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공주대간, 야간산행_2011.01.22.

by 여.울.목 2014. 9. 1.

야간비행이 아니라 야간산행이다. 

 

2011.01.22. 20:30~01.23. 00:10

공주둘레산 : 대웅아파트-월성산(봉화대)-능치고개-공주생명과고농장 봉우리-이편한세상

 

 

 

1대웅아파트 - 2쉼터(정자) - 3봉화대와 능치고개를 지나 - 4생명고농장뒷산봉우리

4번에서 남서쪽으로 능선을 타고 금학동으로 내려오다<지도에는 없지만 영우마을 서쪽으로 이편한세상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금학동 지구대(파출소) 맞은편 주차장으로 나왔다>

 

처음 야간산행의 제의를 받았을 때 그 설렘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마 21살 때였을 거여, 친구들과 - 그 때도 3명 이었다 - 지리산 뱀사골에 랜턴 하나를 들고 달빛아래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행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그 설렘은 주 내내 이어지는 업무와 음주로 걱정으로 점점 채워지는 것 같았다.

토요일 저녁 야간산행을 위해 몸을 다져야 하건만, 금요일 저녁 야간산행을 한다는 나를 타겟으로 삼은건지 내가 포기를 한 건지 모르지만 술에 쪄들고 말았다.

그렇게 토요일을 숙취로 사무실에서 지내고는 아직 조금 남아 있는 미식거림과 속쓰림에도 불구하고 산행 채비를 한다. 잘 갈 수나 있으련지 걱정이 앞선다.

 

서울에서 온다는 일행 한명이 차를 놓치는 바람에 산행 은 30분 지연되었다.

다행인 점 1. 그 날은 낮부터 기온이 많이 착해졌다. 2. 하늘이 맑고 아직 달이 보름달의 형태를 벗어난지 얼마 안 되는 음력 19일 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은 산행 자체야 당연한 것이고 산행까지의 기다림과 여정이 참 묘한 매력을 준다.

이 번 산행은 아마도 그 매력에 너무 기대치가 높았고, 몸이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웅아파트에서 아이젠을 신고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헉헉거린다.

추운 날씨인데도 땀방울이 흐른다.

적응되지 않는 야간산행, 두 동행자의 헤드랜턴과 달리 난 손전등이라 좀 불편하다. 그래도 백열전구보다 훨 나은 LED 다.

 

정상적인 산행이라면 대웅아파트에서 봉화대를 휘휘 돌아 속도를 내야 하건만, 이놈의 술! 술이 문제다. 그래도 난 괜찮은 편이다. 함께한 친구는 일주일 내내 술독에 빠져서 그런지 더 고생이다.

아~ 직장인의 고뇌.

그럭저럭 몰아쳐 우리집 뒤편의 가파른 봉화대 목전까지 다달아 처음 보이는 야경에 다들 ‘맛’을 느끼며 숨을 고른다.

 

1.jpg

봉화대를 오르기 전의 옆 봉우리에서는 북-동-남쪽의 야경이 보인다. 북동쪽은 금강과 가로등이 수 놓은 아름다운 인위적 야경이라면,

남동쪽은 산 아래의 마을 보안등의 소박함과 달빛과 산등성이 어우러져 만든 자연의 선이 참 곱게 느껴진다.

2.jpg

 

봉화대를 지나 농치고개와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 공주생명과학고 뒤편의 봉우리로 향한다. 이번 산행의 진퇴를 결정해야 할 곳이다.

더 나가면 되돌아오거나 빗겨올 샛길이 야간산행으로는 할 수 없는 그런 험한 길이라 맘을 정해야 한다.

그나마 쉽게 갔던 것 같은 그 봉우리도 밤이라 그런지 내 몸이 그래서 그런지 한참이다. 이미 근육은 제 힘을 다했는지 좀 쉬자는 말뿐이다.

드디어 봉우리에서 다들 안도의 한숨과 라면 간식으로 자리를 잡는다.

몸을 비틀어 우리가 돌아야 할 능선과 봉우리를 설명했다.

그래 라면 먹고 돌아가자.

3.jpg

 

그 렇게 추위 속에서 끝내주는 라면을 먹었다. 내가 워낙 옷을 껴 입지 않는 나... 움직이지 않으니 추위가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미칠 것 같았다. 드디어 그 놈의 몸쓸 무릎통증까지 몰려온다. 연신 몸을 움직여 무릎통증을 풀어 보려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좋다. 달빛 아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간만에 자유를 느낀다.

눈으로 대충 마른 설거지를 하고 가장 빠른 길로 문명의 세계로 돌아가기로 한다.

 

온 길과 다른 길이다. 훨씬 편하고 운치가 있다. 이런 길도 있었구나...

공주여고 뒤편으로 이런 길이 나 있었다. 등산은 이편한세상 아파트 옆 길로 내려와 길가의 까페에서 생맥주 한 잔씩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날이 좀 풀리면 다시 왔으면 좋을 것 같다.

그 땐 날이 새도록 걷다 쉬다 해서 우금치를 지나 두리봉까지 걸어가고 싶군.

왠지 그러고 싶다. 잠시 다 잊고 걷고만 싶다.

 

 

지난 이야기지만 내려와 보니, 한 밤중부터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었다고 한다. 많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