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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대간 | 힘들 땐 과감하게 돌아서자꾸나" "

by 여.울.목 2017. 4. 9.

공주대간

힘들 땐 고집피지 말고 내려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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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까지 얄궂던 날씨가 일요일에는 맑은데다 미세먼지도 잠잠하다고 한다.

헌데, 실제 맞이한 아침은 왜 이리 썰렁한지 배낭을 메고 나설지 말지 몇 차례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찾다보니, 나서는 길에 스틱이며 간식거리를 빠트리고 나왔다.

다시 되돌아가기엔



 

공주대간을 돌기로 했다.

언젠가 등산지도 공유 카페에 공주대간이라는 말을 올렸다가 개나 소가 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글을 쓰기 석연치 않은 마음이 베어든다. ‘공주대간이라는 말을 보고는 개나 소나 다 백두대간 흉내를 낸다나 뭐래나. 댓글 쓴 사람들은 그냥 쓴 말 같지만 공주 사는 사람 입장에서 며칠 동안 기분 안 좋더라.

 

공주대간 길은 금강부터 시작을 한다. 그런데 그 길이 논산과 대전으로 가는 도로 때문에 깎이어 나가서 장기대나루터 자리부터 시작하지 못하고 장기대 터를 깔고 앉아 있는 옥룡정수장으로 올라 시작해야 한다.

장기대는 기다란 나무에 깃발을 달아 놓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단다. 잘 보이는 곳인 데다 강을 건너는 나루터도 있고, 대전과 논산으로 향하는 길이 만나는 곳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조선시대 충청감영에서는 큰 죄를 지은 자를 장기대에서 공개처형하기도 했다는 말씀.

 

라는 글자가 붙은 만큼, 글자 값어치만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반듯하게 서 있기 불편할 정도로 가파른데,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서 그리 조망이 시원하지 않다. 아마 출입제한 구역인 옥룡정수장에서는 멋진 조경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정수장을 비껴 돌아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 능선에 다다르자 갑자기 쿵쾅거린 심장 덕에 입고 온 자켓을 벗어 둘둘 말아 배낭에 넣어야만 했다.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몸서리를 치게 만들지만 계속 걷기 때문인지 몸뚱이가 그럭저럭 견뎌준다.

 

오랜만에 산을 찾아서 그런지 오늘 부린 욕심이 과하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제 봉화대인데 힘이 쪽~ 빠진다.

봉화대 정상에야 오니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간만에 찾아온 햇살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아주 느긋하게 일요일 오전을 즐기고 있다. 나도 저러고 싶은데, 난 걍 열심히 걸어야 한다.

 

 

아직 추위가 매운맛을 내고 있어서 그런지 진달래가 그리 활기차지 못하다. 잎이 트기 전에 꽃이 폈으니 진달래인 것은 확실하지?

가파르게 올라온 만큼 가파른 길을 따라 효포초등학교 쪽인 남향의 길을 내려선다.

몇 해 전에 벌목을 해서 살벌했던 산이 해를 바꾸더니 어느덧 숲의 모양을 찾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끝도 없이 내려서다보면 움푹 들어간 고갯길이 나온다. 고갯길은 효포와 무란주 동네를 동서로 잇는 길이다. 어쩜 수원사지 쪽으로 내려왔을 수도 있는 웅진으로 가는 고개. 그래서 웅치라고 한다.

동학농민군의 항전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런 웅치의 이름이 슬그머니 능치로 바뀌어가고 있다니, 아쉽다.

어느 분의 산소가 있어서 그런 건지, 고개에 붙은 그 땅의 모양 자체가 커다란 능과 같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능치라고 흔히 말한다.

어떤 사람이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사비를 들여서 능치봉이라는 글씨를 프린트해서 코팅까지 해서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이런 친절함과 정성은 내가 생명과학고 제2농장 뒷산이라고 부르는 봉우리와 철마봉까지 이어진다. 그 봉우리를 몇 글자로 부를 수 있다는 것에는 나도 환영을 한다.

하지만, 지명에 관한 나름대로의 고찰을 통해서 붙여놓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생명과학고 농장 뒤편 산도 이라는 이름을 넣어 만들었더군. 그래서 사진을 찍기조차 싫더라.

 

생과고 2농장 뒤편 봉우리에서 본 봉화대



멀리 계룡산줄기도 보인다

이런 나름의 푸념도 이제 철마봉을 지나 주미산에 다다르게 되자 피곤함에 쑤욱 들어가고 만다.

삼각김밥 두 덩이는 이미 생과고 제2농장 뒤편 봉우리에서 해치웠다. 이제 남은 거라고는 보온병에 든 차와 마실 물, 방울토마토다. 적고 보니 가지 수는 많지만 허기를 채울만한 것은 없다. 허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산행이라 그런지 급 피로감에 휩싸인다.


주미산 정상은 모습만 보아서는 아직도 겨울이다. 초록이나 분홍은 찾아 볼 수 없으니~



맨 앞 줄 공주대간 산맥, 너머 너머에 계룡산 줄기까지~

 

지막곡산을 행해 내려서는 찰나 오른편 무릎 바깥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움찔한다. ~ 미치겠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통증이 일찍 시작되었다.

하늘은 맑지만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드는 휴일 기온이다. 바람까지 한 몫을 하는 군.

이제는 주미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예전 샛길이 어엿한 등산로가 되어버린 길로 퇴로를 선택한다.

 

퇴로? 스스로 퇴로라고 해야만 하는지 ㅎㅎ. 무리하지 않고 시간의 여유를 느끼면서 공주대간을 휘 돌아보고 싶었는데 이제 몸 채비를 덜 하고는 힘든 내 몸뚱이기가 되고 말았다.

지도상으로는 2/3를 돈 셈인데, 무릎 통증까지 참아가면서 무리하고 돌아 볼 생각은 없다.

 

스쿼트 열심히 하고 준비하자.

때로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