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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구담봉 옥순봉 산행기

by 여.울.목 2017. 4. 9.

구담봉 옥순봉
동네 뒷산보다 낮다고 얕봤다가는 큰 코다친다 ㅋ


계란재-삼거리-구담봉-옥순봉-계란재
6.61km  |  3:12  | 2.1lm/h



2017-04-08_09-45-42구담_옥순봉.gpx



왕복해서 다시 계란재로 오는 거리가 7.4km에다 시간도 3시간 정도면 되는 거리다.

우리 산악회에서 산행능력이 천차만별인데도 3시간 반 정도에 모두 복귀를 했으니
누구 말대로 산책코스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엇그제 다녀온 주미산 345m보다 낮은 산일지라도 산은 산이다.
하지만, 모름지기 산 앞에서는 다소곳해야 한다.
더군다나 구담봉과 옥순봉 - 절경을 자랑한다고 한다네.

산에서 절경이라함은,
지리산과 같이 거대한 산이 주는 웅장함을 빼고 소규모 산의 절경은 대부분 골산으로서의 진 면목이 있기 때문에 이름을 날리는 것이다.
다행히 거리가 짧아서 그렇지 이런 골산이 길에 이어졌다면 다들...


얼떨결에 소피볼 곳을 찾다가 비법정 탐방로를 돌고 말았는데,
그닥 위험한 구간도 별로 없어 몇 군데 계단을 마련하고,
호수와 만나는 구간에는 데크를 설치하면 금상첨화일 산행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유람선 타는 사람들이 적어져서 업자들 민원이 빗발칠라나? ㅋ



구담봉을 먼저 들르고 옥순봉을 찾았다.
계란재탐방지원센터가 있는 곳은 행정구역상 제천시.
제천시에서는 충주호를 청풍호라고 부른다.
그리고 옥순봉이 제천시에 속해서 그런지 이웃해 있는 구담봉은 안내문도 없이
옥순봉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 놓구 있더군 ㅎㅎ.




7km가 조금 넘는 거리인데,
난 어떨결에 호수쪽으로 내려서서 우연하게도 처음 가보는 길을 걷게 됐다.


아직은 때가 이른가?
벚꽃이 몽우리만 지은 채 쉬 망울을 터트리지 않는다.
짧은 산행을 마치고 청풍문화재단지를 찾기로 했는데,
이런 상태라면 막히는 도로 위에서 시간만 버리다 한참 웅크린 꽃망울 때문에 두 번 원성을 들을 수도 있겠구나~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1.4km 정도 솔밭길을 걸으면 된다.
산책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몇 백 미터를 걷더니 배낭을 내려놓고는 다들 재킷을 우겨넣는다.
몸 속에서 뻠뿌질이 왕성하게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삼거리에서 숨을 돌리고서는 구담봉 언저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만을 타면된다.
발 밑을 조심조심하면서 절벽으로 이루어진 구담봉의 자락을 감상한다.

왼쪽으로는 가은산과 그 너머 금수산 줄기까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장회리 선착장을 배경으로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한는 절벽이 버티고 있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를 단애라고 하는데 이것이 끊어져서 생긴 것인지 솟아서 생긴것인지, 아님 흙이 씼겨 내려가서 생긴건지...

그냥 내 생각인데 구담봉은 끊어진 상태에서 흙이 씼겨 내려간 것 같이 보인다. 그러니 절벽과 절벽 사이에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질 수 있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추측.

구담봉을 오르는 절벽에 계단이 세워졌다.
2012.10.13.에 이 코스를 탔을 때만해도 밧줄과 철봉, 'ㄷ'형태의 쇠 발받침으로 아슬아슬한 산행의 맛을 보여주었던 구담봉 절벽이 좀 싱겁게 다가선다. - 다행인가?


철계단을 올라 맞은편 절벽을 바라본다.
아직 천천히 움직이는 우리 일행이 건너편에 있다.
단단해 보일 것 같은 바위인데 내려서는 길은 바위가 으깨져서 마사토 같이 굵은 흙 알갱이로 되어 있어서 넋놓고 있다가는 미끄러져 다치기 쉽상이더군.




그 촛대바위 저기 있구나.

1번 무전기가 저런 바위만 보면 사진 찍어 댄다고 놀려대는데,
저런 기암괴석을 보고 사진을 안 찍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닌가?

남들 다 신기하다며 감탄하는데, 본인만 본인이 최고라고, 
놀려대는 건지 자학하는건지 줄타기를 한다. ㅋ



디지털 Zoom in
광학 줌이 아닌데도 볼만하게 확대가 된다. 보고 있나 1번 무전기? ㅎ



철계단에서 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하면 구담봉 정산에 다다른다.
철계단을 설치하면서 원래 정상은 조금 더 위인데,
커다란 바위를 어디서 공수해왔는지 '구담봉'이라는 글자를 박아 놓은 정상석이 뭉툭한 모습으로 남의자리를 채틀고 앉은듯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단양 구담봉
단양군 단성면과 제천시 수산면에 걸쳐 있는 바위로 된 암봉.
석벽 위에 바위가 있는데 물속에 비친 모습이 거북의 형태를 하고 있어 붙여졌다네.
남한강 물길을 따라 충주에서 단양을 향해 가면 거북 한 마리가 뭍으로 올라가는 듯한 형상의 산이 보인다는데, 유람선을 꼭 타봐야 하는 건가?

남한강의 풍수설에서 '거북'의 이미지가 강조된 경승이란다. 명승 제46호.

제비봉과 금수산, 멀리는 월악산이 감싸고 있어 충주호 수운관광의 백미로 손꼽히고 있데.

구담봉은 정말 멋지다. 높지 않지만 부챗살처럼 펼쳐진 바위 능선이 설악산을 닮은 듯하고, 능선 좌우의 기암절벽이 금강산에서 옮겨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더만. 구담봉의 석벽을 감상하려면 장회나루나 신단양나루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데, 그래도 정상에서 펼쳐지는 충주호인지 청풍호인지 이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니 유람하는데 이곳만큼 좋은 장소도 없다.


장회나루쪽 풍경이다.


구담봉 전망테크에서 구담봉의 진짜 정상을 비껴 바라본 성골선착장과 둥지봉



강수량이 부족해서 15m이상의 수심이 낮아진 것 같은데,
덕분에 보이는 호숫가의 암벽도 볼만한 풍경이다. 그래서 줌-인 한 컷~



구담봉 진짜 정상에서 전망데크까지 함께 한 컷!

전망대에는 캐리어에 아이들 업고온 두 다리 튼튼한 후배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엔진의 열이 식으려면 더 있어야 하는데,
일행이 먼저 자리를 떠서 그런지 이제서야 천천히 열을 식히고 움직이려나 보다.

정말 소피를 보고 싶은데 사람들이 자꾸 몰려드니 생리현상을 어케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겠어.
큰 것은 그래도 참을만한데, 작은 것은 참다가 병될 지 모른다.
ㅋㅋ
그래서 소피보러 왔다가 계획하지 않은 다른 코스로 우연하게 접어들어당.



일행이 다시 삼거리까지 되돌아가고 있는 암릉



구담봉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형제 봉우리, 녀석도 참 맛깔나게 생겼다.
유람선에서 보면 두 봉우리가 얽혀 거북이 모양을 우려내겠지?




산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질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저쪽에서 보는 넓적한 구담봉과 달리 이쪽에서 보는 녀석은 날카롭다.

계룡산 머리봉을 지날 때도 그랬다. 오를 때 보이는 녀석은 정말 머리 모양 같더니
녀석을 지나 능선을 탈 때는 딱 저런 모양의 생판 다른 모습이었다.



삼거리 쪽 봉우리에서 옥순봉까지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맞으편 성골선착장과 둥지봉이 한껏 가까이 보인다.
선착장은 아마 물이 너무 빠져서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



줌- 아웃



또 꽃 사진 찍었다고 뭐라할 녀석


조금씩 옥순봉이 가까워진다.



별것 아닌 것 같던 옥순봉 모습이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는데,
'옥순'이라는 어감이 주는 순박한 시골처녀 같은 느낌보다는 강직함이 물씬 풍기는 고딕체 바위 덩어리다.




옥순봉으로 가기 위해서 잠시 호수 가까이를 지난다.

예전엔 여기까지 물이 찼던 모양이다.

골짜기 여기저기 스티로폼과 같은 쓰레기가 많이 눈에 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이 쓰레기 때문에 여기를 지나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깨끗하게 치우고 여기에 교량 같은 데크길을 설치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냥 내 생각이다.



둥지봉이 제대로 보인다.
지도를 찾아보니 저기 수면과 맞닿는 부분에 벼락맞은 바위가 있는 곳이라는데, 안 가봐서 모르겠구나.




옥순봉까지의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제 옥순봉 절벽이 뚜렷하게 들어온다.
정말 쭉쭉 뻗은 모양의 바위가 대나무 마디처럼 보이는 것이
조금만 더 푸르름이 가득하다면,
'옥빛의 대나무순 같다'는 표현이 맞아들어갈 것이여.





이제 오르막의 절정에 다달아 멀리 구담봉의 모습을 담아본다.
역광이라 안 보일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법 모양새가 난다.





 

 

 


옥순봉玉筍峰은 제천 10경 증 제8경에 속하는 명승지

단양 8경 중 유일하게 단양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네~

퇴계 이황 선생이 "단애(수직 또는 급경사의 암석사면)를 이룬 석벽이
마치 비온 뒤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순과 같다."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암 괴봉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청풍호와 어우러져 뛰어난 경고나을 보여주고 있다.


옥순봉의 전설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임(1548년)할 때 기녀 두향이 옥순봉을 단양군에 속해 줄것을 간청하여,
퇴계 이황이 청풍군수에게 이를 청하였으나 거절하자 단애를 이룬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文이라고 새겨 놓았다고 한다.
이후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를 거쳐 몸이 쇠약하여 안동으로 낙향하자 두향은 난과 매화를 가꾸며 정갈히 지내던 중 1570년 퇴계가 돌아가시자 강선대* 옆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한다.
*강선대: 제천시 수산면 계란리의 계란교 아래에 있는 누대처럼 생긴 넓은 바위/ 선녀들이 놀던 바위라는 뜻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아랫쪽 전망바위에서 올려다 본 옥순봉 전망대 데크






옥순봉을 내려와 능선길을 따라 다시 삼거리까지 0.6km
내가 생각해도 600m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좀 애매하게 긴것 같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고...

산책길은 아닌 것 같다!

하산길~
분명 아침보다 꽃망울이 더 터졌다.



그래두 아직 화사하지 않은 것이 밀리는 차 안에서, 꽃망울 터지지 않은 그곳에서 원성을 듣느니 일찍 귀환하기로...
지난 주 1박2일 프로그램 보니까 조기퇴근하더만, 우리 버스 기사님 조기퇴근에 기분이 업되신 거 같으이~

 

담달 Y자 도봉산 코스가 기대되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