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사-물탕집(기도도량)-향적산 정상 574m-누룩바위(능선길)-물탕집-무상사
5.99km | 1:50 | 3.2km/h
비
이럴 수도 있는 건가? 헛웃음이 난다.
5월 초순 연휴도 그렇더만 하순 연휴까지 비가 발을 묶어 놓고 있다.
연휴 마지막 날 일찍 그칠 거라던 예보는 어김 없이 배신 때린다.
일기예보 비구름 아이콘이 오후 타임라인까지 범한다.
점심 식사 후 창밖을 보니 멈췄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나선다.
향적산은 계룡시와 논산시를 경계로 금남정맥과 그 지맥이 이어지는 곳이다.
논산지역의 호우경보 해제 후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계룡 터널을 지나자 차창에 빗방울이 뿌려진다. 내심 걱정.
다행히, 무상사 앞 공용주차장에 도착하니 비는 잠잠하다.
기억?
연휴 내내 내린 비로 좀이 쑤셨는지 비 그치자마자 나온 사람들 여럿이 보인다.
몇 년 만에 찾는 향적산인지 모르겠다.
계룡산 여기저기 탐방을 시작할 즈음 눈에 들어 세 번 정도 찾았는데,
벌써 10년은 넘은 것 같다.
계룡시에서 치유의 숲을 조성했다. 덕분에 기억 초기화에 일조해 너머 낯선 곳이 되었다.
며칠 내린 비로 계곡은 물소리로 행복한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옛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는다. 길은 똑바론데 기억이 엉망이다.
휴대전화 로커스맵 앱을 켜고 갈림길마다 방향을 가늠한다.
무상사를 지나 처음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올라갔으면 재미있고 효율적인 산행이 되었을 것인데, 더듬더듬 찾아간 흔적이 “ㄱ”자 모양이더라.
예전 능선 따랐던 기억과 달리 산허리를 감고 난 새 길을 따라 한동안 등고선과 나란히 전진한다.
덕분에 봉우리 근처에서는 산 덩치에 비해 긴 편의 오르막과 대적한다. 다행인 건 계단 조성으로 그닥 애먹진 않았다.
산악 구보
정상 마지막 계단 부분, 금남정맥 능선 갈림길부터 나를 따라잡았던 산악 마라토너가 정상을 찍고 내려온다. 드디어 얼굴을 맞이한다. 50 중반을 훌쩍 넘어 보인다.
인근 부대 장교 같더라, 목례로 인사치레한다. 대단하다 난 걷는데도 힘든데.
누룩바위
안개로 가득해 주변 풍경은 없다.
미련 없이 내려서기로 한다. 하산길 잠시 고민에 빠진다. 능선을 따라가기로 한다.
안개로 짧아진 시야 탓에 끊긴 길 끝에 가서야 막다른 절벽임을 확인하고 되돌아선다.
이제 능선은 옛길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방해받지 않고 자란 나뭇가지로 걷기에 거추장스럽다. 걸음마다 가지에 부딪혀 쏟아지는 빗방울 – 우수수 온몸으로 받는다.
반가운 돌탑, 그래도 내 기억과 일치한다. 반갑다.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돌탑으로 '누룩바위'라고 한다.
누룩을 밝아 쌓아 놓은 모양이라 누룩바위라고 하는 것 같다.
구굴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비슷한 형태의 같은 이름의 바위가 많이 나온다.
멘재
능선은 금남정맥과 이어지는데, 그저 멀리 안개 가득한 멘재를 바라보며 입맛만 다시다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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