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광덕사-장군봉갈림길-광덕산-정자-산불감시초소-철마봉-강당사 | 5.5km | 3:00 계획
광덕사-장군봉갈림길-광덕산-이마당명약수-산불감시초소-철마봉-강당사 | 6.8km | 3:10 | 2.2km/h 실제산행
‘광덕산’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마늘쫑과 막걸리다.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것 같다.
친구 몇몇이 함께 광덕산을 찾았는데 조망하나 건질 것 없던 중에 그래도 기억나는 것이 정상에서 마셨던 막걸리다.
지금보다 훨씬(?) 젊은 나이인지라 경쟁적으로 벌컥벌컥 들이킨 막걸리...
솔직히 지금도 그 막걸리 맛 그대로다. 생막걸리라기 보다는 밀가루 냄새가 앞서는 그리 신선한 기억은 아니다.
벌컥벌컥 들이켜 메롱~한 상태로 내려와 그 기분에 광덕사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에 계곡에 자리 잡은 파전가게에 앉아 즐겼던 술자리가 샘솟듯 기억의 저편에서 고개를 들고 나온다.
참 멋대가리 없는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 건방짐이 수그러들었기 때문인지 제법 매력을 지닌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산행은 08:20에 시작했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도 광덕사 앞 주차장은 가득이다. 주차장의 차량 대수만큼이나 산행 내내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천안과 아산 주변이라도 그렇지... 아마도 주변 숙박시설에서 1박을 한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형버스라 제2주차장에서 내렸기에 300여 미터를 더 걷는 셈이다.
덕분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마을길을 걷는다.
마을 이름이 상사 마을이라고 한다.
안내판에 쓰여진 글을 옮겨본다.
상사(上寺)마을
천안 동남구 광덕면 상사망을은 사하촌으로 형성된 곳이라고 한다.
광덕면의 남부로 차령고갯길에 조선 인조의 방문설화가 전해오며 태화산 줄기에 있는 광덕사는 임진왜란 전까지 호서지역 제일의 가람이었다고 한다.
고려 충렬왕 16(1290년) 유청신이 원나라 사신으로 다녀올 때 호두나무와 열매를 광덕사 경내에 처음 심었다는 '호두나무시배지'가 있다. 그 후로 후두나무 주산지가 되었다는 안내판글...
구한말 전후 의변활동의 근거지였다고 하네, 갑오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의병의 피난처, 한 때 고시촌 형성하기도...
그 때도 이런 일주문이 있었던가?
일주문을 지나 몇 십 미터만 걸어가면 모자나 썬크림 따위가 그리 필요치 않을 정도의 우거진 숲길이 이어진다.
온통 숲에 가려 아무 조망이 없어서 무시했던 것 같은데, 그 10년을 훨씬 넘겨버린 시간 동안 숲이 더 성숙해진 탓일까? 마곡사 태화산 만큼이나 안정감을 주는 숲길이다.
광덕사를 지나고도 얼마간 평평한 길을 따라간다. 그러기에 30명이나 되는 일행의 대열이 흐트러짐이 없다만, 드디어 장군바위 갈림길에서 본색을 드러낸다.
6명만이 원래 계획했던 알싸한 코스를 탄다.
그러고 보니 그 때 우리 일행도 알싸한 코스를 탄 것 같다. 막걸리만큼이나 산행에 서로 경쟁이 붙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올랐던 것 같다.
가파른 그 길에는 데크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숲길이 좀 더 안정된 것 같군. 많은 사람들이 발로 다져줘서 그런가보다.
모두 568칸의 계단이다. 함께 시작했던 선배님이 조금씩 멀어지고 난 앞선 선두그룹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할딱고개라고 이름 지어도 될 판이다.
고개에 세워진 정자 앞에서는 이 산 중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좋은 일에 쓰려고 모금을 하려는 의도인데, 다들 숨고르기에 정신없는 모양이다. 얼마나 일찍 시작했는지 내가 오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도 그리 쉽지 않은 오르막이 한 주 동안 쌓인 노폐물을 땀구멍 밖으로 쏟아내도록 도움을 준다.
여전히 매력 없는 광덕산 정상.
그래도 도시 근처라 그런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마늘쫑 말고도 마른멸치가 추가되어 막걸리 한 사발에 2천원이다. 잠시 옛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체온을 낮춰본다.
생각보다 앞당겨진 일정 때문에 처음 반듯한 코스를 벗어나서 장군바위 쪽으로 이동해서 계곡으로 빠져 알탕을 해보자는 제의.
다들 신나서 능선을 타고 가던 중 편안한 길을 택했던 일행을 만나 함께 하산을 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산을 너머서는 ‘아산’지역이다.
천안지역보다 아산이 편의시설이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등산로가 지나는 산이 외암민속마을의 주축인 모 문중의 종산이라고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산을 좀 훼손하는지 자제를 당부하는 글이 예쁘장하게 게시되어 있더군.
내려가는 것도 일인지 어쩌다 임도를 만났다.
사람들의 욕심이란 것이... 편안한 길을 보자 계곡으로 향하던 거친 하산길을 포기하고 대부분 임도를 따라 내려선다만,
그것이 원래 계획했던 등산로까지 이어지는 임도였던 것이다. ㅋ
그 임도는 목적지와는 영 딴 쪽으로 향하니 다들 잔꾀에 스스로 넘어갔다며 혀를 찬다.
내려가는 길도 내내 숲으로 우거져 모자와 선글라스를 다시 배낭에 넣었다.
하산 길도 좀 지루해질 무렵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내려서니 물소리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 크게 들리더군.
숲을 나와 일행을 만나니 오늘, 정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이 맞단 생각이 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정기산행 뒤풀이 후 족구시합을 하려고 했는데,
누구 하나도 뙤악볕에서 움직거릴 욕기를 내지 못한다.
뒤풀이 낮술로 얼큰해진 몸뚱이를 버스에 실고는 오랜만에 일찍 마감을 찍고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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