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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공주 삽재-도덕봉_2008.10.25.

by 여.울.목 2014. 8. 29.

공주 삽재-도덕봉

2008년 10월 25일

삽재-관음산(50분)-도덕봉(20분)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은 산행이었다.

입산금지가 된 이유가 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말 올라보고 싶었다.

산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양 깊은 "V"형 계곡 길은 뾰족한 돌맹이로 가득했다. 게다가 길은 계곡 중간에서 없어지고 만다. 몇 번을 생각했다.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까?' 이런 내 맘과는 달리 발걸음은 그냥 위로 위로... 한참을 올라오니 이제 능선이 보이지만 경사가 너무 급해 앞을 보고 똑바로 오를 수가 없다. 지그재그로 가파른 경사와 타협하며 하늘과 맞닿은 것만 같은 능선을 오매불망 바라며 오르지만 잡석과 깊은 낙엽더미 때문에 발목이 많이 힘들다. 게다가 정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축축 늘어진 나무넝쿨과 썩어 쓰러진 고사목이 길을 막는다. 아니 길을 만들어가는 나를 힘들게 한다.

GPS

능선, 숨을 돌린다. 그런데 올라갈 일보다 다시 내려갈 이 지점을 그대로 찾아 가는 것이 더 걱정이다. 얼마 전 구입한 휴대용 GPS를 켠다.

능선만 만나면... 그런데 오르기 만만치 않다. 낙엽이 쌓이고 쌓여 사람이 다닌 흔적, 길을 모두 덮어 버렸다. 게다가 등산화를 신고 있어도 눈길에 미끄러지듯 낙엽에 미끄러져 헛발질을 한다. 사람이 그립다.

빨래줄 생명줄

오르막의 절정이다. 길은 잘 모르지만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니 그리 크지 않은 절벽이 가로 막고 있다.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이 절벽뿐이다. 빨래줄 한 가닥이 보인다. 제대로 관리되는 등산로라면 좀 믿음직한 줄이 있을 터인데, 정말 빨래줄 이다. 그것도 햇볕과 비에 좀 삭은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잠시 빨래줄을 잡고 아래를 보니 내가 잡은 이 줄이 영낙 없이 생명줄이다. 이놈의 절벽을 오르니 녀석이 나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와~" 내가 느낀 이 것... 사진으로 표현이 안 된다.

도덕봉

지도를 펼쳐 놓고 보니 지금껏 1시간이나 왔지만 전체 산행의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주린 배라도 채우려 가방에 꾸려온 것을 모두 먹어치웠다. 덕분에 가방도 많이 가벼워졌다. 따듯한 가을 햇볕을 받으며 왼쪽으로는 도회지이 가을을 오른쪽으로는 계룡산이 펼쳐 놓은 치마폭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아, 그런데 이게 뭐냐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도덕봉 이다. 허무하다.

36.21.16_127.16.12

수통골에서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점심 요기를 하고 있다. 올라오며 보았던 풍경과 비교되는 도덕봉의 이것은 영 맘에 차지 않는다. 내려갈 걱정에 가차 없이 뒤돌아선다.

다시 오는 길은 더 가깝다. 점심을 먹었던 자리에 가보니 아저씨 한 분이 땀을 식히고 계신다. 굿당 쪽 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러며 한 마디 던지는 말이, 내 왔던 길이 길도 험하지만 뱀이 그리도 많다고 한다. 으악~ 내려오는 길 내내 막대기 한 개를 꼭 쥐고 내려왔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왜 이리 헷갈리냐. 36.21.16_127.16.12 아까 찍어 놓은 좌표를 찾아 다시 올라가는데 한참을 걸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다시는 오지 않을 거야 정말이지 내려가는데 너무 힘들었다. 희미한 등산로를 찾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내려오다 느낀 건데 절대 이 코스 비올 때 안 된다. 흔적을 보니 내리는 물이란 물은 다 이 계곡으로 몰려드는 것 같다. 이 산의 하수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제 제대로 된 등산로만 다닐 거다. 너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