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1. (토) 계룡산
천정골 - 남매탑- 삼불봉 - 관음봉 - 연천봉고개 - 갑사
9.6km, 3:21
산악회 시산제까지 있는 날이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 될만한 코스인데 6시 30분부터 셔틀버스가 움직인다.
덕분에 새벽 5시부터 잠을 떨치기 시작한다.
동학사 상가 상인들이 이제 문을 열고 장사 채비를 한다.
시절이 그런건지 너무 이른 시간인지 사람구경이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이 남을 것 같다.
당초, 삼불봉에서 갑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가끔 우리를 휙 추월해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정말 등산 마니아인가 보다. 부럽다.
괜한 욕심이 치밀어 오른다.
11시 30분까지 시산제 장소까지 가면 된다.
이제 등짝에 살살 열이 나기 시작한다.
자꾸 쳐지는 우리 행렬을 기다리다 열기가 다 식을 것 같다.
산악회에서 감투하나 벗어 던진 것 때문인지 큰 부담없이 삼불봉에서 관음봉 쪽을 향한다.
남매탑부터 동학사 골짜기를 가득 채운 안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희열이다.
하지만, 평상시부터 조금씩 느껴졌던 무릎통증 걱정에 무리하지 않으려 애쓴다.
탐방로가 다 녹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군데군데.., 아니 일정 고도 이상부터는 얼음과 눈이 그대로다.
다행히 자연성릉은 직사광선 영향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 연천봉고개부터 하산길이 걱정스럽다.
관음봉에 다다라서야 사람들이 모습이 보인다.
긴 줄을 서던 곳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썰렁하다.
제법 멋진 운무를 즐기려 연천봉을 잠시 고민해본다만,
민폐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연천봉고개길에서 내 마음과 개타리를 다잡고 내려선다.
미끌미끌~
잠시 장갑을 벗은 틈을 타, 조심했건만 넘어지고 말았다.
식당 화장실에 붙은 문구가 자꾸 귀엽게 거슬려 찍어왔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 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를 상상해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
- 니체(1844~1900, 19c 독일의 철학자) -
요즘 나,
작은 것에도 마음 상하고 있다.
니체가 말하는 기쁨을 느낄 과정은 생략하고 정상에 오르기만 바라고 있는 건가?
산행 내내 이런저런 일로 복잡했던 머릿속을 그려본다.
멋진 운무가 주는 겨울산의 청량함과
땀 식어 차가워진 등짝만큼이나 삭막한 겨울산을 또다시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그냥 웃어보자. ㅋㅋㅋ
오랜만의 긴 산행이었는지 종아리가 땡긴다.
운동 좀 해야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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