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9.(일) / 3:47
삽재-갑하산-신선봉(신선바위)-금베삼거리-우산봉-금베삼거리-온천리 / 9.4km
최저 74m ~ 최고 579m
산행 포인트: 삽재~우산봉 능선을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계룡산 감상하기
*일기예보
집안 행사로 토요일 산행은 접었다.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일기예보는 시시각각 변한다. 오후부터 내린다던 비를 알리는 아이콘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전 쪽으로 넘어 오는 것이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양혜를 얻어 오전 시간은 산행으로 잡아 놓았지만, 하늘이 허락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른 사람과 동행을 하고팠지만, 괜히 우중 산행을 하는 **한 사람이란 소리만 들을 것 같아 전화질을 멈춘다. 날이 좋아도 이런 저런 핑계로 동행을 꺼릴 확률이 더 크다. 걍 혼자 후딱 갔다 오자꾸나.
다행이다. 일기예보가 빗나간 것이 이리 다행일 줄이야. 무작정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자 새벽녘에 이미 비가 훑고 지나간 터이다. 산행에 더위 때문에 걱정은 없으리라.
350번 버스 타는 곳 까지 마눌님께서 태워주시다.
*버스를 타는 즐거움
버스를 타면 적당한 곳에서 내키는 대로 내려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버스를 타고 산행길에 접어드는 맛도 제법이다.
올라가는 길은 말 그대로 삽재에서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몇 천원을 아끼려고 박정자에서 내려 걷는다. 차로 다닐 땐 몰랐는데 왜 이리 멀다냐? 등짝이 후끈해졌다. 삽재에 다다르자 등산로 입구에 정겨운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몇 분은 물길을 따라 완만한 길을 따라간다. 짧지만 가파름이 굉장하다. 10여분 동안 내 심장박동소리에 삽재를 지나는 차량의 굉음을 들을 수 없었다. 땀으로 온 몸이 푹신 젖어왔다. 가쁜 가슴과 뻐근한 다리... 왜 이리 기분이 좋을까?
탁 트인 능선길에서 대전 시내와 계룡산을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흘린 땀의 양이 많아 쉽게 마를 것 같지는 않다.
<가파른 등산로를 10여분 오르니 대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삽재-우산봉 코스의 남 다른 맛
대전사람들 이라면 대전둘레길 8구간으로 더 인식이 될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가 산길을 따라 펼쳐지니 그 즐거움이 어디 가겠는가.
나 같은 공주사람, 아니 충청인은 조금 다르다. 내가 이 코스를 찾는 이유는 걸으면 걸을수록 달리 보이는 계룡산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 내내 그 모습을 허락하는 것이 아니기에 틈이 나면 열심히 훔쳐봐야 한다.
<갑하산에서 조금 북진하면 딴 세상 같은 동학사골이 보인다>
갑하산은 삽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갑하산에서 보는 대전 시내, 현충원의 다른 모습도 매력이 있다. 이런 그림을 보고는 그냥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힘을 내서 북진을 한다면 신선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거치는데 여기서부터 펼쳐지는 계룡산의 딴 모습이 제법이다.
난 이 코스를 통해서 계룡산에 마음이 더 끌리게 되었다.
코스를 따라 이동할수록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계룡산(鷄龍山).
천황봉(天皇峯, 845m)에서 연천봉(連天峯, 739m)·삼불봉(三佛峯, 77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그 모습을 보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요즘 같이 정확한 지도를 볼 수 있을 때하구는 다를 터인데... 계룡산은 풍수지리에서도 우리나라 4대 명산으로 꼽혀서 그런지 많이 정리가 되었음에도 여기저기 민간 신앙지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 용의 몸통은 지도를 보면 논산 쪽으로 쭉 뻗어가는 모양새를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닭 볏은 이렇게 계룡산의 몸매를 뛰어다니며 면면히 보면 그렇게 그려진다.
처음 10여분 이상의 숨 가쁨의 2/3만 투자한다면 신선봉 신선바위에 오를 수 있다.
이렇게 이 코스는 크게 이 두 곳만 고생하면 심하게 굴곡지지는 않는 코스다.
하기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신선바위에 앉아 있으면 살며시 보여주던 계룡산의 모습이 벌거벗듯이 동쪽편은 다 보여지는 것 같다.
등짝이 이제 열기에서 냉기로 바뀌자마자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위:신선바위 근처에서 바라본 계룡산-장군봉 위주로 보인다>
<아래: 신선바위 근처에서 바라본 한 봉우리 너머 우산봉, 바로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내가 내려가야할 하산로>
가파른 내리막을 거치면 우산봉 언저리까지 능선길이 이어진다.
우산봉에 가까울수록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보는 우산봉은 말 그대로 우산을 펼쳐 놓은 모양인데 봉우리는 우산 끝의 뾰족한 모양을 닮았다하여 그리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우산봉에서...>
잠시 가파름에 적응하느니 우산봉 정상이다. 우산봉 정상은 멀리서 보이는 날카로운 끝의 이미지와는 달리 평퍼짐한 공터를 제공한다. 이미 중년의 아줌씨 아저씨들이 자리를 맡아 틈이 없다.
<우산봉에서... 곧게 뻗은 길이 공주가는 길이고, 마티 터널로 이어진다>
나도 점심 전을 편다. 이틀 동안 술 먹느라 고생한 몸뚱이를 생각해서 좀 참아야 하는데, 그래도 먼저 손이 가는 것이 맥주다. 시원하게 한 모금부터 들이킨다.
<속도 안 좋은데 맨 먼저 맥주에 손이 간다 ㅋ>
*어른도 길을 잃는다. 아니, 어른이 길을 잃는다.
하산길,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만만한 만큼이다.
2년 하고도 한 두 달은 지난 것 같다. 삽재에서 우산봉까지 가서 되돌아오는 것 보다 공암 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일 것 같아서 실행에 옮겼는데, 길을 잃어 무진장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길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장 신경을 썼다. 그땐 가지고 있는 GPS가 좌표와 이동거리만을 표시해주었는데, 이제 스마트폰으로 내 위치를 알 수 있는 강점을 보탤 수 있다.
그 때 그 기억을 끄집어낸다면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아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 아문 상처를 긁어본다.
이젠 제대로 포인트를 찍고 내려간다. 제법 길도 잘 나 있고, 오가며 등산객도 만난다.
안심이 든다. 이번엔 정말로 공암굴을 구경하면서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금베봉을 지나 산줄기는 잠시 쉬는 모양을 하고 있다. 저 나지막한 봉우리만 지나면 되는데...
이놈의 이정표가 나를 헷갈리게 만든다. 이정표가 있을 정도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상관없겠지? 그리고 공암리에서 직행을 탈까 시내버스를 탈까 고민하기보다는, 시내버스를 타고 집 근처에 내려 걸어가는 것이 경제적 인간의 행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온천리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다행이다. 계절이 조금이라도 더 여름 쪽이었다면 모기나 날벌레한테 많이 시달렸을 것 같다.
이 놈의 길이... 흐릿해지다가 그만 끊기고 만다. 사유지인가보다. 저쪽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모습은 길이나 사람이나 보이질 않는다.
얼마나 제초제를 뿌려댔는지 풀이 하나도 자라지 않은 밭을 지나니 얼떨결에 왠 별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할 수 없다. 담을 뛰어 넘어야지.
게다가 그렇게 찾은 도로를 지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조금이라도 덜 걸어보자고 잔머리를 쓰다가 바지에 도둑가시만 덕지덕지 붙이고는 산행을 종료한다.
어른이 길을 읽는 것이다.
살아가는 길...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알면서도 어른이 그 길을 잃고 만다.
갑자기 왜 이 이야기를 꺼냈지?
다음 번엔 꼭 공암굴 쪽으로 내려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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