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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조령산1017m~신선암봉937m~깃대봉835m, 장갑 꼭 준비하세요~

by 여.울.목 2024. 4. 15.

‘장갑’ 꼭 준비해야 합니다. ㅋ

 

이화령-조령산-신선암봉-깃대봉-제3관문
9.42km
6:47


2024-04-13_이화령_조령산_제3관문.gpx
0.22MB


무릎에 상처를 냈다.
톱자국이 선명하다.
작지만 깊은 상처다. 통증은 그럭저럭인데 다른 고민이 생겼다.
움직임을 최소화 하면 쉬 아물것 같은데 산악회 사무국장이 꼭 참석했으면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또 망설인다.
결정장애? 못간다고 해야 하나?
상처부위에 거즈를 올려 반창고로 고정한다.
정성 가득 채우는 마눌님 도시락, 어물대다 시간에 쫓겨 배낭을 짊어지고 현관을 나서고만다.
 
버스를 반도 채우지 못하고 출발한다.
 
앞에 보이는 저 봉우리들 다 거쳐가는 거 맞아? ㅎ
거칠기가 제법이다.
 
“장갑 꼭 준비하세요~” 등반대장의 밴드 댓글

조령산까지는 육산(肉山) 같은데,
신선암봉 전후부터  제2관문 갈림길까지 골산(骨山)임이 분명하다.
지도에 그려진 바에 따르면 조령산 정상부터 신선암봉 근처에 ‘로프구간’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진짜 로프 구간은 신선암봉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사람들도 자주 다니지 않는지 이정목도 구조목도 흔치 않다.
다행인건 든든한 로프를 적절하게 설치했다는 점이다.
사실 조령산~신선암봉 내 로프 구간은 스틱으로 균형 잡으면 굳이 줄을 잡을 필요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신선암봉 이후부터 구간은 스틱 접고 두 손으로 밧줄을 단단히 잡고 오르내려야 한다.
험한 구간을 일행과 함께 하려니 속도가 더디다.
체력 안배를 게을리 했다가는 암릉을 오르내리다 지쳐 다치기 십상 일 것 같다.
 
또 하나 특이한 점,
산행 내내 송진 냄새가 진동했다.
그윽한 향기로 표현하면 좋으련만,
강풍 탓에 소나무 피해가 심했다.
가지 꺾이고 뿌리째 뽑힌 건 가끔 볼 수 있는데,
나무기둥이 꽈배기처럼 휘어져 댕강 부러진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대체 이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4월 날씨치고 꽤 더웠다.
오르락 내리락 체력 소모가 많아서 인지 근육 이상을 호소하는 일행이 발생한다.
배낭 속 파우치 아스피린을 6알이나 풀었다.
염화포도당도 챙겨가길 잘했다.
나도 자고 일어나니 허벅지와 종아리에도 알이 가득 찼다. ㅎ
 
문경새제 제2관문 갈림길부터 목적지 제3관문까지 2.2km.
골산도 지났겠다 이제 능선 타길 즐기면 되는데, 이미 사람들 대부분  ‘너덜너덜’한 상태다.
막바지, 마패봉과 마주보고 있는 깃대봉 — 다들 외면한다.
나 홀로 남은 열량을 소모한다.
깃대라도 박혀있을 줄 알았더니 주변 나무에 쌓여 풍광은 별로다.
 
10km가까이 되자 무릎이 아파온다.
그래도 다행이다.
무릎 상처 걱정했는데, 험한 코스에 방전되지 않고 무사히 제3관문을 지났다.
 
상처를 핑계삼아 방구석을 지킬 수 있었는데,
답답한 마음 풀어볼까 나선 산행이다.
순간순간 나만의 시간을 챙길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한 산행이었다.
헌데, 굴곡진 코스와 단체 산행 일정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밀고 끌어주는 조력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버스 안 조용히 바지를 걷어본다.
무릎 상처에서 진물이나 피물로 흐르지 않았다.
게다가 맘 속 상처도 좀 아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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