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순성길
2018.06.16.(토)
남산구간~숭례문구간~인왕산구간~백악구간~낙산구간~홍인지문구간
21.68km (도심구간을 헤맨 거리 1.44km 제외) | 7:27 | 2.9km/h
2018-06-16_07-53-11_한양도성_순성길2.gpx
새벽, 아니 아침 6시 첫 차를 타고 상경했다.
지난 달부터 눈독을 들였던 한양도성 순성길을 완주하고자 독한 맘 먹었다.
대충 따져보니 20km 가량 된다.
다음 주부터 바쁜지라 오늘이 절호의 찬스... 욕심을 내본다.
산행 시작은 남산(목멱산)구간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잡았다.
특별한 뜻은 없고, 내가 고속버스를 타고 내리는 지라,
지하철 한 번만 타고 가장 가깝게 이동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선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간다.
알고보니 호텔신라/면세점 직원들이다.
남산(목멱산)구간
장충체육관부터 숭례문 바로 전까지다.
성벽이 복원되지 않은 국립극장 부근에서 헷갈리지 말아야 하고, 남산(목멱산)에서는 가파른 구간을 이겨내야 한다.
남산 오르막길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트레킹 코스다.
성곽 여장에서 멜로디가 들린다. 누군가 휴대폰을 흘리고 갔고, 누군가는 그가 찾으러 올 것이라 생각하고는 잘 보이는 여장 위에다 올려 놓고 간 것이고, 그 벨소리를 듣고는 내가 친절을 베풀어 집어 들고 말았다.
아침 고속버스에서 내려 20여미터를 걸었나? 지갑이 없는 것이여!!!
뒤 돌아 보니 버스는 벌써 승객을 다 내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버스를 찾으려면 사무실로 가야 한단다. 2층 금호고속 사무실로 올라가는 순간! 아~ 추워서 긴팔을 껴 입고 온 셔츠 왼쪽 가슴 주머니에 녀석이 있는 것이다.
10여 분 동안 혼을 몽땅 빼 놓구는 당황했던 내 모습...
아마 그래서 그랬나보다. 그 전화를 받아 들었다.
20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나보고 어디까지 가지고 나와주면 안돼냐는 전화기 주인의 조카딸.
나도 물러설 수없다. 공공기관이 나오면 맡기고 가겠다.
그러다가 국립극장 근처에서 전화기 주인과 통화를 했고, 극장 앞에서 온전하게 전달해주었다.
좋은 일은 했다만 시간도 지체되었고, 해당 구간을 지나면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사진 한 장 남기질 못했다. ㅠㅠ
게다가 순성길 이정표를 잘못 보고는 엉뚱한 방향으로...
그냥 쉽게 남산 쪽으로 올라가면 될 것을...
남산에 들어서 길을 잃고 잠시 헤맸던 맘을 가라앉히고, 회색바탕에 쓰여진 "한양도성 순성길"을 찾실하게 쫓는다.
숲길을 따라 여유있게 지난다 싶더니 드디어 성곽구간 계단길이 나타난다.
아마도 태조 때 축성한 그 모습 그대로의 구간이다.
자연석을 거의 그대로 올려놓았다.
나무계단길이 성곽 안쪽으로 교차되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가까이 국립극장과 갈색빛의 신라호텔, 그 뒤로 장충체육관... 내가 걸어온 길이다.
참았던 땀이 화산처럼 터졌다.
N서울타워로 열심히 향하는데, 나보다 더 열나게 열심인 사람들이 보인다.
외국인과 내국인이 섞인 산악마라톤대회가 열렸나보다.
서로들 파이팅하면서 마지막 구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더 힘차게 펌프질 한다.
남산팔각정 앞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양도성의 테두리 안의 도심
왼쪽으로 우백호-인왕산 가운데에 주산-북악산(백악산), 그 뒤로는 북한산이 호위무사처럼 자리잡고 있다.
풍수지리상 여기 남산이 한양도성의 안산이다.
목멱산 봉수대터
조선시대 봉수의 종착점이었다고 한다. 1993년에 복원되었다네.
잠두봉 포토아일랜드, 남산 서쪽 봉우리가 누에머리를 닮았다고 잠두봉이란다.
봉우리에 전망대를 해 놓았는데,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보니 도성이 한 눈에 잡힌다.
이제부터 터덜터덜 백범광장까지 내려오면된다.
남산타워와 성곽을 따라 예쁘게 찍은 사진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구간은 복원공사로 천막으로 몽땅 둘러쳐져있다.
덕분에(?) 순성길 이정표가 엉뚱하게 달려 있어서 후암동 방향으로 엉뚱하게 내려갔다 다시 돌아와야만했다.
숭례문구간
남산(목멱산)과 인왕산 사이에는 산이 없다. 그래서 도시팽창과 함께 그리 쉽사리 성곽이 허물어져갔나보다.
다른 구간은 그래도 잔해를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는데 여긴 온통 빌딩숲이라...
도심구간이라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도심구간이라 길 잃기 참 쉬운 지역이다. 카카오 맵을 틀어 놓고 구간을 따라다녔다. ㅎ
그리 긴 거리도 아닌데, 숭례문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인지 하나의 구간으로 설정했더군.
몇 번 지나면서 꼭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숭례문
막상 가까이 가보니 아쉽다는 생각이 앞선다. 세월이 좀 더 지나면 자연스러워질라나?
숭례문을 지나서부터는 도심지역이라 성곽의 흔적도 거의 찾을 수 없다.
게다가 러시아 대사관까지 있어 길은 왜곡되고 만다.
잠시 한양도성 탐방을 하는 건지 도심 탐방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인왕산구간
돈의문 터(서대문)부터 창의문까지의 구간이다.
조금씩 가파름이 시작되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인왕산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힘든만큼 멋진 경치를 선사한다.
돈의문 터... 그냥 지나치고 만다. 뭐 별다른 표시도 없다. 아쉽다.
서울시교육청과 기상관측소를 지나자 허기지기 시작한다.
근 9킬로미터를 걸었다. 발바닥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월암근린공원을 지나 한국사회과학자료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르막길에 앞서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어온 내 발바닥을 위해 쉬기로 한다.
양말을 벗어 열을 식힌다. 발바닥에 테이핑을 한다. 아무래도 물집이 잡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
이제 막 산행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난 이미 지쳐 헥헥거리고 있다.
페이스를 조절해서 잰걸음을 해야겠다. 갈길이 멀다.
인왕산 국사당 바로 전의 고갯길에서 시작하는 등산객들이 무척 많다.
지금까지는 산책나온 시민들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이 더 많다.
알싸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에 많은 땀을 투자한다.
투자한만큼 이문을 남겨준다.
멋진 경치를 바라보던 백발이 허연 할머니 말씀.
"내가 언제 다시 여기를 와 보겠어~ 맘껏 누리고 가야지."
뱀처럼 유연하게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성곽, 저 멀리 남산타워와 강건너 동네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인왕산 봉우리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관사1호를 안고 있는 삼청동
백악구간
창의문에서 백악산을 타고 혜화문까지 구간이다.
창의문부터 말바위안내소까지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신청서를 작성해야 탐방이 가능하다.
말바위를 지나서부터는 어째 인적도 드불고 안내판도 부실하더라.
창의문↓ 사소문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 때 문루가 그대로 남아 있단다.
청와대 뒷산인만큼 경계.경비도 물샐틈 없다.
잠시 쉬면서 삼각김밥 두 개를 해치운다.
대부분 사람들이 구간구간 짧게 타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신분확인하고 들어온 백악산에서 도시락을 까고 있는 내 모습... 신기하게 쳐다본다.
어쩔 수 없다. 너무 허기진다.
걱정마라 쓰레기는 죄다 가져왔지롱.
한양도성은 백악(북악산, 342m)산을 기점으로 축조되었다고 한다.
백악산은 1968.1.21.사태 이후 40여년 통제되다 2007년 노무현 전대통령 때부터 개방되었다.
백악산 화강암 봉우리에서 바라본 우백호 인왕산 ↓
이제 북한산 (↓)도 그리 멀리 보이지 않는다.
↓ 백악산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오면 넓은 산 마루에서 광화문과 경복궁을 볼 수 있다.
↓백악곡성에서 바라본 풍경
↓숙정문(북대문) 문루는 1976년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숭례문 문루도 조금 더 지나면 그리 낯설지 않겠지?
주로 의례를 위해 사용했다는 형식적 측면의 문이었다고 한다.
↓말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사대문 안의 풍경
사실 내가 말바위 전망대를 올 일이 없는데,
와룡공원길로 가야할 것을 성곽만 따라가다가 삼청궁원 방면으로 나서고 만것이다.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 성곽을 따라 난 길이 천연덕스럽게 지도에도 친절하게(?)표지되어 있기 때문이지.
갑자기 성곽이 있는 봉우리의 발칸 포대가 길을 'ㄱ'자로 꺽고서는 방향을 삼청동 방향으로 완전히 틀어 버리는 것이다.
그만 포기할까?
다시 몇 백미터를 오르는데 짜증 지대로 나더만 ㅋ
↓평창동 고급주택가
성북 지역이다.
그래서 햇볕을 잘 못받아서인지 이끼도 많다.
계속 성곽 안쪽만 돌다가 밖쪽으로 걷게 되니 자연스럽게 성벽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성북 지역의 성밖 풍경이다.
서울에 아직 이런 판자촌이 남아 있나? 할 정도로 고급주택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용히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집들이 있다.
서울과학고를 지나면서 다시 평지로 접어 든다.
숭례문구간처럼 평지는 여지없이 도시팽창과 함께 돌덩이를 깔아뭉갰다.
그래도 이 구간은 민가가 그 위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숭례문 지역의 빌딩숲과 달리 옛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혜화화문은 섬이 되어버렸다.
낙산구간
혜화문에서 홍인지문까지 얌전하게 오르막, 내리막~
낙산은 풍수상 좌청룡에 해당되는데 내사산(백악산, 인왕산, 낙산, 목멱산) 중 산세가 가장 부드럽다.
↓장수마을 구간, 서울이라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의 동네다.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는 마을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한양도성 순성길 중 낙산구간이 가장 정겨운 구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홍인지문구간
한양도성의 동대문은 고종 때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다시 도심지역이 시작된다.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자.
여기도 도심지역이라 등산복차림의 내가 이방인이다. 아침 나절의 숭례문구간과 달리 이제 한 낮이라 쇼핑센터가 있는 이 구간에 사람들이 많다.
서울의 지세는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아 동대문이 가장 취약해서 옹성까지 축조를 했다고 한다.
물론 한양도성에서 싸움 임금보다는 도망쳤던 임금뿐이었지만...
그래도 조선시대에는 한양도성이 도성의 울타리역할은 분명히 한 것 같다.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 원샷을 한다.
↓오간수문 터
광희문
한양도성의 동남문으로 수水구문 또는 시屍구문이라고 부렀단다. 일제강점기 때 무너지고 1960년대에 퇴계로를 내면서 반쯤 헐린 것을 15m떨어진 지금 자리에 다시 세웠다고 한다.(1975년)
안내자료를 찾아보니 도성에는 묘를 쓸수 없었기에 이 문으로 시체가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 백성들도 다니기를 꺼렸는데,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도망갈 때 여기로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문 밖은 노제 때문에 무당집들이 많아 신당리神堂里로 불렸었단다. 지금은 新으로 쓴다네.
마지막... 구간이다.
벤치에 앉아 시간을 체크한다.
내려가는 버스 시간을 2시간 정도 앞당길 수 있겠다.
광희문을 지나 얼마되지 않아 성곽은 다시 사라졌다.
얼마 남지 않았다. 천주교 신당동 교회 부근으로 기억된다.
성곽 위의 집
여기저기 끊힌 성곽이지만 곧이곧대로 순성길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이런 모습도 본다.
문화재를 어찌 저리...가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자의반타의반,
어떻게든 서울사람들 삶에 자리잡은 성곽의 모습에 엷은 미소가 지어진다.
사진을 찍으러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음식냄새도 아닌 비누냄새가 환풍기 구멍을 타고 나와 골목을 가득 메운다.
아이들이 방금 땀을 씼고 나왔는지 시원하다며 재잘거린다.
이렇게 이 골목은 사람들 사는 향기가 가시지 않는 곳이다.
옛 기준으로 저 집에 사시는 분들은 사대문 안에 사시는 거네
지금 in SEOUL처럼말이다. ㅎㅎㅎ
아~ 드디어 동대입구역 근처다.
순성도 마무리다. 지금 자판기를 두드리는 일도 마무리~
무더운 날씨에 열심을 잘 돌아다녔다.
다음부터는 구간구간 숨겨진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유있게 다녀보자.
맛나는 것도 먹으면서, 쇼핑도 하고.
너무 무식하게 걷기만했구나.
발바닥아! 미안타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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