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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도봉산 산행이야기 - 두번째

by 여.울.목 2017. 5. 15.

도봉산 산행 이야기

주차장-광륜사-다락능선-자운봉-마당바위-대피소-주차장 | 9km | 1.8km/h



2017-05-13_09-18_도봉산.gpx


↓ 처음 계획했던 등산코스

↓실제 움직인 A코스






어김없이 금요일 술자리가 잡힌다. ㅠㅠ

다음날 장트러블로 차량 이동 중 식은땀을 흘려야하는 고통이 무서워, 시원한 맥주는 사양하기로 한다.

시원스레 들이키는 타인의 맥주잔만큼 소주잔을 들이키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풀어내려는 술자리에서조차 뭔가를 절제해야 하는 고통... 모임 참석을 하지 말어? 술을 끊어? 뭐 이런 별별 시나리오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매번 이런 트러블 속에 ‘이러면서 굳이 내가 산을 가야하는 건지...’

그래도 눈은 떠진다.

마눌님이 도시락을 싼다고 맞춰 놓은 알람에 꾸역꾸역 일어난다. 알코올 기운에 엉성한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 길가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봉화대 쪽은 아까시나무로, 사람 사는 동네는 가로수 이팝나무의 것으로 새벽인데도 온통 허옇다.

지난해도 5월부터 유난히 그랬는데 - 가족행사나 나들이가 많아져서 - 산악회가 우선순위에서 밀려 버스가 썰렁하다. 간만에 산행지가 한양인지라 다행히 천안서 선배님 내외분이 합류하셔서 16명(어린이 1명 포함). 가득은 아니더라도 여기서 10명만 더 참여한다면 공간도 넉넉하고 전반적인 산행일정 운영도 무난할 텐데, 아쉽다.

1번 무전기 말로는 암릉이 보이는 도봉산 사진 때문에 사람이 확~ 줄어든 것 같다는데 ㅋ, 그렇게 보면 다음 달이 더 걱정이다.


↓ 도봉산 서원마을 터에 자리잡은 산악박물관 / 그 뒤로 보이는 도봉산을 이 건물이 왕창 가려버렸다.


산행 코스는 광륜사를 분기점으로, 다락능선을 타고 자운봉-관음암-거북롤-도봉계곡으로 이어지는 A코스와 도봉서원에서 도봉대피소를 지나 마당바위를 지나 관음암부터 합류해서 거북골과 도봉계곡으로 하산하는 B코스로 맞춤형 산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인원이 얼마 안 되다보니 분위기를 몰아 얼결에 모두 A코스로 방향을 잡는다.


4년 전(2013년 2월)에 와 봤던 곳인데, 이 길이 그 길인지 긴가민가하다.

예전 산행 후기를 찾아보니 http://yyh911.tistory.com/72 도봉대피소에서 포대정상으로 직선으로 코스를 뺐었더군.

이번 코스 덕에 포대정상에서 눈으로만 감상했던 다락능선 암릉구간을 걸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등산로는 동네 약수터 가는 길보다 넓게 다져있더군.

서울과 붙어있어  찾는 사람도 많고 연령층도 다양하다.

우리 일행 총각, 눈호강도 제대로~ ㅎ


해발 290m를 지나면서 암릉 구역이 나타난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어쩔수 없는 화강암 오르막길이라 조금씩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수락산



↓바위 틈새에 은석암이 있다. 불경소리를 너부 불경스럽게 크케 틀어 놓았어. 조금만 줄입시다.



↓이제 보이기 시작한는 도봉산 봉우리 군단




암석구릉지대의 은석암을 지나면서 가파름이 더해지는 구간을 지나야 다락능선과 만날 수 있다.

일단 다락능선에 다달으면 거의 등고선을 따라 숨고르며 갈 수 있다. 그 길 중간중간에 오를 때 보았던 기암이 있고, 위에 올라서면 - 주로 동쪽으로 - 훤하게 트인 경치가 산행으로 쌓인 피로를 날려버린다.

능선이 지루하다 싶을 즈음, 오른쪽으로  만장봉(718m)-자운봉(739.5m)-신선봉(730m)의 모습이 힐끗 보인다. 다들 홀딱 반해 걸음을 멈추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軍용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포대능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조금씩 가파르기 시작하고 유격훈련 준비단계도 거쳐야 한다. 막바지 가뿐 숨을 들이키면 포대능선과 다락능선이 만나는 포대정상에 오르게 된다.

4년 전만해도 벙커비슷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흉물스럽게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더만. 이제는 방부목으로 데크를 만들어 멋진 전망대로 곱게 단장하고 앉아 있더군.

이제는 자운봉 꼭대기에 서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만장봉(718m)-자운봉(739.5m)-신선봉(730m)이 이제 코 앞으로 다가와 있다.

캬~ 좋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은 우중충하지만, 화강암 민낯을 드러낸 도봉산의 암벽은 바라볼수록 왜 산을 오르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 같다.

↓ 포대능선 정상



↓ 포대정상에서 바라본 도봉산
만장봉(718m), 선인봉, 자운봉(739.5m), 그 옆에 신선대(730m)



↓ 지나온 다락능선



↓ 만장봉 옆으로 서울 도심 도봉동이 보인다



↓오봉능선 쪽


“Y”자 형태의 쇠줄이 연결된 바위틈을 지나야 할 때다.

4년 전에도 그렇듯이 악명(?) 높은 구간 이라 만남도 인상 깊어야 하는데, 얼떨결에 좁은 바위 틈에 접어들고서야 여기가 거기라는 걸 알게 된다.

이런 형태의 유격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짜증이 제대로 일것이다. 쇠파이프 난간이 끝나기 전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 자칫 발길을 잘못 들이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몸숨과 관련된 일이 벌어질 살벌한 곳이다.


고생한만큼 보상을 주니 이 맛에 여길 오르는 것이다.

다들 뭔가 해 내고 말았다는 자부심이 얼굴 가득하다.

11시 50분을 넘긴 시간 때문에 바로 앞에 화강암 봉우리를 바라보며 점심 자리를 잡는다.

손꼽아 기다리던 박위원이 말 그대로 보따리를 풀자 본격적인 식탐이 시작된다.

식사가 무르 익을 무렵 좀 떨어져 오던 선배님 일행도 도착을 하신다.


↓Y자 계곡



↓ 암벽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측정하고 있더군



↓ Y계곡을 지나 바라본다. 그저 평온해 보이기만 하네~



↓ 이제 자운봉과 신선대(사람들이 올라선 암봉)가 코 앞이다



↓ 설정 아닌데 멋진 구도로 서 있다



일찌감치 시작된 식사인지라 1번무전기, 숙주에서 떨어져 나와 이제 본연의 업무에 전념한다. 마당바위는 거치지 말고 바로 능선을 타고 '관음암-거북바위'를 지나 하산 하자고 코스를 다잡아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잠시 신선대에 올라 막바지 환희에 젖고서는 갈림길에서 주저하지도 않고 하산길을 선택한다.


사실 처음 코스를 잡을 때도 "B코스는 산성 언저리에서 노닐면 되다나 어쩌나" 북한산과 혼동하는 것 같더라. 도봉산에 다녀간 것이 수 년 전일 터인데 어찌 그리 이것저것 자신 있게 기억을 잘하는지 신기하더라. ㅋㅋ

우쨌든 신선대를 끼고 오른쪽으로 빗겨돌아야 점심판에서 정리한 코스대로 가는 것인데, 고민도 않고 마당바위쪽으로 하산길에 접어든 것이다.

↓ 신선대에서, 오봉능선 쪽을 바라봄





↓신선대에서 자운봉


이미 내려선 것을 어쩐다냐.

박위원이 원래 코스에 ‘오봉’은 없었는데 오봉을 가야한다고 다시 돌아가자고, 부러 꼬투리를 잡아 돌린다. 모양새가 같이 웃자고 하는 말인데, 1번은 무지하게 진지하다. 늦게 출발할 선배님들만 먼길 돌아오게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걍 전화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상황에 맞게 진행하자고 설명하면 될 것을…

하산하는데 하늘은 점점 가까워진다. 금새 비라도 내릴 것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는가 보다.

↓ 마당바위



↓마당바위 뒤로, 북한산 봉우리들이 얼핏 보인다.



↓ 하산길 도봉계곡을 만나기 직전, 뒤를 돌아보니 우뚝 서 있는 도봉이 인상 깊다.
나뭇닢이 모두 떨어진 겨울엔 더 장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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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

1번이 요즘 무척 심란해 한다. 기나긴 타향살이에 몸도 마음도 적잖이 흔들리는 것 같더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춘천에서 내려오려면 다고진 맘은 둘째 치더라도 기름값만해도 수월찮게 들어간다.

그런 그의 관점에서 산행은 그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주는 종교의식이다.

그래서 당당하게(뻥도 왕창 섞어가며) “산행은 이러 해야 한다 “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이야기 할만도 하다.

5월이라서, 암릉산행이라서… 무슨무슨 일로, 참석자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는 것에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냥 ‘9뻥’ = 그의 산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

게다가 선배님의 찬사를 아끼지 않은 서사시까지...


도봉산!!!

북한산국립공원의 한 구역으로 일컫는 도봉산!!!

엄홍길 산악인이 도봉산을 열번 오르는 노력이면 히말라야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훈련했다는 산!

예전에 계곡으로 오른 적이 있는 산이지만,  오늘은 새삼 달랐다.

세계에서 탐방인이 가장 많다는 북한산국립공원!

좋다!

광륜사 주차장에서 출발, 다락능선, Y계곡을 거쳐 신선대에 오르는 코스!

암산인지라 곳곳에 펼쳐진 기암괴석!

방향, 높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조망!

울나라 등산로에서 험하다는 공릉능선을 뛰어넘는 다락능선과 Y계곡!

서울 북부와 의정부 시내를 조망하는 신선대!

그 앞의 자운봉!!!

모든 것이 쌍수산악회 등산 이래 최고라고 하면 우길 사람이 누구일까?

아!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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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숙취에 개고생이라 투정부렸던 내가 부끄러워지네~

숙취에 식은 땀 흘려도 어떠하랴

먼길 달려온 1번 무전기야

다음 달에도 좋은 코스 부탁한다~!



나야 덕분에 마당바위도 구경하고, 비도 안 맞고 일찌감치 복귀를 잘 했다.

차에 들어서자마자 '우당탕' 떨어지는 빗방울... 아직 복귀하지 않는 분들이 정말 걱정된다.


다행이다. 그리 오래지 않아 모두 복귀를 마친다.

14:30

점심먹은 것이 아직 꺼지지 않은지라 다들 낙향하여 식사를 하자고 하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깜박. 아침에 가계약을 했던 식당에 연락을 못한 것이다. ㄷㄷㄷ

진작에 전화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니 참~ 그렇네.

두 번이나 엥엥거리는 진동음을 모른척하는데, 그 니 입에서 무슨 말 나왔을지 뻔하다.

혹시나 또 전화가 울릴까 두눈을 지긋이 감았다. 천둥이와 번개도 지나간 것 같더만, 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서울바닥이다!


다시 2시간을 달려 천안고을 은행나무집에서 오리진흙구이로 뒤풀이까지 마무리~


바늘 부러진 슬픔에 지은 글 '조침문'이 생각난다.


아~ 10년이나 함께 했다. 이산저산, 거칠게 다뤘지만 한 번 싫은소리 않던 녀석이다. 어찌나 세게 비틀었는지 조임쇠 끄트머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간단하게 부품만 갈아끼울 성질은 아닌듯 싶구나. 아무래도 전기용접까지 해서 박아 놓은 것 같은데.

A/S 문의를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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