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행
2011.03.11.
주말에 어디 산에 가느냐가 안부인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친구와 후배, 셋이 어울려 산행을 했다.
주말에 어디 산에 가냐는 문자에 그냥 ‘천황봉’이라고 답문자를 보냈는데, 냉큼 받아치는 친구다. 사실 산행계획도 없었다. 그날 일요일은 그냥 푹~ 쉬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즐거운 스트레스에 빠져들고 말았다.
두타산에 같이 가자고 해서 받아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덥지 않아 고민이던 후배의 두타산행에 대한 진심을 알아볼 양으로 일요일에 특근을 하고 있는 녀석을 꼬득였다.
물론 제 발로 찾아 온 것이지만...
용화사를 선택했다.
신원사를 통해 등산로를 타는 길은 너무 힘들다. 오르막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히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 싫었다.
용화사 길은 참 좋다. 아예 용화사를 통하지 않고 바로 갈 수 있게 계곡 쪽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길, 너무 좋다. 이렇게 단단하게 잘 다져진 길은 사람 한 둘이 다녀서 그리 된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느냐?
용천령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점점 경사가 가파르게 다가온다. 허걱~ 드디어 녀석이 멈춰서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따라온다. 장하다.
용천령에서 한숨을 돌리고 옛 마을 터를 지나 버리봉 턱 밑에서 가파름의 진수를 보여준다. 후배 녀석의 허걱거림은 쳐다보는 사람까지 피로를 느끼게 할 정도다.
그래도 참 좋다. 힘든 보람은 머리봉에 거의 가까워지며 펼쳐지는 광경이 한껏 안겨다 준다. 머리봉에 오르니 바람이 참 날카롭다. 경치구경은 제쳐 두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허기를 채운다. 바리바리 싸온 주식과 간식을 꺼내 이과두주와 함께 한 낮에 만찬을 즐긴다.
가파른 머리봉의 동쪽으로 조심스레 내려오며 만난 통천문과 사자모양의 바위를 보며 흘린 땀방울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쏟아 낸다.
천황봉은 나름대로의 정갈한 멋을 보여준다. 한 폭의 수묵담채화로 보이는 삼불봉과 언제 한번 날 따듯해지면 가로지르자는 황적봉과 치개봉 능선이 친구의 맘을 자꾸 홀리나보다.
내려오는 길은 천황봉 쪽에서 신원사로 향하는 곳, 서문재로 향한다. 가파름에 내리막이기에 엄지발가락이 많이 고생을 한다. 내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누가 봐도 헷갈리는 길이다. 이제 네 번째니까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게다.
내덕에 길 잃지 않고 잘 다녀온 거라 허풍을 쳐 댄다. 그래도 그 말이 맞는 게 사실이다. 난 열심히 혼자 발품 팔아 찾아 낸 길이거든.
그렇게 서문재에서 다시 용천령으로 다시 회귀하니 5시간 정도의 산행이 마무리된다.
다행이다. 녀석이 포기하지도 않고 잘 따라왔다.
어제 산행으로 피곤했을 텐데 힘차게 다녀온 친구, 대단하다.
다들 군더더기 없는 알찬 산행이었다고 한다.
나도 혼자가 아니라 맘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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