산리 (0) | 2016.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