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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주한 마음 틈으로 '제주'를 우겨 넣으니 참을 수 없는 평온이 몰려왔다
  • 비로서 허락한 소백산 비로봉 푸른 하늘과 초록 풀밭에 그리움까지 숨겨놓고 말았다
산행 이야기

2012 초가을 계룡산_2012.10.07.

by 여.울.목 2014. 9. 2.

2012 초가을 계룡산
2012.10.07.

 

 

 

 

10.1km5:15(10:01~15:17)동안 1.9km/h의 평균시속으로 움직였고,

최고 높이는 824m 였다.

 

 

동학사주차장-벼랑바위고개-쌀개봉-천황봉-쌀개봉-관음봉고개-동학사주차장

          

일요일 산행은 좀 멈칫거리게 마련이다. 토요일 산행 후 하루를 여유 있게 보내는 것이 좋은데 사람 사는 게 항상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일요일 산행을 흔쾌히 허락해 주신 울 가족님들께 감사.

더군다나 주말엔 차를 양보하는 대신 산행이라는 티켓을 받아왔는데, 오늘은 차까지 몰고 나선다. 미안쿤. 아이들 공연 보여주러 가야한다는데...

 

가을볕을 쬐러 나온 사람들로 동학사 주차장은 아침인데도 거의 채워지고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제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주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주를 한다. 주차료 4,000원과 구경도 않는 동학사 관람료 2,000.

 

주차장부터 등산로까지 사실 꽤 긴 편이다. 이 애교스런 오르막길도 빠른 걸음으로 재촉해서 몸을 조금씩 데워 가는데, 워밍업으로는 딱 좋은 것이다.

 

불교문화원으로 쑥 들어가 이제 제대로 코스에 접어든다.

정말 가파르다. 가파름은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기 기세가 더해진다. 내려서는 것은 한 번, 올라가는 것은 이번까지 두 번째인데도 길이 워낙 희미해서 오늘도 헤맨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헤매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길이 가파름이 심해지며 길이 희미해지면 계곡을 따라 가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는 살짝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사람들이 돌을 쌓아 놓은 조그만 케언(cairn)이 있다.

앞으로는 GPS트랙에 지점을 표시했으니 참고하면 될 것이다.

그런 산행로인지라 오르는 내내 나밖에 없다.

혹시 누군가 있는 것 같아서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어보면, 바람이 불어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다.

들어는 봤나? 숲 한가운데에서, 이는 바람에 낙엽 떨어지는 소리 말여.

 

고생한 기억이 있어 초반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출발한지 한 시간여 만에 능선길에 도달을 했지만, 쌀개봉까지 말이 능선이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이 코스로 내려오기는 여러 번이지만 올라가는 건 처음인데, 정말 난이도가 높다. 가파른데다가 바위와 억센 나뭇가지가 도전자의 길을 쉽게 내어 주지 않는다.

그래도 계단을 오르듯 조금씩 한 봉우리 한 봉우리 오를 때마다 같이 것이 달리보이는 모양이 환상적이다.

눈높이에서 보이는 봉우리와 눈 아래서 보이는 봉우리의 같은 것이 저렇게 달리 보이니 이 맛을 아는 사람, 자꾸 산을 찾지 않을 수 없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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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계룡산에도 가을이 찾아온다. 자꾸만 설악산 단풍을 보고 싶어 마음은 안절부절. 올해 소박한 목표를 세운 것이 설악산 등반이건만 경제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쉽지 않구먼.

계룡산도 겨우살이 준비를 하고 있다.

군데군데 단풍이 빠알갛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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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천황봉은 언제쯤이나 충청인의 품으로 돌아오려나...

쌀개봉에 가까워질수록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천황봉이다. 이번이 세 번째다. 천단에 올라서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이 말이다. 머리봉을 통해 가는 길에 철조망이 쳐져 있어 되돌아 선 것이 두 번,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왔는데 철조망은 아니지만 나일론 줄로 울타리를 쳐 출입통제를 알린다. 차마 저렇게까지 막아놓았는데 넘어서기가 좀 그렇다.

코앞에서 그냥 발길을 돌린다.

아침에 마트에서 맥주를 샀는데, 차에 놓고는 그냥 올라왔네 그려~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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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대로 통천문을 지나 쌀개릉을 타고 관음봉 쪽으로 향한다.

이 길은 스틱이 없는 편이 낫다. 밧줄을 타고, 두 손으로 바위를 짚어가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발을 옮겨야 한다.

관음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고문 수준이다. 돌이 이렇게 많은 산이었나? 많은 사람들이 밟아대서 닳고 단 부분은 미끄러질 염려가 크다. 돌덩이로 이루어진 하산길은 무릎에 고통을 안겨준다.

 

가을 하늘이 참 좋은 날이었다.

산행 초입에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내 페이스를 유지했기 때문인지 몸엔 큰 무리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쌀개까지 계속되는 가파른 오름길에 아침을 맞은 내 두 다리는 뻐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