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갑동-갑하산-신선봉-우산봉-금베봉-(공주)공암굴
9.85km, 3:17, 3.0km/h
황사 유입으로 공기 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에 맘이 급해진다.
가급적 오전 중에 뚝딱 산행을 마치고 싶다.
배낭을 꾸리다 현관문을 열고 바깥 공기에 살갗을 대어 본다.
긴팔을 입어야 한다.
>갑하산_468.7m
대전 노은동 쪽에서 공주 쪽으로 바라보면 생뚱맞게 뾰족 솟은 갑하산, 적잖게 유혹한다.
갑동제1교를 지나자마자 차를 멈춘다. 들머리에 세워둔 경기도 관광버스가 이정표가 되어 준다.
유성천을 따라 난 데크길이 새로운 갑하산 들머리가 되었다.
데크를 지나 팔각정을 스치고 산행 시작.
1km 정도 갈지자(之)의 고난도 오르막이다. 관암지맥 능선까지 고생 좀 해야 한다.
군데군데 쉼터에 걸터앉아 숨 고르는 사람들을 제치다 보니 구름 사이로 해가 반짝인다.
순간 기어오른 기온이 더해져 체온을 높여 땀방울 무한 방출.
힘들게 오른 만큼 관암지맥 능선 곳곳 포토존이 제값을 한다.
산을 이루는 거대한 암석이 얇은 벽돌처럼 잘게 부서져 있는 곳이다. 발 디딜 때마다 조심조심해야 한다.
깍아지른 갑하산 옆모습도 대단하지만, 실제 정상은 나무에 둘러 별다른 경치를 볼 수 없다.
땀과 열을 식히고 바로 신선봉을 향한다.
>신선봉_565.4m
갑하산 정상의 실망은 잠시다.
바로 정상을 내려서면 조금 내려서는 ‘V‘자 능선,
가파르지만 군데군데 바위로 노출된 부분이 있어 뷰 포인트가 된다.
오른 만큼은 아니지만 앞에 보이는 신선봉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야 한다. ㅋ
‘고산자의 후예들’ 발간 지도에서 이 코스를 발견하고 오른 첫날!
매번 오르던 계룡산을 다른 관점에서 보니 황홀했다.
그 기억을 뭘로 다시 표현할 수 있을까?
오를 때마다 희석되는 감정에도 매번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다시 800미터 정도 오르막에 기운을 쏟는다. 신선봉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신선봉 오름길 2/3 정도 통신 두절 구간이다.
구름 사이로 해가 숨었는지 부는 바람이 쌀쌀했다.
>우산봉_573.5m 가는 능선길
우산봉 오가는 능선길. 기억으로는 거의 평지 숲길을 걸은 것 같다.
갑하산과 신선봉의 오름에 비하면 우산봉까지의 능선은 평지길이다.
걸으며 지친 체력을 보강하고 급한 산꾼들은 이 구간에서 시간을 벌 수 있다.
우산봉 근처에 가면 비로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 중간중간 바위에서 지나온 봉우리와 능선을 바라볼 수 있어 지루함이 없다.
풀린 근육이 다시 오르막을 맞아 힘들어할 즈음 우산봉 정상에 도착.
땡볕이 정상에 오래 서 있지 못하게 한다.
우산봉은 멀리서 보면 정말로 우산과 끄트머리 같이 - 완만한 오르막에 뾰족한 봉우리 - 생겼다.
>망각! 금베봉_385.8m
이문열 단편집 『필론의 돼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대충 - 인간은 기억하기 싫어할 것 같던 일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것으로 포장한다. 대표적으로 힘들었던 군 생활, 그렇지? ㅎ
우산봉에서 신선봉 딱 절반쯤 되는 부분에서 금베봉으로 갈라져 공암굴로 내려설 수 있다.
세 번째인데, 처음은 처음이니까 그렇다 치자. 두 번째와 이번은 뭐지?
산을 다니며, 다시는 이 코스로 다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경우가 있다.
금베봉으로 내려서는 길이 그렇다.
질긴 거미줄이 얼굴로 달려든다. 이것까진 참을 수 있다. 여름 이른 산행 대부분 그러니깐.
금베봉을 지나면서 가파른 내리막 내내 사람 흔적보다는 멧돼지 노닌 자국이 선명하다.
몇 주 전 만난 멧돼지 때문에 신경이 더 날카롭다.
녀석들이 떡갈나뭇잎 더미를 정신없이 헤쳐놓아 길 잃기 십상이다.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가면 시간은 곱하기다.
아무래도... 추억으로 포장될 쯤, 세세한 고통과 불쾌감을 이긴 다급함에 금베봉으로 내려서는 길을 택하나 보다.
너른 길이지만 온통 약 30cm 높이의 풀로 덮혀 날머리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어디서 뱀이란 놈이 툭 튀어나올지 모르는 환경이다.
이젠, 다신 여기로 내려오지 말자.
이젠, 좀 여유를 가지고 산행하자. 급하게 내려서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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