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입구 - 수덕사 - 덕숭산 정상(495m) - 수덕사 - 수덕사 입구(원점회귀)
2024.3.10.(일)
4.51km, 2:16, 2.0km/H
수덕산이라고도 한다.
덕을 숭상하는 현인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덕숭산이라는데,
각종 기록에 수덕산이라는 지명이 함께 쓰였다고 한다.
가야산을 갈까 덕숭산을 갈까?
고민하던 차에 마눌님께서 동행하신다니 좀 수월한 곳을 택하기로 한다.
그렇게 단순하게 시작한 산행이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와 지방도를 거쳐 수덕사 관광지구에 들어선다.
우리 둘? 등산 채비를 한 사람이 거의 드물다.
봄 바람 나들이 나온 인파의 차량으로 큰 주차장 두 곳이 가득이다.
주차장에서 수덕사 입구까지 평지길을 걸으며 워밍업한다.
수덕사 입구부터 조금씩 오르막을 이겨내야 한다.
수덕사가 산자락을 따라 자리 잡은 것이라 가람배치가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삼층석탑이 보이는 곳에 다다르기만해도 사찰의 기와 담장 너머 보이는 풍경이 제법이다.
수덕사 입구를 기점으로 하면 전체 산행의 40%, 주차장부터 셈을 하면 1/3 정도 되니 운동겸 관광겸 이레저레 찾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 가빠진 숨이 20년 전 추억을 끄집어 낸다.
sanjoa회원들과 찾은 기억이다.
젊지만 금요일이면 술에 빠질 수밖에 없던 회원들이다.
이곳까지 올라와 화강암 단에 걸터 앉아 거친 숨을 고르며 알콜 기운을 빼던 기억~ ㅎ
20년이라...
이제 다들 자신들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나름 고집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쏜살 같은 시간이 얄밉다.
산행지 고민하며 이 추억을 되뇌이지도 못할 정도로 깊은 장기기억 창고에 박혀있었나보다.
대웅전을 비껴돌아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름이 심한 편인데, 군데군데 석탑이니 암자가 있어 쉬어갈 빌미를 내어준다.
여전한 초가지붕 소림초당과 수원화성 누각 닮은 향운각, 정혜사와 돌문을 지나며 그 장기기억을 차곡차곡 꺼낸다.
며칠 몸살로 앓고 났는지 다리 힘이 별로다.
힘들었을 텐데 기억과 기억들이 옅은 미소를 불러온다.
이제 정혜사를 지나면 사람 사는 건물은 뚝 끊힌다.
500여 미터 정상까지 이제 마른 골짜기를... 그렇게 오르면 된다.
이런...
왜 생각을 못했을까? 2탄이다.
아~ 20년 전에도 이 길을 오르며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이 길과 추억을 되살렸었는데.
저 밑에 숨겨져 있던 묵직한 기억을 꺼낸다.
아직도 사진이 남아 있다.
더우셔서 재킷을 벗어 등 뒤로 올려 한손으로 배낭끈처럼 잡고 오르시는 아버지,
바가지 생머리를 한 내가 그 뒤를 따른다.
사진기가 마냥 신기했던 작은형이 장난기 어리게 그 모습을 찍었다.
그 사진을 보매, 드문드문 오르는 이 산에서 추억보따리를 풀어 낸다.
정상은 고민 한 자락이던 가야산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니 한결 기분이 좋다.
마눌님과 늦은 점심으로 김밥을 우겨넣는다.
아무래도 혼자 왔으면 몰래 전망 바우 위에 걸터 앉아 한 움큼 눈물을 짜냈을지도 모른다.
파란 하늘, 따듯한 햇살이 맘 조급한 일요일 오후의 긴장을 풀어준다.
오랜만의 마눌님과의 데이트에 추억만 덧칠하고 간다.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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