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갑동 - 갑하산 - 신선봉 - 우산봉 - 안산산성 - (공주)송곡리
8.9km, 3:43, 2.4km/H
2024.03.23.(일)
몸살 앓고 오랜만에 10km 가까운 산행을 했다.
갑하산에서 우산봉-세종 쪽으로 종단하는 코스다.
한 번은 지나고 싶은 구간이었다.
금베봉을 지나 공암리쪽 날맹이로 나서며 두어 번 뜨악했던 안 좋은 기억,
10여년 전엔 송곡리 저수지쪽으로 내려서다 길 잃고 헤매다 모골이 송연했다.
자연스레 멈칫하는 바람에 손가락만 빨아왔지.
300번 시내버스를 타기로 한다.
9시발 버스가 없다. 한 시간 터울의 배차에 이빨 빼먹은 듯 하다.
상하신리를 들러 가는 차 때문에 하나를 뺐나보다.
10시 차, 박정자를 지나 대전 경계 삽재를 지나 갑동 정류장에서 내릴 때까지도 빈자리가 나질 않는다.
기온이 쁘르게 솟구친다.
오늘이 좋은 날인지 사람이 꽤 있다.
벤치마다 앞서 온 사람들이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ㅎ
햇볕이 이겼다. 후드집업을 벗어야 한다.
자꾸 타이밍을 놓친다.
조금만 더 가자... 덕분에(?) 한여름 산행처럼 온몸 땀구멍이 활짝 열렸다.
아직 바람에 찬 기운이 제법이지만 겉옷은 이후 산행 내내 배낭신세다.
관암지맥을 따라 난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에 다다라서야 길이 얌전해진다.
멀리서 보는 갑하산의 웅장함과 달리 정상은 볼품 없다.
사방 숲에 둘러 싸여 땀흘린 보람을 찾긴 어렵다.
그렇게 갑하산에서 멈췄으면 실망만 안고 갔겠다.
신선봉으로 몇 걸음 옮기면 기가막힌 경치가 펼쳐진다.
계룡산 주능선과 장군봉, 동학사 관광지구까지 깔끔하게 들어온다.
처음 이 코스를 지날 때 느꼈던 황홀함.
한동안 멈취서 웃음띤 얼굴로 풍경을 바라보았지.
마치 신선이 된 듯 내 삶의 터전을 생생하게 내려다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능선을 타고 내려와 다시 오르매 - 봉우리가 '신선봉'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신령스런 계룡산을 폰에 조물조물 담아낸다.
아주머니들 수다에 떠밀려 무심한듯 신선봉에 등지고 우산봉으로 향한다.
신선봉에서 내려와 금베봉 갈림길을 지나 우산봉까지의 능선길을 참 좋아한다.
오름과 내림에 큰 차이 없이 비교적 너른 등산로가 이어진진다.
숲길이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로 얼굴 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근심과 걱정을 털고 깊은 호흡을 한다.
갑하산과 신선봉 오름에 큰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산봉 어림 암릉에 다다르면 수풀 사이로 지나온 길이 열을 지어 보인다.
시야를 우클릭하면 걸음마다 달리 보이는 계룡산 지구와 새롭게 펼쳐지는 온천리, 공암리 풍경이 포근하게 들어온다.
우산 끝처럼 봉긋한 우산봉.
세종 쪽으로 더 가고 싶어도, 그 헤매던 기억에 멈칫거리기를 얼마냐.
나름 용기를 내 안산산성 쪽으로 내려선다.
잘 선택했다.
우산봉 봉우리 쪽 가파른 일부 구간을 지나고서부터는 안산산성까지 널찍하게 잘 정비된 숲길이다.
시간이 조금 더 내 편이라면 대전이나 세종으로 내려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만,
배고프다. 집에 가고싶다.
안산산성. 교통의 요지여서 산성을 축조했나보다.
그리 높지 않은 산 - 지형에 따라 계단식으로 석성을 쌓은 흔적(3개 층)이 보인다.
석성을 더 둘러보고 싶어도 이미 덩쿨식물 영향권이 되어버려 발걸음이 자유롭지 못하다.
송곡리 쪽 하산.
900미터만 내려서면 된다.
내려오는 사람이 드문가보다. 쓰러진 나무 더미에 무성한 수풀 - 문암사 임도까지 장애물이다.
광역시와 특별자치시와 달리 공주시에선 여기까지 등산로 관리하기 힘에 부치나보다.
초록빛이 무성한 시기엔 뱀 무서워 내려서기 망설여질 것 같다.
오랜만에 땀 쪼~옥 뺐다.
걱정까지도 빠진듯 몸과 맘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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