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쫓비산
관동마을-갈미봉(518.5m)-쫓비산(538.3m)-청매실농원-섬진마을
(8.9km | 3:46 | 2.4km/h)
오르락내리락 동네산을 우습게 보지 말라
먼지로 가득한 세상... 그래도 꽃은 피더라
봄 내음 가득한 빛 좋은 동네 광양으로 나선다.
산악회 안내장은 매화 맞이 트레킹이다.
매화축제 주최 측에서 제공한 등산 개념도 - 그려놓은 모양새를 보면
얌전하게 올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산행이다.
남보다 조금 일찍 그것도 매운 떡볶이처럼 화끈하게 맞이하고픈 사람들로 도로는 주차장이다.
덕분에(?) 다압면사무소에 내려 2.5km를 걷기로 한다.
위도를 거슬러 내려온 탓인지 섬진강 종주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는 내내 봄기운이 가득하다.
예상치 않게 맞닥드리는 꽃망울이 가슴을 때린다.
이놈의 먼지만 없으면 더 좋았을 것을.., 예보와 달리 오후까지 극성이었다.
들머리는 관동마을.
마을이다 보니 길 찾기 어려운데, 등반대장이 잘 이끌어간다.
이쪽 지방 가뭄이 심한지 물을 아껴쓰라는 방송이 나오더군.
관광지가 되어버린 날맹이 청매실농원과 들머리 관동마을 매실농원은 느낌이 다르다.
매실나무 식재 패턴도 다르고,
무엇보다 가성비를 위해 뿌린 거름 냄새는 봄 향기에 대한 우리의 편향을 바로잡는데 보탬을 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매실나무 사이를 지나 올.라.간.다.
지독한 오르막이다.
포장길이 주는 착각 때문에 일행 전체가 오버페이스를 했다.
난, 나름 평타를 치고자 같은 속도를 유지했는데
배딩이재를 반기는 비포장길에 들어서서는 엉덩이 근육이 헐떡대기 시작한다.
가늠할 수 없는 날씨에 혹시 몰라 챙겨입은 기모 바지 - 비닐하우스 안에서 느끼는 텁텁함으로 젖산 배출을 증가시킨다.
찌꺼기가 땀구멍을 헤집고 마구마고 나온다.
이왕이면 생각의 찌꺼기까지 배출됐으면 좋겠다.
이제 오르락내리락 능선아닌 능선이 시작된다.
가뭄으로 땅은 푸석푸석 먼지투성이다.
날리는 흙가루를 보니 점심 도시락을 열고 싶은 맘이 싹 달아난다. 마스크를 쓰고 싶은 심정.
갈미봉은 가팔랐던 길과 달리 평평했는데, 점심 전을 편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갈미봉을 내려서부터는 오르락내리락 출렁이는 능선을 타느라 고생 좀 해야 했다.
내내 섬진강을 볼 수 있는 지형인데,
마치 해무로 가득한 바다 같다.
정오를 훨씬 넘긴 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범인은 안개보다 미세먼지다.
많은 등산객으로 탐방로 내내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더군.
땀은 다시 축축히... 물에 젖은 바지를 입은 듯한 불쾌한 기분에 대기는 말라 조금만 움직이면 흙먼지가 눈코입에 달려든다.
땀에 쩔어 도착한 쫓비산.
너도나도 인증샷 찍으려는 사람들로 전망데크에 올라서기도 힘들 정도다.
그나마 산행 중 통털어 전망 좋은 곳인데 사방이 온통 뿌옇다.
아쉬움이 별로 없다. 땀을 훔치고 그냥 내려선다.
산에서 본 사람도 많은데, 아래 매화축제 마당은 더 인산이해다.
매실농원 풍경~ 축제 안내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어찌 그리 그림처럼 찍어 사람을 현혹했는지. ㅋ
아마 이것도 미세먼지 탓이겠지.
그리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오는 길, 섬진강에서 열심히 물을 퍼 나르는 소방헬기를 보았다.
뉴스에서 확인하니 제법 큰 산불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불길이 번진다.
어쩌다 내 속에도 못된 불길이 번졌는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겠지.
많은 반성도 하면서도,
혼자 생각에 못된 상상도 해본다.
갑자기 산악회도 재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얼 위함인지 모르겠다.
취미생활인데 모임의 일원으로 의도치 않은 목적을 이뤄야만하고,
나 자신도 주체를 못하든데 말이다.
그거 말고도... 비교하면 안되는데 비교당하기 싫어 자꾸 생각이 옹졸하게 좁혀진다.
이런걸 어쩌나... 솔직한 감정을 대인배인듯 속일 수도 없다.
자꾸 차곡차곡 쌓이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시간과 공간을 둬보자.
이 불길의 원인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볼 내 맘 속의 시간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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