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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황정산 산행이야기_2012.08.18.

by 여.울.목 2014. 9. 1.

황정산 산행이야기
2012.08.18.

 

 

 

*달콤한 산행 후기

황정산 가자는 친구의 문자.

인터넷 검색대에 황. .. 하고 치면 황정음, 황정민....

그리고 따끈 따근한 지난 주 황정산 산행기를 보니, ‘윗점-수리봉-황정산-원통암-황정리계곡까지 12km5시간에 돌파한 산행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멤버들도 대부분 여자분들.

http://ksrcat.blog.me/10145193462

이 분들의 산행후기 좀 보자

황정산 역시나 산행 들머리부터 수리봉까지 가파르게 3,40분만 오르면 이후는 능선길로 그리 힘들진 않다.... 전망도 대체적으로 좋다..... 산행 시간이 짧으니까 곳곳에 있는 전망 바위는 다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너무 만만하게 봤나 우린 그게 아니었다.

 

*산행 기록

대흥사-영인봉-황정산-(원통사)칠성암-대흥사 원점회귀

왕복 7.7km / 6시간 23(11:0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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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순?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된 것 같다. 아님 그 분들이 홍길동이나 홍길순인가?

곰곰이 산행족적을 되짚어 보니 산행 시작 2시간이 문제였던 것 같다. 정확히는 1시간 반 이다.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우린 넉넉잡아 4시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코스였다. 그 코스 초장에 길을 잘못 들어 길은 있되, 등산객의 발길이 거의 없는 희미한 등산로였다. 알파벧 “D”자의 굽은 곡선대로 올라야할 코스를 우린 직선길로 헤쳐나간 것이다.

가파름은 물론이고 풀섶을 일일이 헤치고 지나가야 했다. 그렇게 1시간 하구도 30분을 헤매고 나서야 봉우리에 올라 앉아 점심을 해결한다.

주변에 편의점이 있을 것이라는 도시민다운 생각으로 점심은 캔맥주와 누룽지, 초코바로 해결해야만 했다.

백과사전에도 황정산 평균 산행시간은 5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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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 들어 고생... 정원이는 지도를 보면서 하소연 하는 것 같다.>

 

*구라쟁이

그다지 요령을 피운 것도 아니고, 그다지 많이 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게 느껴졌을까?

결국 난 다시 윤구라가 되고 말았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고 말았다. 나도 힘이 들더군. 우린 처음 산행계획을 세울 때 의외로 시간이 남을 것 같아 이렇게(횡단) 할까 저렇게(종단) 할까? 김칫국만 실컷 마셔댔다. 홍길순 아주머니들의 산행이 지난주니까 그때도 무척 더운 날씨였다. 크게 다른 기상조건도 아닌데 아주 신이 나서 산행을 즐기셨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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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산

1시간 30분간의 낯선 산행에는 낫이나 밀림에서 쓰는 뭐 그런 칼자루 하나는 필요할 듯했다. 이제 전망 좋은 봉우리에서 땀을 식히고 앞으로는 능선길이라고 서로 위로하며 맥주 한잔 했는데, 그게 아니다. 수묵화 배경으로는 딱 좋은 저 봉우리들을 있는 그대로 네 발로 다녀야한다. 손톱을 깎고 올 것을, 후회막심.

이상하게 지난 주부터 이어지는 이 산행에는 그 청량감이라는 것이 빠진 것 같다. 갈증과 땀 때문일까?

황정산 정상은 정 떨어질 정도다. 조망도 확보되지 않았고, 조그만 비석 하나만 뉘워져 있다.

빈정 상한 우리는 한숨 돌리는 것도 경치 좋은 곳에서 쉬고파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정상과 작별하고 되돌아섰다.

내려오는 길도 굴곡 그대로 오르락 내리락. 어찌 생각하면 재밌을 것 같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고이 간지하고 있어야 할 여분의 20% 에너지까지 처음 1시간에 써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든다.

그래 내가 산을 너무 깐봤다. 금새 돌아 시간이 나면 남봉까지... 어쩌구 하려니 맘만 급해져 더운 날씨에 체력을 다 써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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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갈수록 더 말라가는 것 같다. 살 좀 쪄야겠다.>

 

황정산을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여성스럽다는 도락산이 내 부러움을 알아챘는지 더 요염하게 자태를 뽐낸다. 동쪽으로는 올산이 황정산과 비슷한 느낌으로 서 있는데 황정산과는 달리 곱상한 굴곡이 청와대 뒷산을 보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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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뒤로 보이는 산이 도락산이다.>

하산길에는 원통암을 지나 올바른 산행길을 찾아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데 산행 내내 사람이라고는 우리 말고 딱 한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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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래뵈도 거의 수직의 벼랑이 10m이상 이어진다.>

 

*뭔가 부족한 듯

뭐가 부족하지? 아쉬움도 많을 것 같은데, 다음에 또 오겠냐는 물음이 주어진다면 No라고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부족하게 맞다.

그래도 명산 계룡산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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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정산 정상... 할 말 없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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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사 칠성암-부처님 손바닥, 신단양 2경>

 

간만에 가뿐한 산행 기대했던 정원에게 원치 않는 거짓을 안겨줘서 미안하군.

장거리 운행에 호탕한 웃음으로 피곤을 희석시켜 준 종탁에게 감사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